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안의 클래식산책] 빈센초 벨리니 '정결한 여신'

Vincenzo Bellini, Opera ‘Norma’ 中 ‘Casta Diva(정결한 여신)’

이탈리아 작곡가 빈첸초 벨리니(Vincenzo Bellini, 1801-1835)는 같은 시대에 활동했던 로시니, 도니체티와 함께 ‘벨칸토 오페라의 거장’으로 불린다. ‘벨칸토(bel canto:아름다운노래)’라는 개념은 17세기에는 ‘선율을 중시하는 단순하고 서정적인 창법’을 뜻했지만, 19세기에 오면 ‘성악가의 역량을 과시하는 기교적인 가창 기법’을 뜻하는 말로 의미가 달라졌다. 19세기 전반의 낭만주의 오페라는 이런 벨칸토가 대세였고, 벨리니는 1830년대에 [노르마] 외에도 [청교도], [몽유병의 여인] 같은 벨칸토 오페라의 걸작들을 탄생시켰다.

1831년에 완성된 오페라 노르마(Norma)는 벨리니의 타고난 재능이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이다. 벨리니 자신이 “모든 것을 희생시켜서라도 ‘노르마’를 구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그가 얼마나 이 작품에 강한 애착과 자신감을 가졌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 오페라는 벨칸토 전통의 최고 정점에 오른 대표적인 작품으로 평가 된다. 20세기에 거의 잊혀져가던 벨칸토 오페라 레퍼토리들을 다시 화려하게 부활시킨 가수는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였는데 1951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 입성한 칼라스는 벨리니의 [노르마] 주역으로 전 세계에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무대는 기원 전 50년 경, 로마 지배하의 갈리아 지방이다. 기원 전, 골족과 켈트족 사이에 있던 드루이드 교도의 여제사장인 노르마(Norma,소프라노)는 로마의 총독인 폴리오네(Pollione.로마갈리아지방총독,테너)와 가까이 하여 아들 둘을 낳았다.

▲ 빈센초 벨리니 ⓒ제주의소리
그러나 총독 폴리오네는 같은 사원에 있는 여승 아달지자(젊은여승Mezzo Sop.)와 사랑에 빠지는데, 노르마는 잃어버린 사랑에 분노하며 복수를 다짐하지만, 결국에는 사랑하는 폴리오네를 위해 대신 화형을 당하게 된다. 폴리오네는 노르마가 자신을 위해 불 속으로 뛰어드는 것을 보고, 그녀의 사랑을 깨닫게 되어 마침내 자신도 노르마가 불타고 있는 불속으로 뛰어들면서 작품이 끝난다. 사랑 때문에 신성한 종교적 규율을 깨뜨린다는 비련을 그린 작품이다. 1831년 12월 26일 밀라노의 라 스카라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노르마(Norma)는 전쟁을 원하는 드루이드 사람들을 진정시키려 애쓰면서, 잃어버린 애인이 자기의 품안으로 돌아올 것을 기원하는 유명한 아리아 ‘정결한 여신(Casta Diva)’을 노래한다. 러시아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Anna Netrebko)가 들려준다.

♣ 음악 에피소드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연주한다.

2007년 1월 12일 오전 7시 51분 워싱턴 지하철역 중 가장 붐비는 랑팡 플라지역. 한 바이올리니스트가 '아침식사 전의 진주들(Pearls Before Breakfast)' 이라는 주제로 연주를 했습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 마스네의 「타이스」중 '명상곡' 등을 연주했습니다. 그러나 몰래카메라에 담긴 테이프를 분석한 결과, 45분간 이곳을 통과한 사람은 모두 1,097명이었고, 동전 한 닢이라도 무심코 던져놓은 사람은 27명이었으며, 그리고 잠시라도 서서 음악을 들은 사람은 단 7명이었습니다. 바이올린 케이스에 모인 돈은 고작 32달러(약 3만 원)였고요. 그런데 그 바이올리니스트는 미국의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이었고, 그날 그가 연주한 바이올린은 350만 달러짜리 스트라디바리우스였다고 합니다.

벨은 2007년 7월 초, 우리나라 예술의 전당에서 연주회를 가졌습니다. 제일 비싼 좌석은 8만원이었습니다. 벨의 개런티는 분 단위로 계산하면 1분에 대략 1천 달러를 번다고 합니다. 그런 그가 청바지에 야구 모자를 쓰고 연주를 했더니 1분에 1달러도 벌지 못했습니다.

2007년 4월 17일 런던 워털루역. 바이올리니스트 타스민 리틀이 비슷한 실험을 했습니다. 1,000명의 행인 가운데 8명이 발걸음을 멈추고 음악을 들었으며, 리틀이 번 돈은 겨우 14파운드 10실링(약2만 5천 원)이었다고 합니다.

2007년 5월 2일 오전 8시 45분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6번 출구. 성시여대 피호영 교수가 역시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들고 드라마 '모래시계'의 주제음악, 엘가의 「사랑의 인사」, 사라사테의 「치고이너바이젠」, 마스네의 「타이스」중 '명상곡' 등을 45분간 연주했습니다. 그리고 1만 6천 900원을 벌었다고 합니다.

바삐 움직이느라 음악에 귀를 기울일 시간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지하철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라 고급 음악에 관심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연주자를 정말 거리의 악사로 알고 무시했는지 알 수 없지만, 어쨌거나 음악가는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연주하고 갈채로 먹고삽니다. 조슈아 벨 3만 원, 타스민 리틀 2만 5천 원, 피호영 1만 7천 원. 돈이 문제가 아니라 세 연주자는 그날 슬펐으리라 생각해봅니다.
                             
                                <출처: CEO를 위한 클래식 음악 에피소드, 이재규 엮음>
♣  읽고 새기고 ~

 가진 것 하나를 열로 나누면
 우리가 가진 것이 십 분의 일로 줄어드는 속세의 수학과는 달리
 가진 것 하나를 열로 나누었기에
 그것이 ‘천’이나 ‘만’으로 부푼다는 하늘나라의 참된 수학,
 끊임없는 나눔만이 행복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행복 정석을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배우게 된다.
 
    -‘울지마 톤즈’의 故 이태석 신부님,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에서- 

 / 이승안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