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태규 제주평화연구원장
“자생력·지속성 위한 파트너 확대·제도적 뒷받침 필요”

▲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최근 들어 제주평화연구원이 몰라보게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중앙에서 심심치 않게 나온다. 2006년 3월에 문을 연지 5년밖에 안됐지만 이 분야에서 의미 있는 활동으로 나름의 성과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0월 설립된 유엔훈련연구기구(UNITAR) 협력기관인 제주국제훈련센터(JITC). 전 세계에서 10곳밖에 없는 센터가 11번째로 들어서 UN과 평화의섬 제주가 국제적네트워크를 갖고 제주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또 2009, 2010년 두 해 연속 ‘한경Business)'가 선정한 대한민국 100대 싱크탱크 중 외교.안보.통일 분야 26개 기관에서 11위에 랭크되는 쾌거를 이룩했다. 이름만 대면 단박에 알만한 연구소 상당수가 제주평화연구원 뒤에 줄을 섰다.

여기엔 제주가 ‘평화의섬’이라는 브랜드가 한 몫을 하지만, 한태규 원장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2006년 3월 개원했지만 2년7개월동안 원장도 없이 활동해오다 2008년 10월에야 외교통상부 외교안보연구원장과 그리스.태국 대사 등을 지낸 한 원장이 초대 원장으로 부임하면서 2년여만에 괄목한 성장을 거뒀다.

한 원장은 요즘 눈코 틀 새 없이 바쁘다. 제주에서 서울로, 서울에서도 중앙부처와 기관을 돌아다니며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 두 달 앞으로 ‘제주포럼(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성공 개최를 위해 해야 할 일이 산적하다.

한 원장이 제주평화연구원장으로 부임하면서 마음먹었던 세 가지 미션 중 둘을 앞서 거론한 두 가지는 거의 달성했고, 이제 마지막 남은 게 제주포럼을 다보스나 다보아처럼 세계적인 포럼 반열에 올려놓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제주포럼을 재정적 문제를 포함해 자생력 있고, 지속가능한 포럼으로 만드는 게 그의 남은 과제다. 우근민 제주지사와 협의를 거쳐 격년제로 열리던 포럼을 연례화로 바꾸고, 평화 등 거대담론만을 주로 다루던 포럼을 좀 더 실용적이고 외연을 넓히기 위해서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제주포럼)’으로 명칭까지 바꿨다.

<제주의소리>가 28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제주국제평화센터에 있는 제주평화연구원 한태규 원장을 만났다. 한 원장은 인터뷰 내내 제주포럼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포럼으로 성장할 요건을 충분히 갖췄고 MICE산업 육성의 선두 주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제주포럼 주최 주관기관의 외연을 좀 더 확대해 영향력 있는 언론과 경제단체를 파트너로 끌어들이고, 지속가능한 포럼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결론적으로는 제주도민들이 마음의 문을 좀 더 열 것을 조언했다.
  
다음은 한태규 원장과 인터뷰 내용이다.

- 그동안 격년제로 열리던 ‘제주평화포럼’이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약칭 ‘제주포럼’)으로 이름을 바꾸고 금년부터 연례화되는 데 이렇게 된 배경은 어떤 것입니까?

▲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지난 10년간 제주평화포럼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많이 발전했습니다. 지난 5회 포럼에는 유엔사무총장이 직접 참여해 국제적인 인지도도 크게 향상됐습니다.

이런 발전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포럼으로 도약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1년 처음 제주평화포럼을 시작한 우근민 제주지사가 다시 취임하면서 새로운 계기를 맞게 됐죠. 격년으로 개최하면 연속성이 결여되어 여러 면에서 어려움이 있고 인지도를 높이는 데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잘 알려진 다른 포럼과 마찬가지로 시기와 장소를 고정하고 연례화 하게 되면 예측 가능성이 있어 준비하는 측에서나 참가자의 입장에서도 훨씬 편리해집니다.

주제 면에서도 평화문제에 한정하지 않고 경제, 환경, 제주문제 등 다양한 의제를 포함한 종합적인 포럼으로 발전하기 위하여 번영을 추가한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으로 확대 발전시키게 된 것입니다. ”

- 그럼 오는 5월 27일~29일에 열리는 제6회 제주포럼은 주제와 규모, 포럼 진행 방식 등에서 과거의 제주평화포럼과 어떻게 달라집니까?

“종합포럼에 걸맞게 여러 가지 주제를 다루게 됩니다. 경제와 환경 등 다양한 의제가 대폭 확대됩니다. ‘세계자연유산과 지질환경보존’, ‘의료관광’, ‘제주의 도시 디자인’ 등과 같은 제주의 특성을 고려한 의제도 많이 추가되었습니다. 유료 참가제도를 도입하여 재정적 기반을 확충하게 됩니다. 이번 포럼에는 중국 기업인을 포함하여 500명 이상의 기업인이 참가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다른 세계적 포럼과 마찬가지로 올해부터는 학술 토론보다는 정책적 토론에 더 많은 비중을 둘 것입니다.”

