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걸으며 길을 묻다] (6)싱가폴, 원칙과 신뢰의 도시

‘주무시는 척 하지 마세요, 필요한 분에게 자리양보를’

도시 동쪽 해안의 트레일을 보려고 탄 싱가폴 시내버스 차창에 붙은 문구다. ‘21세기 최고의 첨단을 지향하는 이 거대도시가 겉보기와는 다르게 삶의 해학과 여유를 가지고 있는’ 울림으로 다가왔다. 

▲ 싱가폴 시내버스 차창에 붙은 ‘자는 척하지 말고 자리를 양보하시라’는 문구
  그렇게 작은 감동으로 ‘싱가폴 걷고 생각하기’는 시작되었다. 제일 먼저 들른 곳은 이스트 코스트 파크(East Coast Park). 세계 일류수준의 항공서비스를 자랑하는 창이공항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싱가폴의 국민휴식처이다. 여러 개의 공원이 ‘활동형 여가’ 개념으로 연결되어 있는 광범위한 지역으로 워킹 조깅 하이킹 인라인스케이팅 피싱 등 다양한 레포츠를 즐기도록 설계되어 있다.

▲ 싱가폴 이스트 코스트 파크
▲ 싱가폴 이스트 코스트 산책로
▲ 싱가폴 이스트 코스트 낚시터 소개

▲ 싱가폴 이스트 코스트 파크내 식당
  싱가폴은 제주도의 2/3 정도, 땅덩어리(면적 682.7㎢)가 좁다. 그러면서도 있을 건 다 있다. 특히 ‘정원도시(Garden City)'라는 이름에 걸맞게 도시 전체가 공원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느낄 정도로 유달리 녹지가 많다. 그래서 그런지 무턱대고 도시를 걸어 다녀도 좋다.

  ‘Original Singapore Walks'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이 공식적으로 제안되어 있다. 영국 식민지 시대의 옛길을 걷는 것, 리틀 인디아 차이나타운 아랍의 거리를 걸으면서 다민족 복합문화를 보는 것, 싱가폴 리버를 따라 마리마 베이까지 걸으면서 도심의 낭만을 느끼는 것 등.

  싱가폴 도시걷기는 도심 한복판에 자리잡은 캐닝 포트(Canning Fort)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열대 숲길의 싱그러운 향을 마시고 싱가폴의 역사까지 읽으면서 공원을 한바퀴 죽 돌고나면 싱가폴 리버(Singappore River)로 내려온다.

   
▲ 싱가폴 도심 캐닝 포트 워크
▲ 싱가폴 도심 캐닝 포트 워크
  19세기까지 부두와 창고로 이용되었던 선창 클라크 키(Clarke Quay)를 중심으로 도심 속 강변을 따라 노천식당 카페 라이브 바가 죽 늘어서 있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저녁식사를 즐기기에 안성맞춤. 그러나 찾아간 때가 오후여서 선창은 조용히 낮잠이 든 듯 졸고 있었다.

▲ 싱가폴 도심 캐닝 포트 워크


▲ 싱가폴 클라크 키 도심 산책로

▲ 싱가폴 클라크 키 도심 산책로

    
  다시 클라크 키를 뒤로 하고 센트럴 지역을 에두르며 마리나 베이까지 죽 걸어나가면 앤더슨 다리를 건너고 머라이언(Merlion)공원이 나온다. 싱가폴의 옛 명칭인 '테마섹(Temasek: 바다의 마을)'에 널리 알려진 전설속의 동물 ‘머라이언’은 1964년 부터 지금까지 싱가폴의 공식 상징으로 되어 있다.

  머라이언상 왼쪽으로 알루미늄 물고기 비늘처럼 빛나는 달팽이 모양의 포스트 모던한 건축물이 보이는데 싱가폴의 복합 문화예술공간인 에스플래네이드(Esplanade)이다. 2천석이나 되는 콘서트홀과 대규모 극장이 자리잡고 있고 3층에 도서관이 있는 것이 눈에 띈다.


▲ 싱가폴 상징 머라이언상
▲ 싱가폴 복합 문화예술공간 에스플래네이드
  머라이언 공원 정면으로 마리나 베이를 끼고 머리에 배(ship)를 이고 있는 특이한 세 쌍둥이 건물이 눈에 확 들어온다. 우리나라 쌍용건설이 지은 싱가폴의 새로운 랜드마크 ‘마리나 베이 샌즈(Marina Bay Sands) 리조트'이다. 특히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은 3개 동이 각각 들입(入)자 구조로 피사의 사탑보다 10배나 더 기울어진 특이한 형태를 하고 있다. 호텔에 들어서니 여러 층에 걸쳐 거대한 쇼핑몰이 만들어져 있다. 맨 아래층은 바닥이 깊게 패였는데 나중에 바닷물을 들여와 호텔 안으로 배가 다닐 수 있게 할 계획이란다. 호텔 옥상에는 3개 동을 가로지르는 선박 모양의 스카이파크도 있다. 이 곳에서는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쇼핑을 동시에 즐길 수 있지만 카지노가 핵심이다.

