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스님의 편지] 내가 떠나보내고 돌아올 뿐입니다

▲ 황혼같은 낙엽이 산사의 대지위로 내려올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제주의소리

나무가 옷을 벗어
온기를 빼앗긴 대지를 덮어놓고
시린 황혼 길을 따라 어디론가 떠나갑니다.
다 털어버리고 가니 홀가분할 터인데
뒷모습 바라보다 시점 잃은 나의 눈살은
텅 빈 허공을 떠다닙니다.

▲ 자유  ⓒ제주의소리

그렇게
낙엽이 새처럼 자유를 찾아 떠난 자리로
새는 낙엽 되어 돌아옵니다.
이별의 싸늘한 가슴에
위안의 춤사위라도 펼치듯
붉은 단풍놀이가 끝나면
무채색의 군무는 펼쳐집니다.

▲ 산사의 붉은 단풍  ⓒ제주의소리

철새들의 고향을 어디일까요.
새들은 얘기합니다.
당신은 시린 겨울이 온다지만
우리들에겐 따뜻한 남쪽 나라입니다.
라고.

▲ 떠나고 돌아오고  사진=오성 스님 ⓒ제주의소리

하여, 저들이 떠나고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떠나보내고 돌아올 뿐입니다.
따라, 시리다 따뜻하다 변덕을 일으킵니다.
따라, 비워지다 채워지다.
따라, 춤추다 적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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