- 제주포럼은 물론 세계적인 포럼으로 발전해 나가야 하지만 제주도의 발전에도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연례화되는 제주포럼은 제주도 발전에 어떻게 기여하게 됩니까?

“물과 MICE산업이 제주 미래 선도산업인데, 이중 물산언에 대해선 지역사회에서 어느정도 잡혀 있는 것 같지만, 아직 MICE에 대해선 부족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제주평화센터)에서 10분만 가면 제주혁신도시가 있습니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중앙정부 기능을 전국 여러 곳에 나눠 혁신도시를 건설중인데 제주는 국제교류.훈련이라는 특화된 혁신도시로 갑니다. 이게 바로 바로 MICE산업과 연계됩니다. 제주포럼은 제주의 미래 산업이라고 하는 MICE 산업을 선도하게 될 것이며 MICE 산업 인재 양성프로그램과 연계하여 추진될 것입니다. 제주포럼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제주와 관계되는 다양한 주제들이 다루어질 것입니다. 제주 도시디자인, 의료관광 등 제주가 당면한 현안문제도 직접 다루게 됩니다. 제주의 미래 발전을 위하여 관광이나 투자 면에서 중국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번 포럼에는 중국 기업인을 대거 초청하여 제주발전에 직접 기여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게 될 것입니다.

제주도민이 관심을 갖고 제주포럼 준비에 참여하고 또한 제주포럼을 제주의 인재양성과 경제발전에 이용하려는 노력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따라가려는 다보스포럼은 사무국 인원만 280명, 다보아포럼도 30명이나 됩니다. 제주평화포럼도 앞으로 사무국이 만들어 진다면 그만큼 고급인력 일자리가 생기게 되는 겁니다. ”

- 지금까지 제주평화포럼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것이 제주도민의 참여부족으로, ‘그들만의 잔치’라는 비판적 시각이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이번 제6회 제주포럼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개선이 이뤄집니까?

“학술회의는 일반인과는 좀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평화와 같은 추상적 주제를 다루다 보니 제주도민들의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게 사실입니다. 여기에다 포럼 준비마저 제주도민이 참여하지 않게 되면 전혀 남의 일 같이 느끼게 되는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이번 포럼에서는 이러한 점을 모두 개선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학술적 성격의 주제는 가급적 지양할 것입니다. 추상적 주제 보다는 현실적인 정책개발 문제에 역점을 두었습니다. 가능한 한 많은 제주문제를 다루어 제주도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포럼 준비에도 청소년들이 학습과 경험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제주도민의 참여를 최대한 확대할 것입니다. 또 앞으로 행사준비도 제주지역 MICE관련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흔히들 ‘제주도 인력 갖고 할 수 있게나’라고 부정적 이야기를 하지만,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실수도 할 수 있지만 몇 년을 거치면 잘하게 됩니다. 제주포럼인 만큼 행사준비나 참여인력을 과감해 제주에 다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제주대학교 인재양성센터와 함께 ‘서포터스’ 발대식을 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 지난 2009년 제5회 제주평화포럼부터 일부 유료참가제가 시도된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번 제6회 제주포럼에서는 유료참가가 어느 정도 이뤄지고 앞으로 더욱 확대되어 정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유료참가 문제는 앞으로 제주포럼이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느냐를 가름하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재정적 기반이 취약하면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포럼에서는 500명의 기업인이 참가하여 2억원의 수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기업인이 유료로 포럼에 참가하는 데에는 유익한 지식과 교양을 배우고, 다른 참가자들과의 교제를 통하여 네트워크를 확대하며 또한 휴양이라는 인센티브를 위한 것입니다. 이러한 기업인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느냐가 앞으로 유료참가를 정착시켜 나아갈 수 있느냐를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문제는 수요자 입장에서 유익한, 참가자 입장에서 돈을 내더라고 참석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해야 한다. 다보스 포럼이나 보아오 포럼 같은 대부분의 성공한 국제포럼은 휴양지에서 개최됩니다. 제주는 천혜의 휴양지입니다. 시의적절한 의제개발과 좋은 참가자를 확보하여 네트워크의 장을 제공할 수 있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지난 3월 18일 제주평화연구원 개원 5주년 기념 세미나의 주제가 ‘제주포럼의 제도화 및 발전 전략’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선 제주포럼의 제도화를 위한 과제들을 말씀해 주십시오.

