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전문 용어로 캐리(carry)는 자산을 보유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말한다. 대출을 받아 부동산에 투자했다면 대출 이자가 이에 해당된다. 금리가 낮은 나라에서 돈을 빌려서 금리가 높은 나라에 투자하면 이것은 캐리 트레이드(trade)가 된다.

평소에 이런 트레이드로 돈벌이가 잘 안 되는 이유는 투자 기간 중 두 나라 사이의 환율 변동이 금리의 차이를 적절히 상쇄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금리 통화가 갑자기 평가절상되거나(빌린 돈을 그 통화로 갚아야 하는데) 또는 고금리 통화의 환율이 너무 평가절하되는(투자 원리금의 가치가 줄어드니까) 걱정을 안 해도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일본 엔화의 환율은 대지진 직후 반짝 강세를 보였지만 곧 주요 7개국(G7)의 시장개입 결정으로 안정된 이후 다시 80엔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거기에다 일본의 제로금리도 당분간 변동되지 않는다고 보면 엔화로 조달하여 세계 도처에서 단기 차익을 노리는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의 장이 활짝 열리게 된다.

이것은 또한 시기적으로 절묘하다. 미국의 양적 완화(QE2)가 6월로 끝나가는 데다가 유럽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함으로써 세계에 풀린 유동성이 회수되려는 시점이었다.

이에 따른 유동성의 감소는 엔 캐리 트레이드에 따른 새로운 유동성 증가로 상당히 상쇄될 것으로 보인다.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까지만 해도 엔 캐리 트레이드의 잔액이 약 1조달러에 달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부터 이 조짐이 보이고 있다. G7 공조가 발표된 3월17일 이후 증권거래소 총 거래일 20일 중 19일 간에 걸쳐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졌다. 주가지수는 같은 기간 8.5% 급등했다.

캐리 트레이드의 위험은 그것이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양적 완화에 이은 캐리 트레이드

캐리 트레이드를 하려면 빌린 통화를 매각하여 운영하려는 통화를 매입해야 하는데 이는 빌린 통화의 평가절상을 억제하고 운영하려는 통화의 평가절하를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캐리 트레이드가 캐리 트레이드의 조건을 재생산해내는 것이다.

그러다가 어떤 계기로든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이 시작될 때는 반대 방향의 피드백 루프가 형성되어 자금이탈과 환율 폭락이 가속된다. 그래서 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전형적인 핫머니의 속성을 띨 수밖에 없다.

실제로, 금리 차이를 노린 외국인 자금의 유입으로 한동안 절상되어 오던 브라질과 호주의 통화가 최근에 그 절상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

브라질은 물가상승률(6%)을 보나 경상수지(3년 연속적자)를 보나 통화가치가 올라갈 이유가 따로 없는데도 달러 대비 1달러=2헤알(real)이 깨진 후 1달러=1.5헤알을 기록하고 있고 전통적으로 미 달러에 비해 약세 통화인 호주 달러 역시 작년 10월 처음으로 미 달러와 등가를 이루더니 최근에 미 달러를 앞질렀다. 우리나라 원화도 비슷한 모양의 강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경우는 많이 다르다.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 자본시장을 아예 개방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이 매매할 수 있는 주식("B" share)은 중국 위안화가 아닌 외화로 거래되며 국내 채권시장도 8개 외국 중앙은행에게만 극히 제한적으로 개방되어 있다.

최근 IMF의 스트로스칸 총재는 무질서한 국제자본이동을 막기 위한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인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을 IMF가 핫머니의 폐단을 인정한 듯 반기는 것은 잘못이다. 그 내용을 보면 핫머니 방출국에 대한 규제보다는 핫머니를 차단하려는 국가들에 대한 규제 성격이 짙다. 핫머니가 들어 오지 않도록 환율(평가절상)과 이자율(인하)을 사전적으로 관리할 것을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IMF의 움직임은 브라질이 외국인에게 부과하는 6%의 금융거래세 시비를 가리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어 보인다. 이래저래 핫머니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이 어려워진다.

빈약한 핫머니 대응수단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제주의소리
그런 가운데 혹시 정책당국이 원화환율의 급격한 변동을 우려하여 외환시장에 개입하려 한다면 이것은 잘못이다. 환율의 향방이 평가절상 쪽으로 미리 읽히고 있는 한 '스무딩오퍼레이션'은 캐리 트레이더들에게 더 좋은 조건을 제공할 뿐이다.

오늘 중국 하이난 섬에서 개최되는 제3차년도 BRICS 정상회담에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외에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처음으로 참석한다. 이들은 이 핫머니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궁금하다.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 이 기사는 내일신문(http://www.naeil.com) 제휴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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