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주 칼럼] 민주화, 개인의 이윤동기 해방시켜

잔인한 무력을 수반한 기존 권력과의 힘든 싸움에 봉착해 있는 중동과 북 아프리카의 민주화 세력들을 주위에서 선뜻 도와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후일 그들의 혁명이 외세의 도움을 받았다는 오명을 원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원하는 민주화를 전세계의 의식 있는 자들이 지원해야 하는 떳떳한 이유가 세가지 있다.

첫째, 미국의 혁신적 외교정책이 도마 위에 놓여 있다. 오바마는 대통령 취임 즉시 쿠바의 관타나모 기지를 폐쇄하고 테러 용의자에 대한 강압적 수사를 중단시켰고 적대국으로 분류돼 왔던 시리아 이란 등과 대화하겠으며 필요하다면 탈레반 일부 정파들과도 대화의 창구를 열겠다는 방침을 선언했었다.

이번 중동사태에 임하여서도 그는 미국이 더 이상 미국의 안보이익 때문에 독재정권의 뒤에 서지 않을 것이며 해당국 국민들의 요구하고 있는 민주화 개혁을 지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이러한 정책은 역사의 옳은 편(right side of history)에 서겠다는 약간은 때늦었지만 환영할만한 미국의 노력이지만 워싱턴 보수 세력과 일부 언론의 비판이 매우 크다.

미국의 '소프트 파워' 외교정책이 보수의 반발을 이겨내고 미국 내부적으로 공감대를 더 확보하려면 중동의 민주화 봉기가 성공해야 한다. 그래야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의 해법도 가능해진다.

둘째, 이번 아랍 젊은이들의 봉기는 그들 자신의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한 봉기다. 아랍권의 경제성장은 지난 30년간 정체되어 있었다. 이란의 경우는 생필품 가격을 안정시킨다는 구실로 GDP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정부보조금으로 살포하여 시장의 가격 기능을 완전히 훼손시켜왔다.

다른 여러 나라의 부패하고 무능한 정부들도 혹은 반미(反美) 단체의 집권을 막겠다는 구실로, 혹은 이스라엘과의 평화를 유지하겠다는 약속 하에 미국에 기대어 폭정을 일삼아왔다.

도마 위에 놓인 소프트 파워 외교정책

지금 이순간 중동의 젊은이들이 원하는 것은 개인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이며 이를 지켜줄 수 있는 정부다. 신의 이름으로 또는 군대의 힘으로 개인의 욕구를 억눌러왔던 전체주의로부터 개인이 해방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것은 나라가 경제적으로 부강해지기 위한 첫 관문일 터이다.

중국의 예가 이것을 입증한다. 사회주의적 평등이라는 이데올로기는 덩샤오핑에 의해 부정되었다. 그가 맨 처음 시도한 것은 집단농장의 해체다.

가족단위 생산체제로 바꿈으로써 개인의 이윤동기를 작동시킨 결과 1978년부터 1984년 사이에 농업생산량은 연평균 8.2% 증가하였고 농산품 가격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농업 생산성의 배가는 곧 공업화의 기반을 마련했음은 물론이다. 중동의 민주화는 개인의 스스로 잘 살아 보려는 의지를 해방시켜 주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셋째, 중동과 북 아프리카 아랍권의 민주화를 지원하는 것은 이들 나라의 경제 성장에 그치지 않고 세계경제의 총 구매력 증진에 기여한다.

현재 많은 나라들이 당면하는 가장 큰 애로는 내수가 불충분하다는 점이다. 내수는 경제성장의 가장 큰 축의 하나다. 실업률이 높거나 부의 양극화가 커지게 되면 구매력이 줄어 들게 마련이다.

실업자는 돈이 없고 부자는 국내에서 돈 쓸 일이 없기 때문이다. 실업자가 줄어야 하고 서민들이 잘 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것은 세계경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못 사는 나라가 많다는 것은 세계전체의 구매력이 적어진다는 뜻이다.

중동과 북 아프리카, 나아가 아프리카 대륙 대중들의 경제활동이 신장될 수 있다면 세계경제의 새로운 상장동력이 생긴다. 이것이 아랍권의 민주화를 지원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아직까지는 반정부 저항세력의 배후에 알카에다의 개입이 없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민주화 노력이 독재자의 무력에 백기를 든다면 알카에다에게 다시 득세의 기회가 온다.

민주화, 개인의 이윤동기 해방시켜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제주의소리
그렇게 되면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외교정책은 다시 '나의 적이냐 나의 친구냐, 나의 친구가 아닌 자는 나의 적이다'라는 근시안적인 이분법의 렌즈로 사물을 보게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원유 공급의 차질로 인한 세계경제회복의 지연을 걱정하지만 중동에서 불고 있는 거센 바람이 멈추었을 때 먼지 사이로 모습을 드러낼 밝은 모습을 상상하면 다가올 고물가의 고통은 우리 모두가 기꺼이 바쳐야 할 비교적 작은 희생에 불과할지 모른다.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 이 기사는 내일신문(http://www.naeil.com) 제휴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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