“세미나에서도 지적되었습니다만 제도적 장치 마련과 재정확보문제가 가장 중요합니다. 여러 기관이 협력하여 제주포럼을 조직하다 보니 책임과 권한이 분명치 않습니다. 현재는 국제평화재단의 정관에 국제평화재단이 제주포럼을 주관한다는 규정이 있을 뿐입니다. 재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제주도, 동아시아재단,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매번 일회성 협약서를 체결하여 포럼을 조직하고 있습니다. 차기 포럼을 개최할 수 있을지도 분명치 않습니다. 포럼을 연례화하려면 이러한 문제가 반드시 해결되어 안정된 제도적, 재정적 기반위에서 제주포럼의 장기적 발전을 꾀하여야 할 것입니다. 우선 제주도가 이러한 문제를 심각하게 검토하고 안정적인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 지난 3월 18일 세미나에서는 제주포럼을 지원하기 위한 제주도 조례 제정 문제도 거론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례 제정의 필요성을 설명해 주시고 아울러 조례의 내용에는 어떤 것들이 담겨야 한다고 보십니까?

“제주포럼은 제주를 세계적으로 브랜드화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입니다. 제주포럼을 연례화하고 세계적인 포럼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누가, 어떻게, 무슨 재원으로 이러한 중요한 임무를 차질 없이 수행하느냐는 구체적인 문제에 대한 검토가 충분히 있었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제주포럼은 장기적 사업이므로 조례와 같은 안정적 제도적 기반이 필요할 것입니다. 조례의 내용은 도의회에서 토의해 보아야겠습니다만 포럼의 성격, 주최와 주관 기관, 재정지원, 상설 사무국 운영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주도가 직접 포럼을 주관하기보다는 현재와 같이 국제평화재단과 같은 민간조직이 주관하면서 제주도가 지원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는 생각입니다.”

- 현재 국내에는 중앙언론사 등이 주최하는 이름있는 포럼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주포럼이 이런 국내 포럼을 능가하는 경쟁력을 갖춰서 확고한 우세를 점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점에 더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십니까?

“제주포럼이 종합포럼을 지향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주는 천혜의 휴양지로서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습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면 장기적으로 도민의 지지를 받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유료참가를 통한 재원확보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유익한 의제개발과 네트워크의 장을 마련한다면 훌륭한 국제포럼이 될 것입니다. 제주도는 포럼의 성공을 위한 파트너를 찾아야 합니다. 중앙의 유력 언론사와 주요 경제단체를 파트너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홍보, 후원기업 확보, 유료 참가자 모집 등에서 결정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파트너 없이 제주도만의 노력으로 세계적인 포럼을 조직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가 될 것입니다.”

- 제주포럼이 다보스포럼이나 보아오포럼과 같은 세계적인 포럼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장기 전략과 그에 따른 로드맵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구체적인 구상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했듯이 제도적 장치 마련과 재원확보가 선결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제주도는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매우 구체적인 고민을 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5월 제 6회 포럼이 준비 중입니다. 당장은 이번 포럼이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모두 협력해야 할 것입니다. 포럼이 연례화 되면 내년 5월에 7회 포럼을 개최해야 합니다. 지금부터 7회 포럼 준비가 시작되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제도를 정비하여 안정된 상설 사무국을 운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재원마련도 매우 어려운 과제입니다. 유료참가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되어야 할 것입니다. 중앙 유력 언론사, 경제단체 등 포럼의 성공을 위하여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파트너를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주도 혼자 하려고 하면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누구랑 손을 잡아 한다고 해도 제주에서 열리는 한 제주겁니다. 제주도민들이 마음을 확 열어야 커집니다. 제주포럼을 통하여 제주를 세계적인 브랜드화 하고 MICE 산업을 육성하여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제주포럼이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제주 경제발전에 기여한다는 것을 제주도민에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제주도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 하에 제주포럼이 개최될 때 진정한 의미에서 세계적인 제주의 축제가 될 것입니다.”

- 결국은 이제는 보다 구체적으로 누구와 함께 손잡고, 또 재원은 어떻게 확보하도록 하는 게 포럼을 키울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실질적인 행동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네요.

“제주도 등에서도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아이디어는 없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제주도지사의 의지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 현재는 외교통상부, 제주도, JDC, 동아시아재단 등에서 재원도 내 놓고 참여하지만, 내년 내후년에도 참여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아직은 사무국도 없어 때로는 참여기관들끼리 의견충돌이 있는 것처럼 비쳐지기도 하고, 불피요하게 힘이 소진되기도 합니다. 누가 추진력을 갖고 어느 기관이 할 것이냐를 제도화시켜야 합니다. 제주지역사회에서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토론해야 합니다.” <제주의소리>

<이재홍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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