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저출산.고령화는 위기다

1980년대 일본 경제는 마치 세계를 제패할 수 있을 것 처럼 기세등등했었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불과 40년 만에 막강한 경제 대국으로 일어선 일본의 저력을 보면서 당시 세계인들은 경탄했고, 일본 경제의 성공은 우리에겐 벤치마킹의 대상이었다.

그랬던 일본 경제가 1990년대 초 자산버블의 붕괴와 함께 장기 침체에 빠져 제자리 걸음을 해 오다가 최근에는 미증유의 대지진과 해일의 재난, 원전의 방사능 유출로 심각한 위기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더욱이 지금 일본은 세계 1위의 고령 국가에다 국가부채는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현재 일본의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은 200%를 넘어 최근 재정위기에 빠진 그리스(136.8%)와 아일랜드(112.7%) 등을 크게 뛰어 넘는다. 이같은 사정을 반영하여 지난 1월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2002년 이후 9년 만에 'AA'에서 'AA-'로 하향 조정했다.

전문가들은 침체된 일본 경제의 현 주소를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로 ‘저출산·고령화’, ‘비정규직 근로자 증가’, ‘양극화의 심화’, ‘낮아지는 잠재성장률’, ‘관료 중심의 사회’, ‘청년들의 좌절’, ‘기존 성장모델 고수’, ‘창의적 제품 부족’, ‘혁신형 창업 부족’ 등 아홉 가지를 꼽으면서 이 중에서도 저출산․고령화를 재앙(災殃)의 근원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현재 일본에 있어 매우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일본은 인구 감소로 노동력이 이미 감소세에 들어섰고, 생산성도 최근 1%대로 떨어져 여타 선진국과 같이 이민 확대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단일 민족 특성상 외국인 유입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데다 최근 금융위기에 따른 청년 실업률 상승으로 일자리에 대한 우려도 높아져 이민 확대 정책의 실행이 쉽지 않다. 이를 반영하듯 현재 일본의 노동력에서 차지하는 외국인 노동자 비율은 1%대로 10% 전후의 여타 선진국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우리나라도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방관할 때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출산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서 가장 낮고 고령화가 일본보다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고령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하지 못한다면 ‘잃어버린 20년’의 터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이 바로 10년 후 고스란히 한국의 모습이 될 공산이 크다.

한국금융연구원은 '고령화 진전에 따른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수명이 2050년엔 83.5세에 이를 것"이라며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38.2%에 달해 세계 최고령 국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표1⟩. 그리고 한국이 고령화사회(65세 이상 인구가 7% 이상)에서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20% 이상)로 진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26년이 될 것으로 예측했는데, 이는 프랑스(154년), 미국(94년), 독일(77년), 일본(36년)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매우 빠른 수준이다⟨표2⟩.

   
   

노령화지수(14세 이하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율)는 2020년에 125.9로 상승하여 미국·영국·프랑스를 웃돌 것이고, 2050년에는 대표적인 고령사회인 일본과 독일도 추월할 것으로 전망했다⟨그림1⟩. 고령자 부양비율(20세 이상 64세 이하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율)도 2050년에 91.4%를 기록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이탈리아(98.5%), 일본(94.9%)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아질 것으로 추산했다⟨그림2⟩. 인구 고령화가 지속될 경우 잠재성장률은 2010년대 연평균 4.21%에서 2040년대 0.74%로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이다⟨그림3⟩. 그러나 고령화 진행 속도에 비해 고령자를 위한 사회 안전망은 상당히 부족한 것으로 평가됐다.

   

   
   
 

위와 같은 전망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도 조만간 이민확대 정책이 유일한 대책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저출산은 선진국에서도 일반적인 현상으로 대부분 선진국은 이민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이민 국가인 미국은 합계출산율(여자 1명이 평생 낳는 신생아 수)이 2.1명으로 선진국 중에서 가장 높아, 인구가 2005년 3억명에서 2050년 4억 1,900만명으로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실리콘밸리의 과학자와 엔지니어 중 50%가 이민자일 정도로 이민자들은 미국 경제의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
 
