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림 의장의 견해에 대한 반론

  어제 제주도의회 문대림 의장은 강정주민들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지난 8대 도의회에서 날치기로 처리한 절대보전지역 변경 해제에 대한 동의(이하 본건 동의라고만 하겠다)를 9대 도의회에서 취소하는 문제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고 한다.

  문의장이 밝힌 부정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각 언론사마다 조금씩 다르게 보도를 해서 정확한 내용은 알기는 쉽지 않으나 종합하여 살펴보면, 절대보전지역 해제는 도지사의 전속권이기 때문에 지사의 의지 없이는 의회에서 별도 처리가 사실상 힘들뿐 아니라 가령 의회가 별도로 결의안을 상정한다 하더라도 도지사가 재의 요구를 할 것이 분명하고 재의결이 되면 다시 대법원에 제소할 것이므로 결국 집안싸움을 하는 꼴이 된다는 점을 든 것으로 보인다.

  문의장과는 작년 말 해군기지 문제로 함께 고민을 하면서 깊은 교감을 나눈 적이 있다. 그 때 필자는 문의장이 강직하고 소신 있는 정치인으로서 제주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 누구보다도 깊다는 점에 깊은 감동을 받았고 그 후 계속 문의장을 존경해 왔다. 지금도 문의장을 존경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으며 문의장이 앞으로 제주를 위해 큰일을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문의장이 “교수이고 판사를 지냈었다고 해서 무조건 다 맞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며 필자의 이름까지 거명하면서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한 이상 필자 역시 반론권 차원에서, 그리고 도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문의장의 견해에 대해 반론을 펼쳐보고자 한다.

  우선 절대보전지역 해제는 도지사의 전속권이기 때문에 지사의 의지 없이는 의회에서 별도 처리가 사실상 힘들다는 점에 대해 살펴본다. 특별법은 절대보전지역을 지정하거나 변경하는 권한을 도지사에게 부여하고 있다. 동시에 그에 대한 동의권을 도의회에게 부여하고 있다. 만일 절대보전지역 해제가 도지사의 전속권이라면 그에 대한 동의권은 도의회의 전속권이다. 절대보전지역 해제에 대한 동의를 하느냐 여부는 전적으로 도의회의 몫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본건 동의가 적법절차를 준수하지 못한 하자가 있어 이를 취소하는 경우에는 도지사의 관여 없이 도의회가 독자적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고 또 바람직하다.

  다음으로 도지사가 재의요구를 하고 대법원에 제소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 살펴본다. 도지사의 재의요구는 어느 경우에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도의회의 의결이 월권이거나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치는 경우에만 할 수 있다(지방자치법 제107조 제1항). 도의회가 자신의 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대하여 법을 바로 세우겠다고 하는 의결이 어떻게 월권이거나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치는 것이 되겠는가. 나아가 대법원 제소는 재의결이 법령에 위반된 경우에 한하여 할 수 있다(지방자치법 제107조 제3항). 날치기로 처리하면서 법령을 위반한 안건을 바로 잡겠다는 의결에 대해 법령위반 운운하며 제소를 한다는 것 자체가 상식을 벗어나는 무리수다. 따라서 필자는 도지사가 법을 준수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한 재의요구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한편 문의장은 강정주민들에게 “도지사가 직권취소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인데 왜 그 길을 피하느냐”라고 말했다고 한다. 문의장의 말대로 도지사가 직권취소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은 맞다. 그러나 이는 정치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도지사는 중앙정부와 강정주민 사이를 중재해야 할 궁극적인 주체이다. 또한 해군기지 말고도 도정과 관련해서 중앙정부와 협상할 일이 많이 있다. 그런 도지사가 앞장서서 직권취소를 하게 되면 중앙정부와의 관계상 부담이 너무 크고 제주도 차원에서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수 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중앙정부로부터 자유로운 도의회가 먼저 본건 동의를 독자적으로 취소하고, 그 다음 도지사가 이를 근거로 하여 직권 취소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신용인 제주대 교수
  필자가 보기에는 본건 동의의 취소 문제는 기본적으로 법률적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결단의 문제다. 국가안보상 제주에 해군기지가 반드시 필요하다면 민주적이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들어와야 한다. 그럼에도 지금처럼 해군기지가 법과 도민을 무시하고 들어온다면 결코 정당성을 얻지 못해 제주사회는 그로 인해 계속 분열과 갈등을 거듭하게 될 것이다. 제주의 미래가 해군기지 때문에 암울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도의회가 법을 바로 세우고 제주의 자존심을 살리는 결단을 내린다면 모든 공권력은 법과 도민을 존중할 것이고 제주는 분열과 갈등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제주사회가 한 차원 높게 도약하면서 진정한 도민통합의 길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신용인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제주의소리>

<제주의 소리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