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후 서귀포시장의 견해에 대한 반론

  <제주의 소리> “마을현안 논의 시작…해군기지 갈등 물꼬 틀까?”라는 제목의 기사에 의하면 어제 저녁 고창후 서귀포시장은 강정마을 주민들과의 대화의 자리에서 절대보전지역 해제처분에 대한 도지사의 직권취소 요구에 대해 “저의 법률지식과 견해로는 도지사가 직권취소하는 방법은 없다”고 했다고 한다.

  필자는 그 기사를 접하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처분청이 자신이 한 위법ㆍ부당한 처분을 직권취소할 수 있다는 것은 행정법의 ABC이기 때문이다. 홍정선 교수의 행정법원론(상)에는 “처분청은 명문의 근거가 없어도 직권취소할 수 있음은 의문이 없다”라고 적혀있다(제8판 412면 참조). 또한 박균성 교수의 행정법론(상)에는 “처분청은 자신이 한 위법 또는 부당한 처분을 법적 근거 없이 취소할 수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며 학설에도 이론이 없다”라고 적혀있다(제9판 408면 참조). 참고로 위 두 교수의 책은 전국의 로스쿨 학생들이 가장 많이 보는 행정법 교재다.

  따라서 처분청인 도지사는 절대보전지역 해제처분을 위법ㆍ부당하다는 이유로 직권취소할 수 있음은 자명한 이치이다. 변호사인 고창후 시장이 이를 모를 리 없을 것인데 왜 그런 발언을 했는지 그 속뜻이 궁금하다.

  다만 법적으로 볼 때 도지사의 절대보전지역 해제처분 직권취소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첫째, 절대보전지역 해제처분은 도의회의 동의를 얻어 이루어진 것이므로 직권취소 역시 도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하여는 하자 있는 처분을 시정하는 조치이므로 도의회의 동의가 필요 없다는 견해와 직권취소는 사실상 변경처분에 해당하므로 도의회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대립할 수 있다. 두 견해 모두 나름대로 일리가 있으므로 궁극적으로는 법원의 판단으로 결론이 날 것이다.

  둘째, 지방자치법은 주무부장관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처분이 법령에 위반하거나 현저히 부당하여 공익을 해한다고 인정될 때는 시정명령 및 취소 등을 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단 자치사무의 경우에는 법령위반에 한하여 시정명령 및 취소 등을 할 수 있고 이에 대해서는 도지사가 대법원에 소를 제기하는 방법으로 다툴 수 있는데 절대보전지역 해제처분은 도지사의 자치사무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도지사가 직권취소를 할 경우 주무부장관은 법령위반(예컨대 도의회 동의절차 생략)을 핑계 삼아 시정명령을 하고 도지사가 이에 응하지 않으면 역시 법령위반을 이유로 직권취소를 다시 취소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두 가지 법적인 문제는 도의회가 절대보전지역 해제처분에 대한 동의를 취소하면 해결이 된다. 즉 도의회가 동의를 취소해 버리면 직권취소의 경우 도의회 동의를 요하는지 여부를 따질 필요가 없어지고, 주무부장관은 법령 위반 등을 이유로 내세울 명분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필자는 정치적인 이유 외에도 위와 같은 점을 감안하여 도지사의 직권취소에 앞서 도의회의 동의취소를 주장하는 것이다. 

  물론 그 외에도 해군본부의 신뢰보호의 문제 등이 야기될 수는 있으나 절대보전지역해제처분의 경과에 비추어 볼 때 해군본부의 신뢰를 법적으로 보호가치 있는 신뢰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신용인 제주대 교수
  필자의 입장에서는 도지사의 직권취소의 문제는 도의회의 동의취소의 문제와 마찬가지로 법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결단의 문제다. 도지사가 강정마을 주민들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처럼 느끼고 법을 바로 세우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직권취소를 할 수 있다. 따라서 고창후 시장은 차라리 이렇게 솔직하게 말했어야 했다.

  “법적으로는 도지사가 절대보전지역 해제처분을 직권취소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곤란합니다.”/신용인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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