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걸으며 길을 묻다] (12)진실한 항로, 삶과 지역발전의 본질을 찾아

  개인적 삶의 길을 묻든, 지역과 나라가 나아가야 할 지표로서 길을 묻든, 근원적 답은 ‘잘 사는’ 것일 것이다. 그렇다면 잘 산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물론 그에 대한 답은 개인의 선택과 권리가 존중되는 다원화 사회에서 다양한 사람과 사회만큼이나 다양한 대답이 존재하겠지만, 그래도 행복 인권 정의와 같은 본질적인 가치에 대해서 공동으로 합의하고 수렴할 수 있을 것이다. 

  하늘 아래에서 가장 가까운 길 네팔을 택한 것은 세계에서 물질적으로는 최하층 국가군에 속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상당히 행복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는, 그래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근원적 가치를 발견할 수 있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네팔 사람들은 Never End Love And Peace의 약자로서 NEPAL이라고도.

네팔
하늘과 가장 가까운 나라,
전체 인구보다 섬기는 신의 수가 더 많은 나라,
걸핏하면 정전에, 도로나 수도 사정도 좋지 않고, 문맹률은 40%에 이르는 나라,
그러나 일 년 내내 축제가 끊이지 않는 나라,
지구의 선물 히말라야를 간직한 나라,
고단한 하루를 살지만 정직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나라.

▲ 네팔 카트만두 보드나트 불교사원 ⓒ송재호

▲ 네팔 카트만두 ‘기도하는 인간’ ⓒ송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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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팔의 어디를 가나 보이는 오색기로 천에는 불경이 쓰여있고 다섯 색깔은 기원을 나타낸다고ⓒ송재호

▲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 시내ⓒ송재호

  네팔의 어디를 걸어야 하나. 신(神)이 거주하는 곳으로 네팔인들에게 신성시되는 마차푸차레에 마음이 꽂혔다.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경비행기로 30분, 남부 휴양도시이면서 트레킹의 주요한 거점인 포카라에서부터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에 이르기까지 보는 장소와 각도에 따라 다양한 얼굴을 연출하는 마차푸차레, 그 성산(聖山)을 이번 걷기여행의 장소 화두로 삼았다.

  날씨가 조금만 나빠도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지금까지 단 한사람의 접근도 거부하고 있는 산. 그 우뚝 서 있는 산으로의 여정을 우리 인생이라 하면, 마차푸차레의 여러 모습만큼이나 인생의 길도 각양각색일 터.

  멀리서든 가까이서든, 왼편에서든 오른편에서든, 높은 곳에서든 낮은 곳에서든, 어느 곳에서 바라보아도 마차푸차레는 나름 자신의 정체를 잃지 않으면서 아름답기만 하다. 사람이 어떠한 인생의 길을 걷든 그것은 그 자체로서 누구와 비교할 수 없는 가치와 아름다움을 지니듯이.

신(神)의 산(山) 성산(聖山) 마차푸차레
그것은 본질 그 자체
마차푸차레의 다양한 장면은 마치 삶의 다양한 장면, 기쁨 고통 슬픔 연민을 말하는 듯
그러나 그것을 꿰뚫는 본질은 하나
인간과 사회와 지역이 근원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이 본질은 무엇인가

<우리네 삶만큼이나 다양한 마차푸차레의 여러 얼굴들>

▲ 네팔 카트만두 타멜시장을 걷다가 만난 익살스러운 불상ⓒ송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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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재호

  네팔의 히말라야 트레킹은 산속 마을과 마을을 이으면서 걷는 것이 보통이다. 도로가 없으니 걷는 것만이 유일한 수단이기도 하다. 에베레스트가 됐든 안나푸르나가 됐든, 베이스 캠프나 어라운드 행태로 마을에 있는 로지를 숙식장소로 더 깊은 히말라야 속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형식이다.

  세계의 지붕으로 알려진 히말라야 산맥은 길이가 2천400㎞, 폭이 200-300㎞ 되며, 네팔, 티벳 (중국), 파키스탄 등 여러 나라에 걸쳐있다. 이 산맥의 중심부를 형성하고 있는 네팔 히말라야에는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를 포함하여 8천m 이상의 고봉이 8개나 있다. 이들 고봉에 대한 인간의 등정 시도로 네팔은 등산 왕국으로 트레킹 대상지로서뿐 아니라 최고의 등반 대상지로 알려져 있다.

