[기고] 윤용택 의장…"언론, 본질 외면한채 선정보도"

최근 제주도해군기지반대도민대책위가 화순지역에서 개최한 생명평화 걷기대회에 지율스님이 참여한 것을 두고 뒤늦게 일부 언론이 보도함으로써 네티즌들의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제주환경연 윤용택 공동의장이 이를 비판하는 글을 제주의 소리에 보내왔다. 이 글은 미디어 오늘에도 실렸다.[편집자 주]

   
지율 스님이 지난 5월 24일 제주환경운동연합 초청으로 '2005시민환경강좌' 강연하기 위해 제주에 들른 이후 이른바 안티 지율 네티즌들의 비난과 그에 대한 보수언론의 장단으로 인해 일파만파 논란이 일고 있다. 스님을 초청했던 단체의 한 사람으로서 이에 대한 누리꾼(네티즌)들의 오해가 풀리도록 해명하는 게 도리일 것 같다.

스님은 천성산을 지키기 위해 2년 동안 목숨을 건 네 차례, 240여일 동안의 단식을 통해서 우리 국민들에게 경제도 중요하지만 하찮게 보이는 뭇생명도 소중하고, 빠름도 중요하지만 느림도 소중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그 이후로 스님의 일거수일투족이 국민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스님을 반대하는 누리꾼들은 스님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리고 전후 맥락을 무시하고 거두절미한 보수언론들의 보도를 빌미로 스님이 그동안 해왔던 일들을 폄하하려 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보수 신문, 행사 참석 앞뒤 맥락 자른 채 비난 여론만 전달

스님은 제주에서 열린 '현대문명을 넘어 생태적 세계관을 향해'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당신이 왜 천성산 문제에 관심을 가졌고, 생명을 건 단식을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30여분 동안 담담하게 풀어놓았다. 그리고 1시간여 동안 청중들의 질문에 대답하면서 항간의 자신에 대한 오해가 풀릴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 당신이 직접 제작한 '초록의 공명'의 영상들을 설명하는 것으로 강연을 끝냈다.

   
강연 요지는 "우리가 개발을 할 때는 그것으로 얻게 될 이익과 손해를 잘 따져보아야 한다. 특히 국책사업인 경우에 책상 위에서 서류로만 검토할 게 아니라 직접 현장조사를 통해서 생태적 가치, 역사적 가치, 문화적 가치 등까지도 충분히 검토한 후에 시행되어야 하고, 사업을 시행하기 전에 지역주민들과 사전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 서로간의 갈등으로 인한 불필요한 시간과 자원 낭비를 막아야 한다. 당신이 그동안 단식을 했던 것도 고속전철 공사를 자체를 반대했던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한 후에 그 사업을 시행해달라는 주문이었다"는 것이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고, 그것은 국가가 사업을 할 때 지켜야할 최소한의 원칙이다. 그런데도 일부에서는 그 최소한의 원칙을 주장하는 스님을 극단적인 자기 확신주의자라고 비난하고 있다. 그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마저도 용납되지 않는 게 우리 사회라면, 우리의 미래는 참으로 암담하다 아니할 수 없다.

스님은 강연 다음 날인 5월 25일에 제주도해군기지반대도민대책위와 안덕면민반대대책위에서 준비한 생명평화걷기대회에 참석했다. 하지만 스님은 제주에 내려올 때 처음부터 참석할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생명, 평화, 그리고 환경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판단에 대책위에서는 기왕 제주에 오신 김에 생명평화걷기대회에 참석을 부탁드렸던 것이고, 스님 또한 자신이 공명하고자 하는 생명평화 논리의 맥락에서 이를 이해하고 흔쾌히 받아들이셨던 것이라 생각한다.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 반대 의미 등 본질적 내용은 외면

   
그러나 이 사실을 두고 조선, 동아, 문화 등 일부 언론은 그것도 행사가 열린 지 열흘이 다된 6월 3일자에 하나같이 '지율, 이번엔 제주도? ', '또, 지율, 이번엔 제주해군기지 반대' 등의 다소 선정적인 제목으로 이를 보도하였다. 문제는 이 신문들이 지율 스님이 제주도 해군기지반대 행사에 참여하게 된 앞뒤 맥락이나, 제주도 해군기지 문제의 본질적 쟁점 등에 대해서는 소개조차 생략한 채 주로 지율 스님의 '행적'에 대한 누리꾼들의 비난성 여론만을 인용해 보도했다는 점이다.

