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성 문화유적100] (57) 중문동 천제연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은 제주여성과 그들의 삶이 젖어있는 문화적 발자취를 엮은 이야기로, 2009년말 ‘제주발전연구원’에서 펴냈습니다.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은 2008년에 이미 발간된 『제주여성 문화유적』을 통해 미리 전개된 전수조사를 바탕으로 필진들이 수차례 발품을 팔며 마을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노력이 깃들어 있습니다. 오늘 우리 제주가 있도록 한 ‘우리 어머니’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제주의소리>는 제주발전연구원과 필진들의 협조로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을 인터넷 연재합니다. 제주발전연구원과 필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 제주의소리

▲ 삼단폭포와 고래소 ⓒ양영자

천제연은 옥황상제의 칠선녀가 밤중에 물이 맑고 조용한 이 연못에 내려와 목욕과 빨래를 하였다 하여 불리게 된 이름이다.

언제부턴가 선녀는 구체적인 모습을 띠고 선암교 다리에 위압적으로 매달려 있다. 가련하게도 목욕도 빨래도, 옥황상제가 있는 하늘로 비상도 할 수 없는 신세가 되어 작열하는 태양과 비바람을 감내해야 하는 수모를 겪고 있다. 선녀들이 목욕했다고 해서 물에 빠져도 큰 피해가 없다고 알려진 천제연이건만 선암교 위에서 내려다보면 아찔하기만 하다. 그래서 선녀와 인간의 소통 부재는 더욱 크게 다가온다.

천제연폭포는 경치가 실로 아름다워 여러 문헌에 기록되기도 했다. 조선시대 김상헌은『남사록』에서 경승이 실로 박연폭포와 비슷한데 바다 밖에 감춰져 있어 세상 사람들이 그 경승을 아는 이 드물고, 지지(地誌)에 빠뜨려 기록하지 않은 것이 애석하다고 쓰기도 했다.

천제연은 벼랑 위에서 떨어져 내린 폭포가 웅장한 물기둥을 형성하고 있는데, 마치 비단폭을 3단으로 늘여뜨려 놓은 듯한 3단 폭포로 이루어졌다. 위로부터 제1폭포는 ‘웃소’, 아래로 70여m 내려가 곳의 제2폭포는 ‘알소’, 다시 150m정도 내려간 곳의 제3폭포는 ‘고래소’를 만들었다. 이 소들에서는 뱀장어, 무태장어, 은어, 새우, 민물게, 다슬기, 우렁이들이 맘껏 놀았다고 한다.

천제연 입구에서 돌계단을 내려가다 보면 갈림길에 물통이 있다. 이 물이 1970년대까지 식수로 이용하던 ‘웃소 먹는물’이다. 웃소 먹는물은 중문 일대 사람들이 허벅으로 물을 져다 먹었던 중요한 식수원이었다. 지금도 허벅을 지고 부렸던 물팡이 이끼를 머금은 채 원형을 유지하며 고스란히 남아 있다.

먹는물의 가장 윗목은 기우제, 할망당 갈 때, 제사 지낼 때 쓰는 물자리이므로 함부로 허벅을 들이밀지 않는 게 예의였다. 그리고 먹는물 바로 옆에는 가물 때 기우제를 지내던 터가 있어, 기우제를 지낼 때는 이 먹는물을 떠다 제를 지냈다. 한때 기우제터에 화장실이 지어진 적이 있었으나 지금은 철거되었다.

웃소의 동굴 천정에서는 늘 차갑고 맑은 물이 떨어진다. 동굴에서 용이 나와서 기우제를 지내기 시작했다고도 하며, 아기 못 낳는 사람이 이곳에서 기도를 드리면 아이를 얻는다고 한다. 예로부터 백중날과 처서날에 이 물을 맞으면 만병이 낫는다고 하여 사람들이 동굴 속에 드러누워 물맞이를 하였으나 관광지가 되면서 지금은 물맞이 풍속이 자취를 감추었다.

알소에서도 사람들이 목욕을 즐겼으며 백중, 처서에 물맞이하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웃소와 알소 사이의 좀 번번한 곳에서 주로 목욕이나 빨래를 하였는데 이곳을 ‘서답빌레’라 한다.

천제연폭포 동쪽 가파른 언덕, 천제사가 자리잡고 있는 자리에 만지샘이 있다. 이 물은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는 일이 없다. 제사, 토신제, 조왕제를 지낼 때에는 이 물을 길어다 떡을 빚고 메를 쪘다. 사람들은 마르지 않은 물을 이용하여 웃골, 알골, 섯골 등 3개의 논골을 운영하기도 했다.

천제연 입구에 세워진 채구석(蔡龜錫)기념비는 1957년 논골답회에서 세운 것이다. 채구석은 천제연 물을 베릿내 오름 앞까지 끌어내 5만여 평의 논을 조성하고 논농사를 짓게 한 이로 천제연물에 대한 남다른 시도를 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다. / 양영자

* 찾아가는 길 - 중문동 중문우체국 서쪽 1km 천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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