  히말라야 트레킹은 어느 루트을 선택하든 좀 길게 잡아 세심하게 살펴볼 요량이라면 한달 정도, 시간을 낼수 없는 마라톤(?) 형식이라도 10일 정도는 잡아야 한다. 숙식은 보통 로지라고 불리는 산장에서 해결하는데 큰 불편은 없다. 다만 ‘매일 씻고 닦고 바르고 많이 먹고 마시고 밤늦게 안자고 등’  비생태적으로 사는 데 익숙해져 있어 다시 자연 그대로 생태적으로 사는 원래의 인간모습에 적응하는 데 다소 애로가 있기는 하다.

  이번 마차푸차레 트레킹 도중 고생이 심했던지 이것으로 자신의 인생에서 ‘등산’은 접겠다던 나의 친구가 다녀오고 한달이 지나서 다시 ‘가고싶다 보고싶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자연과 함께하는 생태적 삶이 사는 경쟁에 찌들고 각박해진 일상에 향기를 불어넣는 청량제 같은 무엇이 있긴 있나보다. 

  걷는 도중 들린 산속 마을은 그렇게 평화롭고 정겨울 수 없다. 거기 사는 사람들은 더할 나위 없이 순박하다. ‘나마스테’ 인사하는 눈맑은 사람들, 아무렇게나 길바닥에 싸놓은 소나 당나귀의 배설물들, 바이러스가 없어 먼지마저 건강에 좋다는 너스레들, 행복한 일상을 담은 한폭의 수채화 같다.

  이제 우리도 발전과 지향의 목표를 부에서 삶으로 재정립했으면 하는 생각이 내내 떠나지 않았다. 무엇을 위해 경제적으로 성장하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와야 하는지를, 잠시 바삐 내딛던 발걸음을 멈추고 스스로 자문하고 성찰할 때가 되었다. 양극화 지역불균형 세대착취로 대표되는 사회문제들을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사랑과 정의 그리고 자유와 인권 같은 인류 보편적 가치가 풍요롭게 실현되는, 행복한 지역 존경받는 나라를 만들었음 하는 것이다.

  미국은 1945년부터 2010년 사이에 실질 국민소득이 3배 이상 상승했지만 행복지수는 하락했다. 이 기간에 이혼은 2배, 10대 자살률은 3배, 폭력범죄는 4배, 죄수는 5배, 미혼모 신생아 비율은 6배, 우울증은 11배로 늘어났다.

  우리나라도 이와 유사한 전철을 밟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세계 10위, 지난 40년간 2백배 이상 늘어난 국민소득 등은 스스로 자랑스러워할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인 삶의 질 수준은 OECD 국가 중 최하위인 30위권 밖. 더욱이 국민이 행복을 느끼는 행복지수는 세계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영국의 신경제학재단과 레스터 대학이 2006년 각각 세계 국가들의 행복지수를 측정한 결과 우리나라는 102위였다.

  행복경제학에 따르면 국민소득 1만 달러가 넘어서면 ‘소득이 늘어나도 행복이 증가하지 않는다’고 한다. 국민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는 경제의 양적 성장도 중요하지만 사회복지, 문화, 환경과 같은 사회문화적 삶의 질이 더욱 소중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들어서는 GDP 대신 ‘행복지수(HPI-Happy Planet Index)’를 국가나 지역의 발전 척도로 봐야 한다는 논의 또한 활발해지고 있다. OECD는 GDP를 넘어서는 새로운 행복지수를 개발하고 있고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행복경제’를 주창하면서, 국민행복지수를 반영한 GDP 척도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영국도 GDP를 대체할 웰빙지수를 개발 중에 있으며, 캐나다도 정부가 주축이 돼 생활수준과 시간의 배분, 교육, 건강, 환경, 공동체, 좋은 정치 등 일곱 가지 항목의 국가웰빙지수를 개발하고 있다. 태국은 ‘자족경제(sufficiency economy)' 개념을 들고 나오고 있다.

