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걸으며 길을 묻다] (7) 미국 그레이트 스모키 마운튼
세계자연유산 보존과 이용의 놀라운(?) 모델

내 무덤가에 서서 울지 마세요.
나는 거기 없고, 잠들지 않았습니다.
나는 이리저리 부는 바람이며
금강석처럼 반짝이는 눈이며
무르익은 곡식을 비추는 햇빛이며
촉촉이 내리는 가을비입니다.
당신이 숨죽인 듯 고요한 아침에 깨면
나는 원을 그리며 포르르 날아오르는
말없는 새이며
밤에 부드럽게 빛나는 별입니다.
내 무덤가에 서서 울지 마세요.
나는 거기 없습니다.
죽지 않았으니까요

- 체로키 인디언의 기도

  ‘땅’을 어머니로 생각했다는 체로키(Cherokee) 인디언의 고향, 그레이트 스모키 마운튼(Great Smoky Mountain). 미국 중서부 테네시주와 노스 캐롤리나주 52만1085에이커에 걸쳐 있는 미국의 국립공원이면서 세계자연유산.

  안개가 항상 끼여 있는 산인가, 왜 굳이 ’스모키 마운튼(smoky mountain)'이라 했을까?

  이 땅에 처음 자리잡았던 체로키 인디언들은 이 거대한 산록에 정기와 영혼이 서려있다고 생각했고 그 영적인 에스프리의 색깔을 ‘연기처럼 푸르게 피어오르다’는 뜻을 가진 ‘샤코나게(Shaconage)'라는 체로키 인디언식 이름으로 불렀다. 이를 다시 영어로 ’스모키‘라 표현한 셈. 그래서 그런지 스모키 마운튼에는 항상 푸른 연기가 피어오르는 듯하였다.

▲ 그레이트 스모키 마운튼 전경
▲ 스모키 마운튼 체로키 인디언 거주지역 앙상한 나뭇가지가 인디언의 운명과 오버랩된다
  스모키 마운틴의 초기 거주인은 체로키 인디언들이었다. 1828년 조지아 주의 워드(Ward) 계곡에 살던 한 인디언 소년이 백인 장사꾼에게 갖고 놀던 금덩어리를 판 것이 체로키족의 운명을 결정지었다. 금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백인들은 체로키 부족을 영원히 추방하였다. 체로키 추방과 백인 정착의 역사는  스모키 마운틴 서쪽에 위치한 카데스 코브(Cades Cove)에 기록되어 있다.

▲ 스모키 마운튼 카데스 코브 안내서적들
▲ 스모키 마운튼 카데스 코브
▲ 스모키 마운튼 카데스 코브

▲ 스모키 마운튼 카데스 코브

▲ 스모키 마운튼 네이쳐 트레일 표지
▲ 스모키 마운튼 네이쳐 트레일
▲ 스모키 마운튼 네이쳐 트레일
  스모키 마운튼의 인디언 거주지역 쪽 입구에 있는 마운틴팜뮤지엄(Mountain Farm Museum)은 스모키의 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으로 조성되었다. 오픈 스페이스로 만들어진 것이 특징.  농촌생활의 유산을 통해 당시의 생활상을 들여다 볼 수 있다.

▲ 스모키 마운튼의 인디언 거주지역쪽 입구 마운틴 팜 뮤지엄(Mountain Farm Museum)
  이 세계유산에는 1천500종의 식물 및 40여종의 어류, 60여종의 조류와 포유류들이 서식하고 있다. 특히 야생곰을 상징으로 채택할 만큼 곰들이 많다. 1천500마리가 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트레일의 경우는 스모키 마운튼 전구역에 걸쳐 수변 산악 문화유산 등 각 영역별로 갖춰져 있다.

  전체 경관을 해치지 않도록 한쪽 구석에 배치된 화장실, 트레일 입구에 설치된 50센트 기부모금함 등이 이채롭다. 미국 국립공원은 자연환경 보전을 위해 레인저(Ranger) 시스템을 운영한다. 특히 5~6세, 7~8세, 9~10세, 11~12세, 13~14세 등 연령별로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모집하는 Junior Ranger 제도는 주목할 만하다. 

  스모키 마운튼에 관한 다양한 책자들이 판매되고 있는 데, 스모키 마운튼에 대한 소개, 스모키 마운튼의 매력물과 활동, 동식물과 경관, 트레일과 하이킹, 자동차 관광 등 거의 모든 내용을 망라한다. 이들 소책자는 내용과 상세 지도로 구성되어 있으며 가격은 1달러.

▲ 스모키 마운튼내 다양한 트레일 안내

▲ 스모키 마운튼 네이쳐 트레일과 또 다른 형태의 표지

▲ 스모키 마운튼 네이쳐 트레일 가이드북(50센트)

▲ 스모키 마운튼 트레일

▲ 스모키 마운튼 국립공원 서비스
▲ 스모키 마운튼 야외에 설치되어 있는 기부금 박스

▲ 스모키 마운튼 주니어 레인져 시스템(7-8세) 안내서

▲ 스모키 마운튼 안내 전광판과 팜플렛

▲ 스모키 마운튼 안내서들
  연간 900만명이 넘는 여행객들이 스모키 마운튼을 찾는다. 이 수치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그랜드 캐년보다 2배가 많은 것이다(그랜드 캐년 440만명, 요새미티 국립공원 330만명, 엘로우스톤 280만명). 이 많은 방문객을 대상으로 한 관광경제 효과도 놀랍다. 연방정부는 이 자연유산을 관리하는 데 2006년 기준 1억7000만달러의 정부예산을 지출했다. 세계유산으로서의 매력과 정부에 의한 철저한 관리가 인근 지역에 창출하는 경제효과는 10억달러 수준. 그 중심에 스모키 마운튼의 관문 '개트린버그(Gatlinburg)'가 있다.  

