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수 칼럼] 해군기지, 강정마을갈등의 해결방안은 없는가

 지금 제주도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큰 현안은 해군기지 문제이다. 강정지역에 선정되고서 지금껏 3년 8개월 동안 갈등과 분열이 지속되고 있다. 언제 해결될 수 있을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정부는 국가안위와 남방수송로의 보호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제주도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준다는 입장이고, 반대쪽은 4.3을 기치로 한 평화의 섬과 자연유산을 간직한 제주도에는 걸맞지 않으며 국책사업을 구실로 절차적 정당성마저 훼손하면서 추진되는 점도 옳지 않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2014년 준공예정으로 계속 진행 중이고, 반대쪽 역시 추호에 물러설 기미가 없다. 그 온도차가 너무 커 접점(接點)을 찾기도 쉽지 않다. 양보와 타협, 섣부른 중재로 해결될 수도 없을 게다. 예나 지금이나 그래왔듯 이대로 제 갈 길을 갈 것이다. 각자 옳고 그름을 넘어 공동선(共同善)을 추구하는데 따른 방식과 내용이 너무나 다르기에 서로 그것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 2008년 8월 강정마을 주민 80여명이 해군기지의 부당성을 알리며 도보순례에 나섰다. ⓒ제주의소리DB(고유기 시민기자)

   하지만 이 시점에서 정말 아쉬운 게 있다. 왜 그러질 못했을까. 만일 그랬다면, 강정마을만큼은 지금과 같은 극심한 갈등과 분열, 아픔과 상처들이 덜했을 텐데. 2008년 8월 여름에 어린이, 부녀자, 노인 포함한 강정마을 주민들 80여명이 해군기지의 부당성을 알리려 도보순례를 하였다. 땡볕과 아스팔트지열 때론 폭우를 맞으며 걸었다. 잠시 휴식할 때 보면, 물집이 터져 발이 헤지고 피가 나기도 했다. 일흔 넘은 분의 뺨을 타고 웬지 모를 눈물이 흘러 내렸다. “이게 뭔 생고생이여, 하늘도 무심하지.” 그렇거늘 당시 정부와 해군, 도정 관계자 그 누구도 위로는커녕 찾아 오지조차 않았다. 그때 책임있는 관계자들이 용기를 내어 찾아왔다면, 겉으로야 냉랭했을 지도 모르지만 마음은 조금 덜 아프고 괴로웠으리라.

   그 이후부터 갈등은 눈덩이처럼 커져갔다. 여기다 진정성있는 모습마저 턱없이 부족했다. 기껏 한번 찾아와 만나고 돌아가선 주민들의 갈등해소에 노력을 다 했다거나 마치 금방이라도 갈등이 해결될 것처럼 말을 해댔다. 억울함과 섭섭함, 분노와 상처가 난마(亂麻)처럼 얽히고 설켜 있거늘 하루아침에 그 정도의 성의(?)로 풀 수 있다는 안이한 정책적 판단과 잘못이 화근였다. 더구나 갈등의 일차적 원인 제공자는 정부인데도, 병풍 뒤에 죽은 영혼마냥 숨어 권한도 없는 ‘투명인간’들을 내세워 해결하려는 무성의와 무관심이 더욱 갈등을 확대재생산해 냈다. 이는 찬성과 반대를 떠나 강정주민은 물론 대다수 도민의 느낌일 게다. 

▲ 도보 순례 중에 길거리에 앉아 쉬고 있는 강정주민들. ⓒ제주의소리DB(고유기 시민기자)

▲ 도보 순례로 생긴 상처를 붕대로 감은 강정주민의 발. ⓒ제주의소리DB(고유기 시민기자)

   이제 정부는 병풍을 걷어차고 나와라. 직접 해명도 하고 하소연을 들으면서 주민들의 생각과 의견을 겸허히 헤아려라. 한번, 아니 수십 번이라도 찾아와야 한다. 이명박대통령은 서울시장시절에 청계천의

▲ 고병수 신부(천주교제주교구 복음화실장) ⓒ제주의소리
복원을 위해 주민들을 수천 번이나 만났다고 하질 않나. 4백년 설촌이래 오손도손 부모형제, 이웃사촌으로 이루어진 정(情)깊은 혈연공동체를 쪼개고 나눠버린 것만도 큰 잘못이다. 더 이상 아프게 하지 말라. 주민들의 소리마저 듣지 않고 법적 절차가 다 완료되었으니 사업 못할 이유가 없다며 밤고양이처럼 몰래 바위를 깨고 부수는 행위가 부끄럽지 않는가. 차라리 정부는 떳떳하게 주민들을 찾아와 만족할 만한 공감대와 동의를 구한 후에, 주민들 전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이게 솔직히 평화의 섬 제주가 제발 손상되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마음 한편으로 현재 갈등과 분열을 극복하여 주민들의 얼굴에 옅은 미소라도 볼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길이 아닐까 싶다. / 천주교제주교구 복음화실장 고병수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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