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택의 도시읽기] (10) 이정표로 장소를 읽다
여행을 많이 다니다보면 아름다운 풍경과 사람들을 보는 것도 즐겁지만 또다른 재미를 주는 것이 있습니다. 갈 길을 못 찾아 헤매일 때 내가 가고 싶어하는 곳을 안내해주고, 내가 있는 곳이 어딘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이정표입니다. 이정표를 바라보면 그 지역의 역사나 의미를 잘 살펴볼 수 있습니다.
싱가폴 유니버셜스튜디오는 어린이를 위한 장소이며 친환경을 강조하는 곳으로서의 이미지를 잘 표현하고 있으며, 비보시티의 나무모양 이정표는 개발되기 이전에 나무가 많았던 모습을 그리워하면서 생태적인 곳을 추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태국 방콕의 이정표는 깃발을 통해 배와 물을 저절로 떠오르게 하는 문화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정표가 단순히 교통 흐름을 원활히 하는 도구적인 시설이 아닌 지역의 장소성, 역사, 문화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참 흥미롭습니다.
제주올레의 간세 이정표가 나오기 전에 길을 헤매일만 한 곳이면 어김없이 나타나 길 안내를 해주던 이정표입니다. 손으로 쓴 거친 화살표는 올레길을 처음 만들 때의 고생과 길을 걷는 사람들에 대한 친절을 느낄 수 있고 바다를 보여주는 듯 한 파란색은 우리 마음을 시원하게 해줍니다. 그야말로 제주올레를 상징하는 이정표인 것입니다.
획일화된 거리시설물은 늘 지역의 문화를 삭제하는 요소로 작용하지만 오히려 지역의 개성을 잘 살린다면 지역의 장소성, 역사, 문화를 보여주는 요소로서 지역의 문화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다양성을 만드는 주체는 바로 시민이어야 하며 지자체는 시민과의 소통을 통해 각 지역의 장소성을 유지하고 다양한 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 이승택 문화도시공동체 쿠키 대표
특히 제주시 지역에 문화 인프라가 몰려 있는 데 문제 의식을 갖고 서귀포시에 다양한 문화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06년에는 서귀포시에 갤러리하루를 개관해 40회의 전시를 기획해 왔으며 2009년부터는 문화도시공동체 쿠키를 창립 다양한 문화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특히 공공미술과 구도심 재생 등 사람들이 거주하는 공간, 도시를 아름답게 하는데 관심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