현재 한국으로 들어오는 외국인은 동남아시아와 중국 등에서 중소기업 생산현장, 식당 종업원 등 저임금 일자리를 찾아오는 단순 노동인력이 90%를 넘는다. 이같은 저임금 단순근로자 위주의 이민정책은 국가경쟁력 보완에 한계가 있다. 해외 고급인력 유치에 성공한 호주, 미국, 캐나다, 영국은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고, 단순 노동인력을 유치한 독일은 심각한 인종갈등을 겪는 반면, 전문직을 적극 받아들인 캐나다의 산업 생산력이 크게 높아진 점은 우리가 참고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국내의 제도적·문화적 폐쇄성과 교육·의료 등 사회시스템의 미비가 숙련 노동자와 고급 인력의 유치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수출 의존형 소규모 경제구조의 우리나라가 세계화와 개방화를 통해 기대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협소한 국내시장의 한계를 벗어나 세계를 무대로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파는 것과 풍부한 인력과 지식의 수혈이다. 지난 30년간 한국경제는 수출확대에는 총력을 다했지만 인적·문화적 개방을 통한 인력과 지식의 수혈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같은 비대칭 개방은 우리 경제가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중심으로 고도화되는 탈산업화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지원하지 못하는 등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았다. 따라서 인적·문화적 개방을 통해 전문서비스 분야의 경쟁과 효율화를 적극 유도할 필요가 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제주경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최근 제주 도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 의하면 도민의 33.2%가 노후 준비를 못하고 있으며, 고령화를 대비하여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정책과제로는 노인 일자리(25.5%), 시설지원(21.8%) 순으로 나타나 노년층 일자리 확보가 중요함을 시사한다. 더구나 제주지역은 전통적으로 젊은층의 육지부로의 진출이 많은 데다가 향후에는 청정자연환경을 찾아 은퇴자들의 유입도 늘어나 도내 노령인구의 비중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지역은 2015년 전국(2018년)보다 빨리 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며, 초고령사회는 전국(2026년)과 비슷한 2025년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가능인구(15∼64세 인구)는 2018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지역의 잠재성장률은 고령인구가 본격적으로 증가하는 2016년부터 급격히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며, 노년부양비는 1990년 8.7%에서 2030년 38.0%로 전국평균보다 높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이 제주경제에는 앞으로 5년 이내에 고령화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여 여러 가지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저출산․고령화는 경제에 미치는 여러 가지 부정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건강·여행·자산관리·보안·가사대행 등에서 새로운 시장을 열어줄 수 있어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지속적으로 경제력이 커질 여성이나 저변이 확대될 노인층, 미래 경제사회의 주축으로 성장하게 될 Y세대의 특성에 주목하는 것도 새로운 기회를 잡는 방법이 될 것이다.

