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마이스-월드트레일] 패널토론1-트레일, 생태적인가 경제적인가?

트레일 개발로 인해 많은 도보여행자들이 자연 길을 밟아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는 경우가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당부의 목소리가 나왔다. 생태관광이 갖게 되는 생태적 측면과 경제적 측면 사이에 선 딜레마들이 곳곳에서 나타난 데 따른 지적이다.

7일부터 제주 표선면에 위치한 해비치 호텔에서 개최되고 있는 ‘2010 월드트레일 컨퍼런스’에서 둘째날 행사로 8일 열린 ‘기조발표’에서는 지금까지의 생태관광에 대해 비판적이고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 제종일 도시와자연연구소 소장ⓒ제주의소리
제종일 도시와자연연구소 소장은 트레일을 지나는 도보여행자에 대한 현황 파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 소장은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는 길이기 때문에 몇 명이 다녀갔는지 파악해야 한다. 이러한 정보가 없이는 지속가능한 생태관광이 어렵고 생태를 강조하며 출발한 트레일이 오히려 생태계에 악영향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걷는 트레일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서도 그는 “생태관광은 생태와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어 분명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한편 지역의 자연을 지켜 생태관광의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국내 도보여행의 선도 위치에 있는 제주올레는 반드시 이 두가지 모두를 지켜내야 하며 제주올레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그는 또 (사)제주올레를 향해 “생태자원 보전에 대한 새로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며 “올레길에 대한 성과를 냉정히 평가하고 향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계획 수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기조발표자로 나선 국제생태관광협회 창립자 다카야마 마사루는 ‘자연친화적인 관광지’로 홍보되고 있는 제주 관광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마사루 씨는 “자연친화적으로 보이는 제주도에서 성산일출봉에 많은 단체관광객이 몰려 있는 모습을 봤다. 제어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단체 관광객을 인솔해선 안된다”며 “성산일출봉이 유네스코에 등재된 자연유산인지 의심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 다카야마 마사루 국제생태관광협회 창립자. ⓒ제주의소리
그는 “제주도의 모든 홍보물들을 봤는데, 사람들도 자연 친화적이고 균형이 이뤄졌다고 홍보됐지만 이런 광경은 기대와 달랐다”며 “기대가 무너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올레에 대해서도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올 때 어떤 상태가 될지 최악의 시나리오를 짜봐야 할 필요 있다”며 “예산을 장기적인 목적을 가지고 써야 하고 한국의 경우 공동으로 코스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지난달 기준 2007년 개장 이래 100만명 이상이 다녀간 제주올레를 비롯한 유명 도보여행길의 ‘수용력’에 대한 논의가 또다른 이슈가 됐다.

이상윤 (사)숲길(지리산둘레길) 상임이사는 “지리산 둘레길 역시 예측 시스템을 통해 예측 후 코스를 개방했지만 그럼에도 과부하 걸렸다”며 “예약 탐방제 등을 통해 적정규모 수용규모를 이용토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상임이사는 "행정에서는 계속해서 방문객들이 늘 것이라 판단하고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에는 이용자들에 대한 교육 문제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휘 (사)한국의길과문화 상임이사 역시 “수용인원을 어떻게 산정할 지 애매하고 어협다”며 “이용자 관리하기 위해서는 사전 예약제가 이뤄져야한다. 이를 통해 트레일 위에서 지켜야 할 사전 수칙을 익히도록 하고 준비된 사람들이 올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 왼쪽부터 정휘 (사)한국의길과문화 상임이사, 이상윤 (사)숲길 상임이사, 좌장을 맡은 김성일 세계자연보전연맹 이사, 다카야마 마사루 국제생태관광협회 창립자, 제종길 도시와자연연구소 소장, 김지인 스위스 관광청 한국사무소 소장. ⓒ제주의소리

반면 스위스 관광청 소속인 김지인 한국사무소 소장은 기관과 주민의 입장을 대변해 눈길을 끌었다. 김 소장은 “환경을 보존하자고 제안하는 것은 이해되지만 주민들의 경우 반발이 예상된다”며 “스위스 네이쳐 파크의 경우, 제약의 강도에 따른 존(zone)을 설정해 분리해 관리한다”고 말했다.

제종길 소장은 “국토가 좁은 반면 인구가 많은 한국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오는 것 막을 수 없고 그것이 수익을 제공하기 때문에 적정선에서 시설 부분은 불편하지만 도입할 필요 있다”고 말했다.

서명숙 이사장은 “제주올레가 폐쇄된 공간이 아닌 사람과의 소통 위해 마을길 지나는 길인 만큼 인위적으로 막을 방법은 전혀 없다”면서 “제주올레 코스 개발이 빨랐던 이유에 대해서도 ‘분산의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

서 이사장은 “올레가 알려지기 시작하자 하루 이틀 단시간에 제주올레를 맛보고 싶은 사람들이 여행사를 통해서 올레 데려다달라고 하면 7코스 데려다 준다. 그래서 한 코스에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면서 “여행사들에 부탁하고 싶다. 관광공사에도. 제주올레 아낀다면 자산으로 갖고가고 싶다면, 수행여행객들은 올레길에 투입시키지 말길 바란다. 하지만 강제할 길은 없다”고 토로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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