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택의 도시읽기] (10) 이정표로 장소를 읽다

여행을 많이 다니다보면 아름다운 풍경과 사람들을 보는 것도 즐겁지만 또다른 재미를 주는 것이 있습니다. 갈 길을 못 찾아 헤매일 때 내가 가고 싶어하는 곳을 안내해주고, 내가 있는 곳이 어딘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이정표입니다. 이정표를 바라보면 그 지역의 역사나 의미를 잘 살펴볼 수 있습니다.

▲ 싱가폴 유니버셜스튜디오 이정표 ⓒ이승택
 
▲ 비보 시티(vivo city) 이정표 ⓒ이승택

싱가폴 유니버셜스튜디오는 어린이를 위한 장소이며 친환경을 강조하는 곳으로서의 이미지를 잘 표현하고 있으며, 비보시티의 나무모양 이정표는 개발되기 이전에 나무가 많았던 모습을 그리워하면서 생태적인 곳을 추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태국 방콕의 이정표는 깃발을 통해 배와 물을 저절로 떠오르게 하는 문화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정표가 단순히 교통 흐름을 원활히 하는 도구적인 시설이 아닌 지역의 장소성, 역사, 문화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참 흥미롭습니다.

▲ 태국 방콕 이정표 ⓒ이승택


▲ 제주 올레 ⓒ이승택

제주올레의 간세 이정표가 나오기 전에 길을 헤매일만 한 곳이면 어김없이 나타나 길 안내를 해주던 이정표입니다. 손으로 쓴 거친 화살표는 올레길을 처음 만들 때의 고생과 길을 걷는 사람들에 대한 친절을 느낄 수 있고 바다를 보여주는 듯 한 파란색은 우리 마음을 시원하게 해줍니다. 그야말로 제주올레를 상징하는 이정표인 것입니다.

획일화된 거리시설물은 늘 지역의 문화를 삭제하는 요소로 작용하지만 오히려 지역의 개성을 잘 살린다면 지역의 장소성, 역사, 문화를 보여주는 요소로서 지역의 문화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다양성을 만드는 주체는 바로 시민이어야 하며 지자체는 시민과의 소통을 통해 각 지역의 장소성을 유지하고 다양한 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 이승택 문화도시공동체 쿠키 대표

 

 
이승택 문화도시공동체 쿠키 대표는 서귀포시 출신으로 제주 오현고등학교와 건국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계획설계전공 석사와 박사를 받았다. 현재 제주대학교 건축학부에 출강하고 있다.

특히 제주시 지역에 문화 인프라가 몰려 있는 데 문제 의식을 갖고 서귀포시에 다양한 문화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06년에는 서귀포시에 갤러리하루를 개관해 40회의 전시를 기획해 왔으며 2009년부터는 문화도시공동체 쿠키를 창립 다양한 문화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특히 공공미술과 구도심 재생 등 사람들이 거주하는 공간, 도시를 아름답게 하는데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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