가령 고령친화산업의 육성은 현재 제주특별자치도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청정 1차산업, 의료, 교육, 관광 등 핵심산업 발전방안과 연계하여 젊은 층을 포함한 전세대적인 고용창출 등 큰 시너지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천혜의 자연환경, 長壽의 섬 이미지 등 도시 은퇴자들을 유치하기에 매우 유리한 입지조건을 확보하고 있는 제주도가 정부의 고령친화산업 육성전략을 선점 활용하여 제주의 신 성장동력으로 육성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우리나라의 고령친화 산업은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연평균 12.9%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중 기존 산업전체의 연평균 성장률 4.7%에 비해 3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이같이 새로운 기회를 활용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는 한편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성장잠재력 저하를 최대한 완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즉, 고령자 및 여성 등 유휴인력의 활용 증대, 외부인력의 유입 촉진 등을 위한 사회경제적 제도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고령자 및 여성 등의 경제활동 참가율 제고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고, 급여 면에 있어 성차별, 연령차별 등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여성인력의 취업 제고를 위해 여성의 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한 노력도 강화되어야 한다. 최근들어 여성과 남성의 소득평등도가 높을수록 출산율이 높아지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출산 및 육아에 대한 공공의 책임이 강조되는 문화적, 사회적 대변화가 필요하다. 여성들에게 집중되어 있는 육아에 대한 부담을 남성이, 기업이, 그리고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공유해야 한다는 인식이 뿌리를 내릴 때 비로소 저출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생산가능연령인구 및 경제활동인구 감소에 기인한 잠재성장력 저하에 대응하여 고령인구의 노동생산성 증대에 힘써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고령인구의 생활안정화 정책과 실질적인 노동생산성 향상을 위한 체계적인 직업훈련체계를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또한 지금의 1차산업 중심의 산업구조로는 고령인구가 안정적인 급여생활을 영위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간근로 형태와 소일거리 제공 등의 정책을 보다 확충하고 장기적으로는 산업별로 차별화하는 정책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제주도의 경우 여성 고령인구가 남성 고령인구보다 많아 향후 제주지역의 잠재성장력은 여성 고령인구의 노동생산성에 많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여성 고령자의 노동생산성 향상 정책을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생산가능인구의 외부로부터의 유입을 적극 장려해야 한다. 특히 도외에 거주하는 출향(出鄕) 인력은 물론, 도외 지역의 우수인력이 제주로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인력부족의 해결과 경쟁력 향상을 위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제주지역의 인적자본지수는 1990년대 중반까지 전국 평균 수준을 유지하였으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타 지역과의 격차가 날로 확대되고 있다. 지금처럼 인적자본지수가 낮은 상황이 오래 지속될 경우, 제주 지역의 성장동력이 크게 떨어질 것은 자명하다. 제주지역의 생산가능인구는 2018년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므로 출산장려 이외의 외부인력 유입을 위한 다각적인 정책대응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기술혁신 산업기반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현재와 같이 1차산업 비중이 높은 제주지역 산업구조는 외부의 청·장년층을 유입하는 유인(誘因)이 작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출산업육성, 향토제품의 개발, 주력산업의 질적 고도화, 신성장동력산업의 육성, 영세상권 활성화 및 추가적인 제도개선 등을 통해 2차 및 3차 산업의 비중을 높이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소득증대에 기여하는 동시에 젊은 생산가능인구의 유입을 촉진시켜 제주지역의 인구고령화 문제를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인터넷 포털 ‘다음’은 지난 2004년 제주도와 본사 이전협약을 체결해 내년에는 전체직원의 1/4가량인 300명이 제주도에서 근무하게 되며, 향후 80%에 가까운 인력이 제주에 내려와 명실상부한 본사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될 전망이다. 넥슨네트웍스도 본사 소재지를 서울 역삼동에서 제주시 노형동으로 변경하였고, 현재 전체직원의 1/3인 100여명이 제주에 근무하고 있으며 제주지역 청년을 대상으로 신규인력 채용 확대와 함께 제주센터의 본사역할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넷째, 젊은층의 직업안정과 생산성 제고를 위한 교육강화 노력이 필요하다. 양질의 일자리 감소로 단기 계약직에 종사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으나 이들이 취업을 통해 경력을 쌓고 자립기반을 마련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기업은 잠깐 쓰고 내보낼 임시직 직원까지 공들여 교육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년들이 맞춤형 직업 훈련을 받고 그것이 장기 고용으로까지 이어지는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 가령 기업이 대학생을 파트타임으로 고용하면, 대학은 해당 학생들이 정규직이 되는 데 필요한 기능을 교육하고, 여기 필요한 인건비와 교육비는 지자체가 보조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아울러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대학 주변에 창업 인프라를 구축하여 대학생들이 졸업후 창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도 있다.

다섯째, 출산 장려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경제정책, 교육정책, 사회정책 등과 관련된 총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지난해 제주지역의 합계출산율는 1.46명으로, 전국 평균 1.22명에 비해 높았다. 이는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3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최근 조사에서 제주도민들은 양육비(25.8%)와 사교육비(20.9%) 등 주로 경제문제 때문에 출산에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저출산 문제 극복을 위해서는 출산수당 지급(17.1%), 출산관련 의료비 지원확대(15.2%), 무상보육 실시(9.8%) 등을 3대 대안으로 제시했다. 특히 응답자의 69.8%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없이는 출산율 상승이 힘들 것이라 말해 출산율 문제가 지방자치단체보다는 중앙정부가 해야할 몫으로 지목했다.

