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바로 세우는 도의회를 기대하며

  어제 경찰은 강정마을에서 제주해군기지 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던 신부와 목사, 시민단체 회원, 강정마을 주민 등 34명을 무차별 체포하고 강제 연행했다.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도의원들이 체포된 사람들의 조속한 석방을 요구하자 서귀포경찰서장은 “법대로 처리했다”고 하며 이를 일축했다고 한다. 법대로 처리한 것이 사실이라면 아마 체포ㆍ연행된 34명은 비록 12시간 만에 전원 석방되기는 했으나 모두 법에 따라 업무방해죄 등으로 처벌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도지사의 하자 있는 절대보전지역변경처분에 대하여는 그 위법성 판단을 아예 회피하여 결과적으로 불법적인 공권력 행사에 면죄부를 주고, 그로 인한 공사 개시에 항의하며 저항하는 도민들에 대해서는 ‘법대로’ 처리해서 체포ㆍ연행하고 처벌을 한다면 그것이 정녕 법인가. 강자 앞에선 약하고 약자 앞에선 강한 것이 법이란 말인가.

  2010년 겨울 제주 땅에서 법은 강자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 그런 참담한 현실을 지켜보며 법률가인 필자로서는 법이란 과연 무엇인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법의 한자어인 法은 약자이고 본자는 灋이다. 즉 법은 氵(물수, 공평을 의미), 廌(해태치, 정의를 의미), 去(갈거, 강제를 의미)의 세 글자가 합한 것이다. 정의가 물처럼 공평하게 흐르게 만드는 것이 법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강자의 불법은 눈감아 주고 약자의 불법은 추호같이 다스린다면 그것은 이미 정의와 공평을 잃어버려 법이라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제주 땅에서 법을 바로 세워야 한다. 그것은 강자의 불법을 용납하지 않는데서 시작된다. 그래야 정의가 물처럼 공평하게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해군기지 문제가 최대 현안인 제주사회에서 강자의 불법의 대표적인 경우는 바로 하자 투성이인 절대보전지역변경처분이다. 따라서 법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절대보전지역변경처분의 취소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공권력이 함부로 법과 도민을 무시한 행정을 펼치지 않을 것이고 정의가 강물처럼 흐를 수 있다. 그 다음 해군기지 문제를 민주적이고 적법한 절차에 기해 다시 풀어나가면 된다.

  그런데 누가 법을 바로 세울 것인가. 법원마저도 회피한 그 역할을 누가 할 것인가. 필자는 도의회에 마지막 기대를 건다. 작년 말 도의회는 절대보전지역변경처분에 대한 동의안을 날치기로 처리한 바 있다. 그런 도의회가 이번에 그 동의의결을 취소하는 부분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도의회가 동의의결을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취소하면 동의의 효력이 소급적으로 상실되어 절대보전지역변경처분은 도의회의 동의가 없는 위법한 처분이 됨이 명백해진다. 따라서 법을 준수해야 하는 도지사 역시 절대보전지역변경처분을 직권취소할 수밖에 없다. 설사 도지사가 직권취소를 하지 않더라도 특별법을 명백하게 위반한 처분이 되어 법원은 그 효력을 부인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도의회의 동의의결 취소는 제주 땅에서 법을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에 대해서 도의회가 일단 동의의결을 한 이상 이를 취소할 수는 없지 않는가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도의회가 자신이 한 의결을 그 의사일정이 종료된 후 새로이 소집되는 회의에서 철회하거나 취소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홍정선, 신지방자치법, 264면 참조). 또한 대법원도 지방의회가 승인한 결산안에 대해 그 승인을 철회한 것이 문제된 사안에서 지방의회의 의결도 적법한 절차에 의해 철회 내지 취소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1963. 11. 28. 63다362 판결 참조). 따라서 도의회가 절대보전지역변경처분에 대한 동의의결을 취소하는데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 신용인 제주대 교수
  지금 제주사회는 기로에 서 있다. 제주사회가 계속 법이 무너지면서 힘없는 서민들만 고통당하는 세상이 될 것인지 아니면 법이 바로 세워지고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으로 나아갈 것인지의 갈림길에 있다. 그러기에 도의회의 행보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신용인 제주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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