  이 분야의 선구자는 의외로 부탄이라는 나라다. 부탄은 1인당 GDP가 1200달러에 불과한 가난한 나라지만 2006년 영국 레스터대학교가 조사한 국민행복지수에는 세계 8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부탄이 1972년부터 GDP 대신 국정운영의 지표로 사용해온 GNH(Gross National Happiness)는 안정적인 경제발전, 자연환경 보호, 문화증진, 사회복지 등 네 기둥으로 이루어져 있다.

  삶과 행복, 본질을 이야기하는 것은 배고픈 시절로 돌아가자는 것은 아니다. 물론 물량적 발전도 중요하지만 성장에의 줄달음을 잠시 멈추고 삶의 진정한 의미와 발전의 본질을 함께 성찰해보자는 것이다. 행복을 화두로, 품격있는 지역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GDP를 극대화하는 대신에 행복과 삶의 질을 최대로 하는 기획 행동 평가 메가니즘을 내놓을 때다.

▲ 돌아오는 길 포카라 공항에서 저멀리 바라본 마차푸차레ⓒ송재호

▲ 트레킹 출발지로 삼은 나야폴ⓒ송재호

▲ 나야폴에서 비레탄티 가는 길에서 본 전경ⓒ송재호

▲ 나야폴에서 비레탄티 가는 길ⓒ송재호

 

▲ 비레탄티 ⓒ송재호

▲ 비레탄티에서 티케둥가 가는 길ⓒ송재호

▲ 비레탄티에서 티케둥가 가는 길ⓒ송재호

▲ 비레탄티에서 티케둥가 가는 길ⓒ송재호

▲ 티케둥가ⓒ송재호

▲ 티케둥가ⓒ송재호

▲ 티케둥가에서 울레리 가는 길ⓒ송재호

▲ 티케둥가에서 울레리 가는 길ⓒ송재호

▲ 울레리ⓒ송재호

▲ 울레리ⓒ송재호

▲ 울레리 어느 집과 마당ⓒ송재호

▲ 울레리 집 돌담ⓒ송재호

▲ 울레리 집 돌지붕들ⓒ송재호

▲ 울레리에서 반탄티 가는 길ⓒ송재호

▲ 반탄티

▲ 반탄티에서 고라파니 가는 길

▲ 반탄티에서 고라파니 가는 길

▲ 고라파니

▲ 고라파니에서 만난 기원의 오색기

▲ 고라파니

▲ 고라파니

▲ 고라파니 석양에서 바라본 히말라야 산군들

▲ ⓒ송재호

▲ 푼힐전망대

▲ 푼힐전망대에서의 일출

▲ 푼힐전망대에서 바라본 일출의 다올라기리

   

▲ 다올라기리

▲ 푼힐에서 데우렐리 가는 길(멀리 보이는 고봉이 다올라기리)

▲ 푼힐에서 데우렐리 가는 길에서 바라본 다올라기리 산군

▲ 푼힐에서 데우렐리 가는 길에서 바라본 안나푸르나 산군

▲ 푼힐에서 데우렐리 가는 길에서 바라본 마차푸차레

▲ 푼힐에서 데우렐리 가는 길

▲ 아마 무슨 사연으로 쓰러지고도 생명력을 유지, 옆으로 자라는 나무(안나푸르나 보호지역)

▲ 데우렐리에서 타다파니 가는 길

▲ 타다파니

▲ 타다파니

▲ 타다파니 로지에서 바라본 마차푸차레 일출

▲ 타다파니 로지에서 바라본 안나푸르나 남봉 일출

▲ 타다파니에서 촘롱가는 길

▲ 길 안내 표지

▲ 타다파니에서 촘롱가는 길

▲ 얼마나 긴 세월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밟았기에 나무가 아예 옆으로 자라나

▲ 타다파니에서 촘롱가는 길에 만난 로지

▲ 로지 식당

▲ 로지 부엌

▲ 로지 객실(어디를 가나 기원을 나타내는 징표가 붙어있다)

▲ 로지 객실 내부(전기는 태양열, 난방은 안된다)

▲ 로지 화장실과 샤워실(돈내고 대충 샤워는 가능하나 고산병과 관계있다 해서 거의 안한다)