이는 얼른 보기에도 지율 스님에 대한 곱지 않은 언론의 시선이 반영된 의도적 폄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비록 그것이 지율 스님의 제주도 '행적'을 놓고 일어난 누리꾼 사회의 논란을 소개하는 형식이라 할 지라도, 더구나 열흘 가까이 지나서야 이를 보도하게 될 때는, 적어도 지율 스님이 왜 제주도에 가게 되었고, 해군기지 반대 행사에 참석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 또한 제주도 해군기지 논란의 실상은 무엇인지 간략하게 나마 보도해야 하는 게 마땅하다 할 것이다.

이는 천성산 지킴이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알려진 지율 스님의 '명망'과 그의 '행적'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사적 반응'에 대해 언론이 사회적 공기로서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와 관련이 있다. 더구나 지율 스님 쪽의 자체조사결과 누리꾼들의 비난은 한 사람이 수십 건의 글을 반복 게재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이번 언론들의 보도태도는 그 자체로 신중치 못했다고 본다.

제주의 해군기지와 건설과 관련, 해군은 지난 2002년에도 화순항에 기지 건설을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에 도민들의 강력한 반대로 기지 건설은 유보되었다. 그리고 정부는 지난 1월 27일 제주 4·3의 비극을 화해와 상생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제주도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되자마자 해군은 다시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도민들 사이에서도 이를 두고 찬반 논쟁이 뜨겁다.

   
해군과 일부 보수단체들은 국가안보를 위해선 해군기지가 들어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역주민과 시민종교단체들로 이뤄진 반대대책위에서는 해군기지 건설은 세계평화의 섬 지정과 모순되며 주변국의 군비증강의 빌미가 될 뿐 아니라, 유사시엔 공격목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오히려 국가안보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듯 어느 주장이 더 옳고, 진정으로 국가와 민족을 위한 일인지는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다.

제주도지사는 지난 6월 7일 행정계층구조 개편 등 더 시급한 지역 현안이 해결될 때까지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 논의를 중단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계기로 이 문제는 일단 수면 아래로 잠복한 상태이다.

스님의 선한 행동이 언론에 의해 얼룩진 데 대해 사과

지율 스님은 지난 5월25일 생명평화걷기대회에 참가해서 "제주의 현안 문제는 제주민들이 가장 잘 알 것이고, 제주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는 자신은 해군기지 문제와 관련해서 당장 뭐라고 평가할 수 없다. 그러나 국가사업이라 하더라도 그 지역의 자연환경과 역사와 문화 등을 고려해서 결정을 해야 하며, 어떤 게 국가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적인 이야기만을 했을 뿐이다.

   
이런 맥락에서 "그 지역주민과 그 땅에 살고 있는 다른 생명체에 대한 배려가 없는 개발은 잘못된 것이고, 제주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없는 제주의 개발은 반대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좀더 부연하자면 '제주 지역주민의 동의, 제주의 자연환경, 그리고 제주의 역사문화 등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해군기지건설을 추진해야지 그렇지 않은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은 반대한다'는 것이었다. 이 정도의 이야기는 지율 스님이 아니라도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그런데도 이것을 빌미로 스님이 환경과 전혀 관련이 없는 다른 지역의 현안문제에 끼어 들었다고 비난하거나 천성산 고속전철 터널구간에 대한 환경영향 재평가에 대한 스님의 노력을 폄하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어쨌거나 본의 아니게 이번 일로 지율 스님이 제주도 화순항 해군기지 문제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것처럼 항간에 비쳐지고, 지율 스님의 선한 의지와 행동이 일부 언론의 잘못된 보도관행에 의해 얼룩지게 된 데 대해 참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할 따름이다.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윤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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