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그들은 누구인가] 한국정부 예산 규모의 日 빠칭코

일본에 와 본 사람이면 다 알겠지만, 한국에 없는 것 중에 하나가 빠찡코다. 일본에는 약 1만5천 개의 빠찡코 점포가 있다. 또 전차 역 주변에는 아무리 작은 역이라도 빠찡코 가게가 있다. 큰 역은 수십 점포, 작은 역도 몇 점포씩은 꼭 있다. 어느 점포나 사람으로 가득하고, 남녀노소 할것 없이 할머니, 할아버지 거기에 고등학생까지 끼어든다. 물론 미성년자는 출입금지이지만 사복 입고 버젓이, 나이를 증명하는 주민등록증 검사도 없으니까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일본의 빠찡코 산업은 30조엔 규모이다. 한국 돈으로 하면 300조원이 넘을 것이니 한국 정부 1년 예산과 거의 비슷하다. 거기에 외상이 없는 현금장사이니 장소만 좋으면 돈버는 장사다.

빠찡코의 원조는 나고야라고 한다. 전쟁이 끝나고 군수물자인 베어링을 재활용하기 위하여 시작한 것이라고 한다.

빠찡코 가게에 들어가면, 사람 어깨 정도의 넓이의 기계가 꽉 들어차 있다. 거기에 구슬(다마)을 사는 기계가 각 기계 옆에 붙어있다. 그곳에 100엔, 500엔 동전, 또 고액권 지폐, 요새는 카드를 사서 쓴다. 구슬을 사서 자기 기계에 넣고 핸들을 돌려 구슬를 구멍에 넣으면 번호가 돌아간다. 그 번호가 맞아 떨어지면 구슬이 팍팍 나온다.

나온 구슬을 카운터에 가져가서 경품과 바꾼다. 또 경품을 점포 옆 교환소에 가져가면 돈으로 바꾸어 준다. 본래 법으로는 나온 구슬은 현금으로 바꿀 수가 없고, 물건 아니면 경품으로 바꾸어 주게 되어 있다. 아마 현찰과 바꿀 수 없다면, 하려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현금 교환소는 나온 경품을 사주는 곳이다.

들어가는 돈 액수도 보통이 아니다. 1만엔 가지면 한 시간도 못간다. 하루에 10만엔 이상 없어졌다고 투덜대는 사람들도 많다. 이렇게 자기 컨트롤을 못 하는 사람들은 한국사람, 특히 일본에 와서 얼마 안되는 비행기 1세들이 많다.

▲ 휘황한 불빛을 발하고 있는 일본의 한 빠칭코 가게. ⓒ신재경

번호가 한방 맞아 떨어져 주어, 한 번 나오면 약 5000엔 정도. 1천엔 2천엔 들어가서 한번 나와주면 좋지만, 몇 만엔 들어가도 인사도 안 해주는 기계도 있으니까, 장난으로 해선 안될 도박이다. 빠찡코 프로(빠찡코를 해서 먹고 사는 사람들. 일본에서는 빠찌프로라고 부른다)가 존재한다고 하지만, 옛날 수동식 기계 시절엔 솜씨 기술이 통용되었지만 지금은 컴퓨터 시스템으로 되어서 솜씨 기술이 통용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도 존재하는 모양이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 빠찡코 가게 종업원이 있다. 보통 빠찡코 가게에서는 내부에서 돌아가는 사실들을 종업원들에게 함구령이 내려져 비밀로 하는 것이 보통이나, 그 종업원은 곧잘 이야기 하여 준다. 또한 내부의 비밀은 신기하기도 하고 호기심도 있게 된다. 그 종업원의 말에 의하면, 1 : 1 : 8 아니면 2 : 2 : 6 라고 한다. 기계 10대 중에 손님에게 따게 해주는 기계가 1대, 본전치기가 되는 기계가 1대, 손님의 돈 나가게 하는 기계, 즉 점포 측의 수금기계가 8대라고 한다.

이 상태로 얼마쯤 지나면 손님이 줄어든다고 한다. 재미 못 본 손님이 늘면 손님수가 점점 줄어든다. 그래서 다음 얼마 동안을 2(따는 기계) : 2(본전치기 기계) : 6(수금 기계)으로 하면 이젠 손님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즉 118에서 226으로 끌어들였다가 놓아주었다가 하는 셈이다. 또한 각 기계별로 이 기계는 얼마쯤 이익을 보게 할까, 손해를 보게 할까는 조절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 조절하는 사람을 구기시(釘師, 구기(釘)는 일본말로 못. 즉 못을 조절하는 사람)하여, 밤중에 자기 혼자서 조정한다고 한다. 어느 기계가 어떤 상태의 기계인지는 종업원들도 모르고 영업이 끝나서야, 그런 기계였구나 하고 알 수 있다고 한다. 하루 영업이 끝난 후에야 돈을 풀어주는 기계인지, 돈을 수금하는 기계인지 알수 있고, 설령 돈을 풀어주는 기계라 할지언정 오전에 풀어줄지 오후에 풀어줄지 밤에 풀어줄지는 기계와 기계를 조작하는 구기시만 알고 있는 것이다.

