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과 함께 슬픔에 젖은 '강정 본향당'
마을과 함께 슬픔에 젖은 '강정 본향당'
  • 양영자 (-)
  • 승인 2011.03.0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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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여성 문화유적100] 대천동 강정본향당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은 제주여성과 그들의 삶이 젖어있는 문화적 발자취를 엮은 이야기로, 2009년말 ‘제주발전연구원’에서 펴냈습니다.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은 2008년에 이미 발간된 『제주여성 문화유적』을 통해 미리 전개된 전수조사를 바탕으로 필진들이 수차례 발품을 팔며 마을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노력이 깃들어 있습니다. 오늘 우리 제주가 있도록 한 ‘우리 어머니’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제주의소리>는 제주발전연구원과 필진들의 협조로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을 인터넷 연재합니다. 제주발전연구원과 필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 제주의소리

▲ 강정본향당 내부 ⓒ양영자

예로부터 강정마을은 물이 풍부하고 수질이 좋아 제주도 전역에서 논농사를 가장 많이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수난이 없고 제주에서는 드물게 쌀농사까지 지었으니 그 넉넉함과 윤택한 살림은 말해 무엇하리.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맑고 깨끗한 물을 이용해 지은 쌀을 임금님께 진상 했다는 사실은 세간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하다.

바다밭 또한 후해서 잠(아래아)수들의 물질과 어업활동과 원에 이르기까지 산남지역의 알부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풍요로웠던 강정마을에 최근 몇 년 새 해군기지 건설 바람이 일면서 바다밭 상실에 대한 마을사람들의 위기의식은 고조되고 있다. 현직 잠수의 수가 100여 명에 이르니 바다는 생명줄과 다름없는 셈이다.

여느 당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깨끗하고 단정했던 당은 지난 해에 비해 많이 어지럽혀 있다. 신앙인들의 의존도가 높고, 공동체의식이 강해 마을 부녀회에서 한 달에 한 번 꼭 당을 청소해 왔는데 세파에 시달리느라 엄두를 내지 못한 듯했다.

옛날 강정마을 너댓동네에 한씨 할망이 살았다. 한씨 할망은 가산이 넉넉하고 풍요로웠는데 심방 굿을 좋아하였다. 어디서 굿을 한다는 소문을 들으면 말심부름꾼을 데리고 십리밖까지라도 굿 구경을 다녔다.

어느날, 한씨 할망이 사는 동네 뒷동산에 백발노인이 나타났는데 한씨 할망이 이상히 여겨 노인 앞에 무릎을 꿇고 어떤 어르신인지 여쭤 보았다. 백발노인은 자신은 이 마을의 토지본향(土地本鄕)인데 아무도 모시는 사람이 없어 괘씸하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져 버렸다.

그 후에도 여러 차례 이런 일이 있게 되자 한씨 할망은 가시물 입구 숲 안에 본향당을 모시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사람들이 물을 길러 다니는 길목이다 보니 불결하다고 해서 새로이 당집을 짓고 옮겼는데 그 일대를 당동산이라 부르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강정마을에 높은 벼슬에 있는 사람이 방문하게 되자 환영 행사를 위해 당집에 있는 북, 징, 장구, 꽹과리 등의 도구를 빌려달라고 했는데 거절당하자 누군가 분한 마음에 당집에 불을 질러 버렸다. 그때 그곳에서 꿩 한 마리가 푸드덕 날아갔다. 마을사람들은 꿩이 날아가 앉은 자리로 당을 옮겼는데, 지금의 강정본향당이다. 그 후 이 일대를 가리켜 큰당밧이라 부르게 되었다.

마을사람들은 정월 초하루와 팔월 보름에 큰당에 다닌다. 제일(祭日)외에도 자손번창을 위해 수시로 다니고 있다. 특히, 마을행사가 있을 때, 진학이나 시합이 있을 때에는 꼭 찾아간다. 수많은 술병과 초들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본향당에 갈 때는 사발메 한 그릇과 보시메 두 그릇씩을 가지고 간다. 사발메는 본향신을 위한 것이고, 보시메 2그릇은 본향신을 최초로 모시기 시작한 한씨 할망과 말심부름꾼 김소환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진성기의『무가본풀이사전』에 실린「강정본향당본풀이」에는 “아방국은 홍토나라 홍토천리 어멍국은 비우나라 비우천리”이며“삼신 정월 초하(아래아)룰날 만민단골이 과세문안 대제일을 올립니다. 백로 팔월 대보름날 서당 국서 일뢰중조(아래아) 알로 노려 서당국서 돈지서낭 돈지도령 돈지에미 한씨 할망 상마(아래아)을 짐수완이 하마(아래아)을 삼천백메 시군줄 거느리고”라고 채록되어 있다. / 양영자

* 찾아가는 길 - 대천동 강정코사마트 북쪽으로 500m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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