▲ 타다파니에서 촘롱가는 길

▲ 타다파니에서 촘롱가는 길

▲ 촘롱 마을 들어서는 길

▲ 촘롱

▲ 촘롱

▲ 촘롱 마을 사람들 투전으로 망중한

▲ 촘롱

▲ 촘롱

▲ 촘롱

▲ 촘롱에서 시누와 가는 길

▲ 촘롱에서 시누와 가는 길

▲ 촘롱에서 시누와 가는 길, 저 멀리 끝에 보이는 곳이 시누와

▲ 촘롱에서 시누와 가는 길

▲ 촘롱에서 시누와 가는 길

▲ 촘롱에서 시누와 가는 길에서

▲ 안내판

▲ 시누와

▲ 재활용한 화분들

▲ 시누와

▲ 시누와에서 만난 네팔식 응접실

▲ 시누와에서 히말라야 로지 가는 길

▲ 트레킹 길거리 쓰레기통

▲ 시누와에서 히말라야 로지 가는 길

▲ 히말라야 로지

▲ 히말라야 로지에서 마차푸차레 베이스 캠프 가는 길

▲ 히말라야 로지에서 마차푸차레 베이스 캠프 가는 길

▲ 히말라야 로지에서 마차푸차레 베이스 캠프 가는 길

▲ 마차푸차레 베이스 캠프

▲ 마차푸차레 베이스 캠프에서 바라본 마차푸차레

▲ 마차푸차레를 지나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가는 길

▲ 마차푸차레를 지나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가는 길

▲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도착날)

▲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도착 다음날)

▲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에서 바라본 일출(안나푸르나 주봉과 남봉, 그리고 히운출리)

   

▲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에서

▲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에서 고소증(고산 산소부족등)으로 퉁퉁 부어오른 초코파이

▲ 촘롱에서 지누단다 가는 길

▲ 촘롱에서 지누단다 가는 길에서 만난 특이한 계단길

▲ 촘롱에서 지누단다 가는 길

▲ 지누단다

▲ 지누단다에서 쿠미 가는 길

▲ 지누단다에서 쿠미 가는 길

▲ 계단에 써놓은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방향 표지

▲ 지누단다에서 쿠미 가는 길에서 만난 뉴브리지 로지(여기서도 입구가 ‘정낭’으로)

▲ 지누단다에서 쿠미 가는 길

▲ 지누단다에서 쿠미 가는 길

   

▲ 쿠미에서 사울리바잘 가는 길

▲ 바위에 쓰여진 사울리바잘 길 안내 표지

▲ 바위에 쓰여진 사울리바잘 길 안내 표지

▲ 쿠미에서 사울리바잘 가는 길

▲ 쿠미에서 사울리바잘 가는 길

▲ 쿠미에서 사울리바잘 가는 길

   

▲ 쿠미에서 사울리바잘 가는 길

▲ 다시 트레킹 출발지 나야폴로

▲ 포카라 시내

▲ 포카라 공항(20인남짓 탈 수 있는 경비행기로 네팔수도 카트만두까지 편도 30분정도 소요)

  포카라 공항(20인남짓 탈 수 있는 경비행기로 네팔수도 카트만두까지 편도 30분정도 소요)

  히말라야 신(神)의 산(山) 성산(聖山) 마차푸차레를 가까이서 보고 돌아오는 길은 ‘진실한 항로를 찾는 끊임없는 갈망’의 또 다른 표현 양식이었다.

  이 길에서 다시 묻는다.
  오늘 제주사회가, 이를 구성하는 제주인의 삶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본질은 무엇이며,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기제는 무엇인가?

  이것으로 ‘길을 걸으며 길을 묻다’ 기획연재를 마무리하려 한다. 꽤 오랜 시간 길을 걸으면서 또 걷고 나서 내게 남은 것은 ‘길은 어떠한 길이든지 그 자체로 의미있고 아름다운 것이라는 것이다. 서로 비교하고 평가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우리네 인생이 어떤 삶이든 그 자체로 의미있고 소중하듯이. 그리고 ’걷기예찬자‘ 인 누군가가 말한 것처럼 '진실로 넓은 세상과 본질적 가치는 내면으로 만나는 것이지 여행으로 만나는 것은 아니었다.' / 송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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