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승석 변호사-기본권 침해는 현실성이 결여됐다

행정구조개편 주민투표일이 9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제 점진안과 혁신안을 놓고 도민의 선택만 남아 있는 가운데 제주시와 서귀포시, 남제주군이 청구한 권한쟁의심판청구는 여전히 주요한 변수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권한쟁의 심판 타당성을 주장하는 제주대 윤양수 교수의 주장에 이어 권한쟁의심판의 반론적 성격을 갖는 김승석 변호사의 기고를 싣습니다. 도민들의 많은 토론과 의견개진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 김승석 변호사
제주시∙서귀포시∙남제주군(이하 ‘청구인’이라 한다)이 7월 8일 행정자치부장관, 제주도지사(이하 ‘피청구인’이라 한다)를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청구서를 제출했다.

 아래에서 청구인의 주장을 살펴보고, 도민들의 알권리 차원에서 앞으로 전개될 치열한 법리논쟁의 핵심사항을 짚어보고자 한다.

 공격(창)의 대리인은 정주교 변호사와 방어(방패)의 대리인 이석연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17기 동기인 점, 강상주 서귀포시장과 이석연 변호사가 행정고시 동기인 점도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라 할 수 있다.

◆ 심판의 대상= 심판의 대상은, ①피청구인 행정자치부장관이 2005년 6월 21일 제주도지사에 대하여 한 주민투표실시 요구행위와 ②피청구인 제주도지사가 2005. 7. 5. 주민투표 발의 공고한 행위이다.

◆ 사건의 개요=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제주도지사는 제주도행정개혁추진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2005년 6월 8일 행정자치부장관에게 제주도 행정구조 개편에 관한 주민의견을 듣기 위하여 제주도 전역에 대한 주민투표 실시를 건의하자, 행정자치부장관은 같은 달 21, 제주도지사에게 제주도 전역에 대하여 주민투표의 대상으로 ‘제주도 행정구조’를 현행대로 유지할 것인가(점진적 대안), 아니면 단일 광역자치로 할 것인가(혁신적 대안)에 대하여 주민의견을 묻는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하였다. 이에 제주도지사는 7월 5일 주민투표일을 2005년 7월 27일로 하고 투표실시구역은 제주도전역으로 하는 주민투표 발의를 공고하였다.

◆ 청구취지 요지= 청구인 측 대리인이 작성한 권한쟁의심판서의 기재에 의하면, 이러한 피청구인들의 공권력 행사로 인하여 주민투표에서 혁신적 대안이 채택된다면 추후 입법을 통해 청구인들을 포함한 도내 4개 기초지방자치단체가 폐지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첫째로 헌법과 지방자치법에서 보장된 기초자치단체의 존립 및 기능이 소멸되어 자치권한을 침해할 현저한 위험이 있고, 둘째로 주민투표법이 발효된 이후에 2005년 7월 27일 전국 최초로 실시되는 주민투표에 있어서는 그 대상이 기초자치단체의 폐지와 직접 관련되어 있어(위헌 시비는 차치하더라도) 이해관계자는 관계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장인 시장과 군수이므로 주민투표법에 의하여 부여받은 주민투표실시권한의 주체는 제주시장, 서귀포시장, 남제주군수이여야 하고  그런 이유로 이들의 각 권한이 침해되었다는 것이다.

 첫째 주장은 이른바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고, 둘째 주장은 이른바 ‘권한쟁의심판’의 대상이라 할 수 있는데, 청구인 측 대리인은 둘째 주장을 우선 심리하여 주고(주위적 청구취지), 첫째 주장은 앞서 주장이 기각될 것을 조건으로 다음에 심리하여 줄 것(예비적 청구취지)을 주문하고 있다.

◆ 청구이유 요지= 청구인 측 대리인의 주장은, 첫째 헌법 제117조 제1항과 지방자치법 제2조 제1항, 제10조 제1항에 의하여 부여된 청구인들의 자치권한이 침해되었거나 침해될 현저한 위험이 있다는 것이고, 둘째 주민투표법 제8조 제1항에 의하여 부여된 청구인들의 주민투표실시권한이 침해되었다는 것이다.