그 분의 설명에 의하면, 오래 앉아 있는 사람들은 종업원이 「요주의 인물(要注意 人物)」로 찍어서 본다는 것이다. 오래 앉아서 돈 왕창 나가면 이성을 잃게 되고, 그래서 사고 치면 종업원들도 골치 아프고, 경찰까지 가야 할 좋지 않은 일이 생기는 것이다. 돈 많이 바쳤다고 그 집에서 좋은 손님 대접은 못 받는 것 같다. 경영 상태는 매출액의 20%정도가 점포 측의 이익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20% 중에 15%는 제 비용으로 지출되고, 나머지 5% 정도만 사장님의 이익이라고 한다.

▲ 일본의 한 빠찡코 가게 전면에 한국어 설명이 붙어있다 ⓒ신재경

우리 한국 사람들은 어지간히 빠찡코를 좋아한다.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돈이 나가게 되어 있는 시스템이다. 최근에 일본에 온 비행기1세들 중에서 상당수의 사람들이 그 빠찡코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을 보곤 한다. 본인이 깨달아서 빠져 나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언제까지나 허우적대는 꼴을 보곤한다. 안타까울 뿐이다.

쯔루하시(大阪 鶴橋)는 일본 제일의 코리아 타운(Korea Town)이어서 교포들도 많지만, 한국에서 지금 온 비행기1세들도 많다. 안내글들을 아예 한글로 써 붙인 곳도 있다. 한국 사람들 돈 많이 바치고 있는 모습이다. 일본에 와서 일본사람들이 버린 어려운 일을 하면서 어렵게 번 돈, 빠찡코에 잘 바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서 빚까지 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일본에 와서 빚을 지면 그 빚을 어떻게 갚을 것인가? 그 빚을 갚기 위해서 돈을 더 많이 주는 일을 할 수 밖에 없다. 어떤일을 해야 돈을 많이 받을 수 있을까? 뻔히 보인다. 여자라면 어떤 일을 해야 돈을 많이 받을 수 있을까?

또 아침 10시 부터 개점을 하면, 10시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한국 사람들을 보게 된다. 한국말로 어제는 무어라 하면서 좋은 기계 차지하겠다고 줄을 서있다. 좋은 기계를 찾을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줄서 있는 한국 사람들을 보면서, 직업이 무엇이기에 또 무슨 일을 하고 있기에 남들은 한창 일할 시간인 아침 10시부터 빠찡코 집 앞에서 저러고 있을까 생각해 보곤 한다. 자기돈 가지고 자기 마음대로 쓰는 것 누가 무어라고 말 할 수는 없지만, 아침 일찍부터 저러고 있으면서 한달 계속 한다면 어머어
머한 돈이 들어간다.

빠찡코는 하면 할수록 돈 나가게 되어 있는 기계이다. 경험삼아 한 번 해본다면 모르겠지만, 오래 하면 할수록 패가망신이 보인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경험삼아 한번만 해 본다는 사람들이 잘 딴다. 이게 쥐약이다. 이게 쥐약인 줄 모르고 공돈 좀 먹었다고 맛 붙였다가는 빠져서 허우적거린다. 거기에 쥐약 맛을 본 사람은 구슬공장 앞을 그냥 못 지나간다. 쥐약이 있는 줄 알면서, 들어가서 쥐약을 만지작 만지작 한다. 구슬공장도 공장 안으로 들어오도록 휘황찬란한 조명에 귀가 번쩍거리는 음악으로 공장 안은 물
론 공장 주변에도 퍼지게 하면서, 들어오라고 꼬신다. 여기에 잘 현혹되는 사람들이 우리 한국에서 온 사람들이 많다.

▲ ⓒ신재경

한국사람들만 아니라 일본사람들도 빠찡코 때문에 가정파탄, 재산파탄 된 사람 상당히 많다. 일본에서 장기로 거주할 경우 제일 먼저 빠찡코에 조심해야 된다. 일본에서는 '빠찡코 하지 않으면 부자 된다' 라는 말이 있다.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고,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란 것을 알리는 경종의 말인 말이
다. 이렇게 빠져서 허우적 대는 사람들을 '빠찡코 의존증'이라는 용어까지 있다.

