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성 문화유적100] (65) 감산리 할망당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은 제주여성과 그들의 삶이 젖어있는 문화적 발자취를 엮은 이야기로, 2009년말 ‘제주발전연구원’에서 펴냈습니다.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은 2008년에 이미 발간된 『제주여성 문화유적』을 통해 미리 전개된 전수조사를 바탕으로 필진들이 수차례 발품을 팔며 마을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노력이 깃들어 있습니다. 오늘 우리 제주가 있도록 한 ‘우리 어머니’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제주의소리>는 제주발전연구원과 필진들의 협조로 『제주여성 문화유적 100』을 인터넷 연재합니다. 제주발전연구원과 필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 제주의소리

▲ 감산리 할망당 ⓒ장혜련

감산리는 안덕계곡을 끼고 있어 물이 발달한 곳 중의 한 곳이고 물맛이 좋기로도 소문이 자자하다. 계곡의 물 흐르는 소리가 시원하다. 비가 많이 내린 뒤라 수량이 풍부해서인가 더욱 힘차게 들린다. 특히 감산리 계곡 주변엔 오래된 팽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보호수 팻말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당과 계곡 주변을 정리하여 나무 테크로 산책코스를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오고 가기에 좀 편리해졌다.

할망당을 가까이서 보려면 산책로 사이로 난 작은 길을 택해 예전 감산리 여성들이 당에 갈 때 다니던 소로를 택하는 것이 훨씬 운치도 있고 당에 가는 맛도 있다. 힘들게 당을 오고 가면서 품었을 그네들의 기원과 바람을 생각하며 우리도 소원 한 가지 정도 가지고 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제주의 일렛당(七日堂)들은 육아를 담당하고 치병의 기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린아이가 자라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질병과 생의 고비를 넘겨야만 무사히 성장할 수 있다. 삶의 조건이 열악했던 제주에서는 아이가 탈이 났을 때 찾을 수 있는 곳이 한정적이었다. 그래서 제주여성들은 마을에 있는 당신들과 의논하며 아이를 키워나갔다. 그리고 기후가 습한 지역이기에 허물, 옴 등 피부병을 달고 살아
야 했던 제주사람들은 이 할망당이 각종 피부병을 치료해 준다고 믿었다. 그래서 이 신을 ‘허물할망’이라 부르기도 한다.

신격(神格)은 여신(女神)이다. 이 일렛당의 분포는 거의 전도적으로 나타나고 그 수는 조사된 것만도 90여 개나 된다. 그러니 옛날 동네에 있었던 의원의 기능을 일렛당들이 했다고 보면 될 것이다.

‘할망당’ 혹은 ‘도그새미일렛당’은 ‘닥밧일렛중저’를 모신다. 제단이라야 주위에 바위나 돌담이 둘러진 것도 아니고 자연스럽게 조성되어 있다. 제단은 계곡 비탈이기 때문에 평지가 없어 블럭을 이용하여 초를 켤 수 있도록 조그만 제단이 마련되어 있다. 당의 신체는 자연석 바위이고 주변 나무 가지에 물색이 걸려 있어 이곳이 예사로운 장소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계곡이 습한 곳인데다 숲이 우거져 모기가 극성
이지만 계곡 물소리와 당이 주는 묘한 분위기에서는 감산리 여성들의 내면세계를 보듬고 외면을 치유했던 당신의 영험이 느껴지기도 한다.

제주여성들이 당에 갈 때는 ‘소지’라고 하여 하얀 종이를 들고 간다. 지전으로 이용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소원을 담은 신에게 보내는 편지이다. 하지만 글을 잘 쓰지 못했던 여성들은 신은 자신의 마음을 다 알 것이라 생각하여 자신의 가슴에 그 소지를 품었다가 신목에 매어 놓았다. 그러면 그 내용을 신이 본다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제주여성들은 자신이 모시는 신과 내면세계를 공유하고 외면은 치유되는 신기한 체험 속에서 그 믿음을 지속할 수 있었다. / 장혜련

*찾아가는 길 - 감산리 주유소 우회전 → 삼거리 좌회전 100m → 산책로 테크 30m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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