여섯째, 베이비부머 문제에 대한 대응 노력이 강화돼야 할 것이다. 한 조사에서 베이비부머(1955∼1963년 출생, 전체인구의 15%인 712만 명)들은 높은 출산율 속에서 더 경쟁적인 삶을 살면서 국가 경제발전에 큰 역할을 해 왔지만, 노후준비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베이비붐 세대는 특히 자녀 양육 및 교육을 위해 전체 생활비의 20% 이상을 사용하고, 자신의 은퇴 준비보다 자녀의 결혼과 교육비용에 더 큰 신경을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절반 이상은 은퇴를 위한 저축과 투자를 거의 못하고 있으며, 10명 중 7∼8명은 국민연금을 은퇴 저축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준비가 전혀 안된 상황에서 이미 조기 퇴직했거나 퇴직을 앞두고 있는 형편이고 보면 이들의 노후생활 대책을 마련하는 일은 시급하기 짝이 없는 과제다.

한편 베이비붐 세대의 경험과 노하우를 사장시키는 것은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다. 또한 이들은 은퇴 후 삶의 패턴에 따라 새로운 산업의 역동적 소비주체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그만큼 향후 우리사회 내 새로운 성장기반의 요소로 작용하거나 노인복지의 뉴 패러다임을 열어가는 데 긍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

이같은 베이비부머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는가 하는 것은 제주사회의 고령사회 대비 정책형성에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들에게 경력과 전문성을 감안해 적절한 일자리를 찾아주고 활기차게 살아가도록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활성화해야 한다. 즉, 효율적인 직업교육 및 평생교육 시스템 확립, 맞춤형의 다양한 일자리 개발, 전생애주기에 걸친 자원봉사활동 활성화, 여가 프로그램의 내용과 수준 다양화, 노후설계 서비스 제공 및 맞춤형 정보화 교육 등이 필요하다.

일곱째, 인구의 노령화에 적합한 의료시스템의 확립이 필요하다. 제주는 65세 이상 노인인구 중 100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광역자치단체 중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장수의 섬’임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그러나 65세 이상 노인들의 생존율은 서울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연환경적 건강요인이 좋아 100세 이상 노인비율이 높지만 응급의료 체계와 의료인력 및 시설 등의 자원이 열악해 65세 이상 생존율이 서울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제주도는 주민들에게 고급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한 사회기반시설의 확충이라는 관점에서 의료시스템 개선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의료관광 수입 및 고용창출 등 의료 서비스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제주 의료시장의 개방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도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제주경제는 머지않아 결코 해결하기 쉽지 않은 위기상황을 맞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며 이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미리 준비하고 대처해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놓여있다 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것이며 장기간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위와 같은 구조적이며 전면적인 위기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제주 경제의 진로를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우리는 많은 역경을 딛고 일어섰고, ‘제주특별자치도’라는 지위를 획득하여 전국에서 자치분권의 최선두에 서서 우리나라를 선도하고 있지만 지금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판이하게 달라질 것이다.

지금의 현실에 안이하게 대처하며 썩은 환부를 도려내지 못하면 제주경제는 장기 침체에 빠진 일본과 같은 신세가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속하고 지혜롭게 난관을 극복하고 위기 이후에 펼쳐질 새로운 질서에 대비한다면 제주는 변방의 시대를 끝내고 한국을 넘어 세계로 도약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시의적절한 정책의 수립과 추진을 통해 지역사회 구석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걸림돌을 하나씩 제거해야 한다. 우리가 진정으로 일본의 지난 20년과는 다른 길로 나아가고, 선진사회로의 꿈을 실현하고자 한다면, 앞으로도 더 많은 개방과 경쟁, 그리고 자기혁신을 지속하는 길 이외에 다른 길이 없다. 일본이 걸어온 실패의 그 길을 따라갈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성장의 길을 찾을 것인가? 우리 제주사회 구성원들이 선택해야 할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과제다.

민선 5기 새 도정의 출범과 함께 영유아 전면 무상교육실시를 통해 시설이용 영유아 가정의 보육비 부담해소 및 출산율 제고를 꾀하고 있는 것은 제주사회의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선행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바람직한 조치라고 본다.

▲ 고운호 전 한국은행 제주본부장
또한 최근 제주 일각에서 추진되고 있는 ‘회향운동’이 도외에 거주하는 출향(出鄕) 인력은 물론, 제 2의 인생을 제주도에서 설계하고 싶어 하는 전문직 은퇴자 등 도외 지역의 우수인력을 제주로 대거 유인하는 범 사회적 ‘귀향문화 뿌리내리기 운동’으로 확산되어 제주사회의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실타래를 푸는 단초가 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고운호 전 한국은행 제주본부장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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