▲ 싱가폴 마리나 베이 샌즈

  카지노 도입과 함께 2015년 관광객 1천700만명에 210억달러의 관광수입을 거둔다는 게 싱가폴 카지노 전략구상이다. 물론 마약과 매춘을 금지하고 술과 담배까지 규제하는, 심지어는 껌까지 살 수 없는 ‘클린(clean)' 도시 싱가폴의 카지노 선택에는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동서양을 연결하면서 중계무역으로, 다시 정보와 교육 및 의료산업으로 국민소득 3만달러를 달성한 싱가폴.

  그러나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국민소득 4만달러를 넘어 서려면 강항 임팩트(impact)가 필요했다. “싱가폴은 후진국의 일등이 아니라 선진국의 꼴찌를 원한다” 지도자 리콴유 전수상의 말이다. 마카오의 잭팟 터지는 소리에 부아가 난 싱가폴은 윤리대신 경제를 선택한 것이다.

  싱가폴 카지노는 외국인들은 무료입장인데 반해 내국인들은 100 싱가폴 달러(약 8만원)를 입장료로 내야하며, 만 21세 이상의 성인만 출입할 수 있다. 또한 일정액 이상을 베팅할 경우 소득조사를 실시하고, 본인이나 가족이 도박중독으로 신고하면 절대 재입장할 수 없다.

  말레이어로 평화와 고요를 뜻하는 센토사(Sentosa)는 싱가폴의 남단에 위치한 섬(5㎢)으로 여의도보다 조금 작다. 걸어서 한 바퀴 둘러보기에 좋다. 물론 센토사 안에서 트램과 셔틀버스를 무료로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지난 3년 동안 말레이시아 리조트 대기업인 겐팅그룹이 5조원 이상을 투입해 리모델링하는 리조트 월드 센토사는 먹을거리, 즐길거리, 그리고 상상을 펼칠 수 있는 모든 것이 있다. 그야말로 ‘올인원(All in One)'. 동남아 최초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각종 테마파크, 다양한 콘셉트의 최고급 호텔들, 그리고 기업의 행사나 결혼식 등 이벤트를 하기 알맞도록 첨단 시설이 완비된 대형 볼룸과 연회장, 1600여석의 대극장과 럭셔리 카지노 등 현대관광의 종합선물세트를 보는 듯하다. 

  센토사 사례는 관광개발은 처음 개발뿐만 아니라 다시 개발이 매우 중요함을 보여준다. 1960년대부터 개발을 시작해 아직도 처녀개발만 시도하려는 제주로서는 재개발(리모델링)을 고려할 때가 되었고 그와 관련해서 따르고 배워야 할 점이 한둘이 아니다.

   

▲ 개발이 한창인 싱가폴 센토사

▲ 싱가폴 센토사 비치 트레일
▲ 싱가폴 센토사 비치 트램
▲ 싱가폴 센토사 비치
▲ 싱가폴 센토사에서 바라본 남태평양
  오늘의 싱가폴을 있게 한 지도자 리콴유의 리더쉽을 두고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이렇게 말했다.

  "시대가 인물을 만드느냐, 인물이 시대를 만드느냐 하는 오랜 논쟁에서 싱가폴은 후자가 옳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싱가푸라(Singa Pura)' 사자의 도시, 싱가폴

관광객에게 항상 재미있고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 위해 부지런한 곳.
원칙과 신뢰의 사회자본이 세계 최고수준인 지역.
국민이 절대적으로 정부를 믿고 따르고 정부역량이 대단한 지역.
말레이 아랍 인도 중국 등 ‘날’ 문화와 개성을 존중하고 이것을 융합하여 새로운 역사를 짓는 곳.

  경제도, 고용도, 발전도 십년 이상을 박스권에 갇혀 추가적인 추세상승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답답한 제주, 이런저런 계기만 있으면 웃고 칭찬하기 보다는 싸우고 갈등하는 제주, 뭐든지 ‘좋은게 좋다’고 적당히 하는 데 익숙한 제주, 공적(公的) 관계의 일들을 사적(私的) 관계로 생각하고 처리하는 제주,  대한민국의 1%, 그 작은 힘마저 서로 갈등하고 싸워서 흩어버리는 제주.

  이 제주가 미약한 힘들을 그래도 하나로 모아 세계로 나가려고 한다면, 이른바 글로벌 스탠다드(global standard)라는 것을 이제는 갖춰야 한다면, 싱가폴 그 원칙과 통합의 세계도시를 눈여겨 보아야 한다. / 송재호

   

송재호 교수는 서귀포시 표선면 출신으로 제주제일고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학고 경기대에서 경영학 석사와 박사를 받았다.

현재 제주대 교수(관광개발학과)로 재직중이다. 현실정치에도 관심을 둬 민주당 열린우리당내 개혁세력으로 활동해 왔으며 참여정부에 발탁돼 국책연구원장인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으로 2년6개월동안 재임하면서 ‘섬UN’ 창설과 ‘한-중-일 크루즈관광’ 활성화를 제안하는 등 제주관광국제화를 다지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 제주글로벌상공인대회 조직위원장을 맡아 국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제주상공인을 하나로 묶고, 미래 제주발전을 위한 원동력을 만들어가는 새로운 경제네트워크를 만드는 일에 전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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