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조훈 전 부지사, 진상조사.학술문화위 신설 제안
'5대 난제' 진단 "대선정국 등에서 도민역량 모아야"

한국 현대사의 최대 비극인 제주4.3이 정부의 진상조사보고서로 어느정도 실태를 드러냈지만 여전히 진상규명이 미흡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자타가 인정하는 '4.3전문가'인 양조훈 전 제주도 환경부지사는 20일 열린 토론회에서 '제주4.3평화재단 사업,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2003년 확정된 진상조사보고서로 총론 부분은 어느정도 규명됐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규명해야할 사항이 많다며 추가 진상조사 필요성을 제기했다.

▲ 양조훈 전 환경부지사 ⓒ제주의소리
국무총리 소속 제주4.3사건진상규명위원회(4.3위원회) 수석 전문위원과 제주4.3평화재단 상임이사를 지낸 양 전 부지사는 4.3이 금기시됐던 시절부터 줄곧 4.3을 연구해왔다.

그는 시급히 추진해야할 사업으로 행방불명 희생자 실태조사를 꼽았다. 전국의 형무소에 갇혀있다가 한국전쟁 직후 집단학살 등으로 행불된 피해자에 대한 실태조사가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적으로는 도내 마을별 피해 실태조사를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이 두가지 사안은 장기적인 계획 아래 연차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재일동포를 대상으로 한 피해실태 ▲후유증 및 연좌제 피해사례 ▲여성 및 어린이 피해실태 ▲집단학살 당시 지휘체계 등을 규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추가 진상조사와 다양한 문화.학술사업을 위해 가칭 '진상조사 및 학술문화위원회' 신설을 제안했다. 

양 전 부지사는 '다크 투어리즘'의 대명사인 4.3평화공원의 활성화를 위해 '4.3평화공원 운영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도 했다.

2008년 개관한 4.3기념관에 방문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미비점이 많다고 진단했다. 전시시설 보완 뿐 아니라 전시 연출, 사료 관리, 역사교육 프로그램 개발, 상징조형물 추가 설치, 평화기원 공간 마련, 내방객 유치 전략이 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공무원 겸임 중심의 4.3평화재단 조직 개편 필요성도 제기했다. 명실상부한 민관협력 체제를 실현하기 위해 방안이라는 것이다. 단계적으로 민간 전문가를 충원하되 궁극적으로 민간 전문가와 공무원의 비율이 50 : 50이면 바람직하다고 봤다.

4.3평화재단은 4.3평화공원과 기념관의 운영.관리, 추가 진상조사, 희망자 추모, 유족 복지사업, 문화.학술사업, 국내외 평화교육사업 수행을 목적으로 2008년 11월10일 출범했다.

특히 양 전 부지사는 제주4.3이 '5대 난제'에 처해있다며 대처 전략을 소개했다. 그가 말하는 5대 난제는 ▲4.3추모기념일 제정 ▲보상 및 생계비 지원 ▲평화재단 기금 확보 ▲평화공원 3단계 사업 ▲희생자 등의 추가 신고.

2003년에 4.3위원회가 정부에 제출한 7대 건의안에 들어있던 추모기념일 제정은 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했다. 당시 행정자치부(지금은 행정안전부)는 유사 사건의 기념일 지정 요구가 잇따를 수 있다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4.3평화재단이 정부와 정치권에 줄기차게 요구하되, 올해 기념일 제정을 이끌어낸 마산 3.15기념사업회의 활동을 본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상은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사건에 대한 정부의 보상 불허 원칙에 묶여 의료비 지원 말고는 진전을 못보는 사안이다. 내년에 처음으로 고령 유족에게 생계비를 지원하기 위해 국비 5억원이 편성됐으나 예산안 기습처리로 결국 반영되지 못했다.

500억원을 목표로 잡았던 평화재단 기금은 현재 6억2500만원 뿐이다. 당초 정부가 400억원 출연을 약속했으나 국가 재정운영상 일시 출연이 어렵다며 매년 20억원만 재단 사업비로 지원해왔다. 대선정국을 활용한 정치적인 전략과 함께 민간인 출연 방안도 고려해봄직 하다고 했다.

평화공원 3단계 사업과 희생자 추가 신고를 위한 공감대 형성, 실태파악, 논리개발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양 전 부지사는 "4.3평화재단은 4.3문제 해결의 구심체로서 그 역할이나 위상, 소임이 매우 중요하며, 지금까지의 4.3 과거사 청산보다 앞으로 있을 4.3평화재단의 활동이 더 중요하다"며 "다섯가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민 여론을 결집시켜 다가올 대선 정국 등 필요한 시점에서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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