▲ 스모키 마운튼의 관문 '개트린버그(Gatlinburg)' 안내표지
  2002년 세계환경디자인상을 부여잡은 이 작은 디자인 도시가 세계자연유산을 어떻게 지역발전에 활용하고 있는지는 놀랍기까지 하다. 인구 3천800명의 소규모 도시에 컨벤션 센터와 수족관, 그리고 쇼핑관광을 위한 아울렛의 설치까지, 이쯤이면 이 작은 도시가 기울이는 경제적 노력을 짐작하고 남는다. 반대편 노스 캐롤라이나쪽 국립공원 입구인 체로키(Cherokee)에는 인디언 재활지원에 근거한 카지노 영업까지 고려하면, 돈벌이 하나만은 참으로 철저하다는 느낌이다.

  정부는 한치의 흠도 없이 인류의 자연유산을 보호하고 또 그러하다고 온 세상에 자랑하고(실제 그러니 할 말이 없지만), 민간(시장)은 그 매력물을 활용하여 모여든 방문객들의 호주머니를 완벽하게 털어낸다.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의 대부’ 미국이 보여주는 공공과 민간 부문의 역할분담에 절로 모자를 벗고 경의(?)를 표하고 싶어진다.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지질공원 - 유네스코의 환경보호 3관왕을 차지한 제주로서도 이제는 공공과 민간(정부와 시장)의 역할분담을 제대로 해서 제주의 자연, 그 천혜의 매력을 지키고 가꾸는 것도 잘 하고 돈벌이도 좀 하고 ….

  우리는 어쩌면 정부와 민간의 역할, 이 둘을 거꾸로 해서 최악의 조합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닌지 오히려 우려되는 바가 크다. 한라산 윗새산장에서 ‘컵라면’을 먹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게다가 한술 더 떠서 라면컵 쓰레기를 판매 당사자가 수거하지 않고 탐방객보고 산 아래까지 가지고 가서 버리라는 곳도 세계에서 제주만 있는 것 같다), 정부는 환경보호를 내팽개치고 오히려 돈벌이에 관심이고, 민간은 하라는 돈벌이는 하지않고 '흙을 살린다 자연을 지킨다' 하면서 정부의 역할을 대신하려 든다. 오죽했으면 민간이라도 나서야 하는 안타까움은 헤아리고 남지만, 그 열정과 노력으로 정부를 채근하고 독려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밤새 컨트리 뮤직이 들려오는 고장, 개트린버그는 탐방, 하이킹, 래프팅, 캠핑, 골프 등 자연유산을 활용한 생태 뿐만 아니라 박물관과 전통공예품이라는 문화까지 관광상품에 접목하고 있다. 시내에는‘Story of the Village’라는 쇼핑지구가 도심가로에 연해 있다. 도심의 뒷가로를 중심으로 유럽식 소규모광장, 쇼핑상점들이 배치되어 있어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또 ‘Arts and Crafts Community’가 조성되어 예술인촌과 공예학교가 협력하여 갤러리, 보석, 유리공예 등 다양한 상품들을 생산·판매한다. 상점, 스튜디오, 갤러리, 식음시설 및 숙박시설들이 10㎞에 걸쳐 배치되어 있는데 예술과 공예에 관련된 시설만 107개에 달한다. 이들 지구에서는 ‘Great Smoky arts & Crafts Community’의 회원이라는 로고를 만들어 인증을 받은 상점에 한하여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 개트린버그시(市) 전경

▲ 개트린버그시내 모습

▲ 개트린버그시내 모습

▲ 개트린버그시내 모습
▲ 개트린버그시내 모습

▲ 개트린버그 예술공방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기념품들
  스모키 마운틴 세계유산 자체는 사람을 불러 모으는 매력일 뿐.

  방문객들의 호주머니를 열게 하고 돈을 쓰게 하는 것, 그럼으로써 지역경제를 부흥시키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알프스 몽블랑을 배경으로 한 프랑스의 샤모니, 나이아가라 폭포를 끼고 있는 캐나다의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 오스트리아의 할슈타트, 일본의 유후인 등 세계의 모든 나라 모든 지역에서 아름다운 환경을 독특한 문화(예술)와 접목하면서 지역진흥의 바탕으로 삼고 있는 예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세계자연유산이 돈을 가져다주는 것도 아니고 또 그러려고 자연유산으로 등재한 것도 아니다. 제주를 세계유산으로 한 것은 인류의 유산으로 등재할 만큼 보배로운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자랑스러워하고 이를 잘 보존하고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내외에 천명한 것이다. 다만, 환경도 이제는 지역발전을 위한 소중한 자원이요 하나의 자본으로 인식할 때가 되었다는 말이다.

  지금은 메워진 채 그저 그런 숙박시설과 몇 가지 레저스포츠 시설들이 위치해 있는 탑동을 생각해 보라. 그곳이 매립되기 전에는 어떤 곳이었는가. ‘먹돌’이라 부르는 제주만의 새까만 덩어리 조약돌들이 바다를 따라 죽 이어졌던 곳이었다. 석양에 서면 그 조약돌에서 반사되는 오색영롱한 빛으로 온 바다가 환상적으로 물들던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 탑동이 매립되지 않았다면, 지금 어땠을까. 예전의 탑동바다와 지금의 탑동바다, 어느 것이 더 환경과 경제, 모든 측면에서 가치 있겠는가? / 송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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