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가 얽힌 우리사회 '공정'은 가능한가

  내 어머니는 이미 '공정한 사회' 전문가셨다. 어린 형제가 사과 한 알을 나눠 먹어야 할  때 동생은 항상 자기 것이 작아 억울했고 "불공평하다"며 다툼이 생겼다. 어느 날 전문가의 대책이 발표됐다. "앞으론 과일칼을 쥔 형이 사과를 두 쪽으로 나누어라. 그러나 동생이 두 쪽 중 무엇을 먹을지 먼저 선택하도록 해라." 이 말 은 칼을 쥔 사람이  공정성에 대한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는 어머니의 현명한  결정이다.

그러나 정치사회에서는 쾌도 난마로 정의하기가 어렵다. '공정사회론'에서도 정의와 공정사회에 대한 논의는 끝이 없으며 다양한 해석을 내리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개인에게 합당한 몫을 나누어 준다는 것이고, 존 롤스'는 자유주의적 평등을 '공정'으로 해석하면서 절차에 아무런 하자가 없다면 불평등이나 차등도 정당화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일부 비판하면서 최근 베스트셀러가 된 책“<정의란 무엇인가> 저술한 마이클 샌델 교수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존재 이유는 정의실현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정의는 곧 공정성인바, 공정한 사회에서는 '모든 개인이 동등한 자유와 공평한 기회를 가지며 소득과 부, 의무와 권리, 권력과 기회, 공직과 영광등의 배분원칙을 정하고 있다. 첫째, 기회 균등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둘째, 생산의 기여도에 따라 공정하게 분배해야 한다.  셋째, 모든 사람들은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기본 생활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정의를 내리고 있다.

그렇다면 누가 불공정한 것인가. 권력과 재력을 가진자 들이다.  권력은 속성상 달콤하다. 칼을 쥔 사람이 그것도 밀실에서 불공정하게  이루어질 때 그 진가가 빛난다. 정경유착이나 예산이 편법 집행. 낙하산공천 ,줄서기 정실 인사를 비롯하여 하청 받은 중소기업의 불공평성과 취약계층을 위한  무상복지에 이르기까지 많은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재벌기업의 비리, 지난해 모 장관이 딸 채용으로 퇴임을 당하고, 국무총리와 장관후보들이 인사청문회에서 줄줄이 낙마하고 서울시의회가  무상급식 결정으로 전국을 요동치더니 지난 2일 정운찬 동반성장 위원장이 초과이익 공유제 논란이 새롭게 추동되면서 공정(公正)사회론이 상종가를 치고 있다. 공정함에 대한 논의 자체가 우리에게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것은 그 동안 우리 사회가 모든 분야에서 불공정하고 정의롭지 못했다는 증거다.

민선이후 과연 우리사회는 어떠하였는지 첫 번째 물음은 기회 균등의 문제이다. 당선된 정치지도자에 따라 기업의 성패가 달라지고 선거 때마다 능력이나 실적이 아니라 선거 기여도에 따라 좌천 또는 보은인사가 이루어져왔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더 진짜 위험한 것은 잘못 된 것을 알면서 고치지 않고  늘 되풀이 하는 일이다. 민선 16년동안 저질은 이러한 나뿐 관행을 과감히 고치지못하는 데 대한 공정 사회론에 대한 시중의 반응은 대개 유보적이며, 때로 냉소적이다.


 다음 물음은 공정한 분배에 대한 논의이다. 성장과 분배에 대한 논의는 끝이 없는 아젠다이다.  지난 3월  2일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공정사회를  위한 초과 '이익공유제'제안으로 새로운 논쟁이 시작되었다. 무상복지정책에 대한 대항정책이니 , '급진 좌파적인 주장'이니 하고 있는데 대하여 "초과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의 이윤을 빼앗아 중소기업에게 나눠 주자는 반시장적인 또는 사회주의적인 분배정책이 아니다. 이윤목표를 초과 달성하면 그 일부를 협력업체에게도 분배하는 것이 생산의 기여도에 따른 공정한 분배"라는 반론이 만만치않다. 세 번째 물음은 모든 사람들은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기본 생활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상복지냐 선택적 복지냐 하는  문제로 여야간 논쟁은 계속 되고 있지만 달콤한 무상복지에 선뜻 반대할 사람이 드물다. 문제는 납세와 재원조달문제에 귀결이 될 것이다. 지난해 국가채무는 395조이고 제주도의 채무는 1조 4천억이다.1인당 1천만원에 달하고 있다. 이 빚은 다음 세대로 승계되는 빚이다.

끝으로 필자가 물을 차례이다. 달콤한 권력의 속성상 연고가 복잡하게 얽힌 우리사회에 과연 공정사회는 가능한가이다. 아직도 공정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그러나 정의란 이름으로 그리고 공정이란 것을 빌미로  불공정한 것을 바로잡으려는 일들이 잘못 전개되면 누군가 정의를 독점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게 독선(獨善)이고 제왕적 도지사이다. 과일을 자를 칼은 누가 쥐어주었는가. 선택권은 누구에게 있어야 하는 가.  우리사회는 오랜 시간 누적된 편법과 불공정 관행이 중복돼 복잡한 갈등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다음에 출마 안하는 민선5기는 기회와 위협요인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 모순과 갈등, 위협을 넘어서서 “잘못된 관행과 제도를 과감히 혁파하여 우리만의 새로운 발전모델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기회로 삼는냐 아니면  “더 큰 독선으로 잘못된 관행이 고착되버리지 않을 까 하는 위협의 기로에 서있다.

▲ 김호성 전 제주도 행정부지사
  논어에 보면 '백성이 가난하고 적게 가진것을  근심하지 않고 처우가 고르지 못함을 근심하며 민심이 안정되지 못함을 걱정한다'는 내용이 있다. 가난한 것은 참을 수 있지만 불공정한 것은 견딜 수 없다 이런 일들이 누적되면 갈등이 원인이 되고 도민화합은 물건너 가고 만다. 줄서기 인사 편법적인 예산집행 그리고 형식적인 인사공모제. 무상복지, 초과 이익공유제 등 지나치면 부족한만 못하다. 어머니는 과유불급하지도 않고 늘 공정했다. 정치지도자들이 현명한 어머니와 같았으면 좋겠다.  과유불급하지도 않고 진정한 공정성을 가진다면 아무리 연고가 얽힌 우리 사회라 할지라도  공정사회는 가능하다.

 /김호성 전 제주도행정부지사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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