 1) 헌법 제117조는 지방자치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는데, 입법 또는 공권력 행사로 인하여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경우에는 헌법위반이 된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이를 예시하면 이렇다.

 첫째,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수를 조정하기 위한 기초자치단체간의 부분적 통∙폐합은 가능하지만 제주도내 모든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하는 것은 지방자치법에서 정한 2원적 행정계층구조의 본질적 내용에 반한다.

 둘째, 제주도내 모든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하는 것은 주민근거리행정의 원리, 다원적 민주주의 실현, 권력통제의 자치기능을 형해화 하는 것이 되므로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

 셋째, 지방분권특별법 제6조, 지방자치법 제10조에서 정하는 광역∙기초자치단체간의 사무분배 원칙에 반한다.  

 넷째, 비록 혁신적 대안의 목적이 계층 단층화에 따른 행정의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광역 행정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얻는 공익보다는 기초자치단체의 완전 폐지로 인하여 상실되는 공익이 더 크므로 혁신적 대안이 채택된다면 헌법상 비례의 원칙에 반한다.

 다섯째, 제주도의 모든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함으로써 광역으로 단층 화시키는 혁신적 대안은 합리적 이유 없이 타 광역시도와 달리 청구인들을 특별히 차별 취급하는 것이 되어 헌법상 평등원칙에 반한다.

 2) 만일 피청구인 제주도지사가 주민투표실시 주체가 되어 제주도에서 전체적∙통합적으로 주민투표가 실시된다면 제주도 전체 단위의 평균적인 주민의사를 수렴할 수 있을지언정, 폐지가능성이 있는 기초자치단체별 주민들의 다양하고 차별적인 의사가 왜곡, 무시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그 결과 청구인들의 본질적 자치권이 침해될 현저한 위험이 있으므로 주민투표실시 주체는 자신이 존립과 자치권한이 침해되는 가장 직접적이고 1차적인 이해관계자라 할 수 있는 기초자치단체장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쟁점의 정리

1. 당사자 적격(適格)에 문제가 있다.

   헌법재판소법 제61조 제1항에는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간 및 지방자치단체 상호간에 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에 관하여 다툼이 있을 때에는 당해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민투표법 제8조 제1항에서 정하는 시군의 폐치∙분합에 관한 주민투표에 관한 사항은 국가사무이고 자치단체사무가 아니고, 그 주민투표실시요구권은 행정자치부장관에게 있다. 행정자치부장관이 주민투표의 실시구역을 정하여 관계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주민투표의 실시를 요구해야만 관계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는데, 청구인들의 주장하는 바와 같이 시장, 군수가 주민투표실시권한을 갖는다면 그 침해의 주체는 피청구인 행정자치부장관이고 그 침해의 객체(피침해자)는 시장, 군수가 되므로 제주시장, 서귀포시장, 남제주군수 등이 권한쟁의심판의 적극적 당사자(=청구인)가 되어야 옳다.

 그런데 심판청구서를 살펴보면, 시장과 군수가 청구인이 아니라 제주시, 서귀포시, 남제주군 등 기초자치단체만이 청구인으로 명시되어 있다. 청구인의 주장대로 한다면 시장, 군수의 주민투표실시권한이 침해되었다는 것이므로 행정기관인 시장, 군수가 청구인으로 명시되었어야 한다.

 바꿔 말하면, 주민투표법에 의하여 제주시∙서귀포시∙남제주군 등 자치단체는 주민투표실시권한을 갖지 않으므로 권한쟁의헌법심판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 그 주민투표실시권한이 시장, 군수에게 귀속된다는 것이 옳다면, 시장, 군수가 권한쟁의헌법심판의 적극 당사자가 되어야 하는데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권한쟁의헌법심판의 대상은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지방자치단체 상호간의 권한 존부 또는 범위에 관한 것에 한정되어 있으므로 시장, 군수는 자기의 권한이 침해되었다는 이유로 권한쟁의헌법심판을 제기할 수 없다고 본다.