이렇게 개인및 사회로 부터 지탄을 받고 있지만, 일본 정부로부터 허가받고 장사하는 떳떳한 비지니스이며, 당당한 서비스 산업으로 자리를 굳힌 일본 국민의 오락이다. 또 연 매출액이 약30조엔에 달하며, 이 액수는 한국정부 예산과 비슷하다.

이 빠찡코 산업이 우리 재일동포와 아주 관계가 깊다. 일본 전국의 빠찡코 점포 약 80%가 재일동포 소유이다. 나머지 약 10%가 타이완계 사람, 나머지 약 10%가 일본사람 소유이다. 재일동포의 중심 산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상당한 자본이 있어야 시작할 수 있는 비지니스이다. 점포 하나를 개점할려면 적어도 몇억엔 몇십억엔이 필요하다. 필자와 친분이 있는 재일동포 빠찡코 사장들은 부자이다. 그래서 빠찡코 사업을 하고 있다면, 모두 부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 한창우 마루항 회장. /출처=마루항 공식홈페이지
일본사람들도 빠찡코 하면, 재일동포들의 전매특허 사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빠찡코가 사행성 산업이라며 공안 즉 경찰에서 각종 규제를 심하게 받으며, 사사건건 공안당국의 허가가 필요하다. 공안 당국의 직속 관리하의 장사가 된 셈이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매출에 바로 영향을 미친다. 이런 규제의 완화에 일본 정치가에게 로비활동을 하지만, 한국 정부에 호소를 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 일본정부의 외교체널을 통해서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것이다. 규제가 심해지면 빠찡코 사업하는 사람들의 매출액에 영향을 미치며, 이 영향은 곧 동포사회의 자금 흐름에도 바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 빠찡코 사장들은 부자이며 자금력이 있기에 동포 각 단체의 중앙에 앉아있기에 그만큼 발언력도 크다.

마루항(マルハン, MARUHAN) 이라는 기업이 있다. 일본 최대의 빠찡코 기업이다. 270여개의 점포가 일본 전국에 있다. 연 매출액 2조1200억엔, 경상이익 554억엔의 기업이다. 한국돈으로 하면 연매출액이 30조원에 가깝다. 30조원 이라면 한국정부 예산의 10분의 1의 규모이다.

이 기업을 창업하고 현재 대표가 한 창우(韓 昌祐) 회장이다. 1931년 경상남도 삼천포 출신으로 1947년에 일본에 밀항으로 온 사람이다. 밀항이라면 혈혈단신 알몸으로 일본에 온 사람이다. 한국에서 돈을 가지고 온 사람도 아니며, 일본 말을 다 알고서 일본에 온 사람도 아니다. 그러나 60여년간의 그 어려운 고생을 하여, 한국 예산의 10분의 1의 규모의 기업을 맨주먹으로 만든 사람이다. 이번 일본 지진에는 약 4억5천만엔의 의연금을 기부하기도 했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문화재단을 세워, 학술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한일관계의 많은 학술활동에 지원하고 있어, 많은 학자들이 그의 지원을 받고 있다.

세계 피겨스케팅 대회에서, 마루항(マルハン, MARUHAN) 이라는 간판이 많이 보인다. 일본에 있는 우리 한국 동포의 기업으로서 성공한 기업이다. 빠찡코는 일본에서 오락으로 정착한 산업이며, 우리 동포들이 정착시킨 산업이다. 도박성 산업이라 하여 일본에서는 찬밥 취급이다. 그러나 서민의 흥미거리이다. 그 흥미거리를 과용하면 흥미거리가 아닌 패가망신의 길도 있다. 그 산업의 중심에는 우리 동포가 만든 산업이다.

 

 

▲ 신재경 교수 ⓒ 제주의소리
 필자 신재경 교수는 1955년 제주시에서 출생했다. 제주북초등학교, 제주제일중학교, 제주제일고등학교, 한양공대 섬유공학과를 졸업했다. 한일방직 인천공장에서 5년간 엔지니어를 한 후 1985년 일본 국비장학생으로 渡日해 龍谷大學대학원에서 석사·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3년 京都經濟短期大學 전임강사를 거쳐 현재 京都創成大學 經營情報學部 교수로 있다. 전공은 경영정보론이며, 오사까 쯔루하시(鶴橋)에 산다. 오사카 제주도연구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기도 한 신 교수는 재일동포, 그 중에서도 재일제주인들의 삶에 대해 조사 연구하고 있으며, 특히 재일동포들의 '밀항'을 밀도 있게 조사하면서 <제주의소리>에 '어떤 밀항이야기'를 연재해 왔다. 또 일본 프로야구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발휘 '신재경의 일본야구'를 써 왔다.    jejudo@nifty.com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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