 이와 달리, 행정자치부장관의 주민투표 실시요구에 대하여 시장, 군수는 기관소송(행정소송의 일종)을 통해 그 시정을 구할 수 있는데, 이런 종류의 소송은 법률에 명시된 분쟁사항에 한하여 제소할 수 있고(행정소송법 제45조), 한편 지방자치법 제98조, 제157조  내지 159조의 각 명문규정에 비추어 볼 때 쟁점인 주민투표법 상 기초자치단체의 주민투표실시권한이 절차적 침해를 이유로 한 기관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명시적 근거가 없으므로 결국 제주시장, 서귀포시장, 남제주군수 등은 권한쟁의헌법심판 또는 기관소송을 제기할 법률상의 자격이 없다고 본다.

 이런 이유로, 청구인들이 제기한 권한쟁의헌법심판은 당사사 적격(=자기 관련성) 흠결을 이유로 각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사료된다.

2. 헌법소원의 요건은 일응 구비한 것으로 보여 진다.

   먼저, 기초자치단체로서의 청구인들이 자기단체의 폐지, 병합은 단체의 자치권 침해문제와 더불어 그 주민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의 침해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보아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는 자기관련성(=적법 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다음, 기초자치단체의 폐지, 병합에 있어 도내 4개 시군의 주민들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차별하여 헌법 제11조에서 보장한 평등권 침해문제도 생길 수 있다. 또한 기초자치단체가 폐지, 병합됨으로써 헌법 제24조 및 제25조에서 보장된 그 주민의 참정권 내지 공무담임권이 침해될 수도 있다. 그밖에 청구인들의 대리인이 주장하는 헌법상 보장된 자치제도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점 등이 헌법재판소의 쟁점 심리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본다.

3. 그런데, 기본권 침해의 현실성이 결여되어 있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는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헌법심판을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법률조항이 별도의 집행행위(=공권력 행사)를 거치지 않고 기본권을 직접 침해한 경우에도 그 법률조항도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고 보고 있다.

 한편, 지방자치법 제4조 제1항에는 지방자치단체의 폐지, 병합은 법률로써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도내 4개 시군을 모두 폐지하는 법률안은 성안되어 있지도 않고(실체가 없다), 국회에서 통과될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이다.

 다만 폐지 가능성 여부를 묻기 위한 주민투표가 실시될 예정일뿐이다. 만일 주민투표결과 혁신안이 채택된다면 이에 구속되어 행정부 입법으로 국회에서 통과될 개연성이 크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런 특별법 제정이 이 심판청구의 적법 여부에 대한 판단이 선고될 2006년 1월 8일(법정 선고기한)까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청구인들의 헌법소원은 기각될 것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특별법이 제정되어 발효되어야만 도내 4개 시군의 폐지되는 것이고, 이와 달리 폐지될 것을 예상하여(그런 법률을 제정하지 말아달라는 취지에서) 미리 그런 법률조항이 주민의 헌법상 기본권을 직접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 1995. 3. 23. 선고 94헌마175 전원재판부 심판 참조)     

 요컨대,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헌법상 보장된 자치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법률이 제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헌법재판소는 청구인들의 기본권 침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 기각결정을 선고할 것으로 사료된다.

 끝으로, 피청구인 행정자치부장관이 주민투표실시요구가 도내 4개 시군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헌법상 기본권(자치권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행정자치부장관의 이런 행위는 입법 자료에 제공하기 위한 주민의견을 구하는 절차이기 때문에 자치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4. 제주도지사는 피청구인의 자격 있나?

   그런데 청구인 측 대리인은, 제주도지사를 피청구인으로 삼아 헌법심판을 제기하였다. 제주도지사는 행정자치부장관에게 주민투표를 건의하고 그 명을 받아 제주도 전역에 주민투표를 실시하고 있는 심부름꾼에 불과하다. 청구인들의 주장대로 해도 자치권한의 침해 주체는 행정자치부장관인데 주민투표를 건의한 자에 불과한 심부름꾼을 침해의 공동 주체로 몰아붙이는 것은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고 본다.    [김승석 변호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