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가 키운 거품인가?

지난주 월요일 온스 당 1577불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던 국제 금값이 금요일에는 1491불로 잠시 진정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 가격도 10년 전에 비하면 약 6배의 수준이며 금년 들어서도 50% 오른 것이다.

흔히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금을 사 모은다고 하지만 지금은 물가보다 더 큰 이슈가 전세계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선진국의 대명사인 유럽 여러 나라들의 재정파탄은 물론이고 인플레이션의 위험을 무릅쓰고 오직 디플레이션을 막겠다는 일념으로 달러를 찍어내고 있는 미국을 바라보는 불안은 당장의 식품 및 주요 원자재의 물가 차원을 뛰어넘는 슈퍼급 불안이다.

금융석학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금값 상승을 그간의 저금리정책이 낳은 거품으로 보려 한다.

그 동안 금을 보유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캐리)이 제로에 가까웠던 점이 금의 투자를 촉진시켰으므로 시중 금리가 불원간 원상회복되면 금값은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의 급상승과 1980년부터 2000년까지 20년의 폭락은 각각 초저금리와 초고금리 기간 중에 발생했다.

1979년에 부임한 미국의 폴 볼커 연준의장이 두 자리 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한 일은 기준금리(Fed Funds Rate)를 연 20%까지 인상한 것이었는데 이에 따라 영국을 비롯한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일제히 금 매각을 벌여 1980년에 온스당 850불이었던 금값이 2001년에는 250불까지 하락했던 것이다.

반면에 볼커의 후임 그린스펀 의장은 그의 임기(1987~2006) 중 금리를 1%까지 낮추었고 그 후에도 지속되고 있는 초저금리 기간은 금값 폭등 기간과 정확히 일치한다.

요약하면 금값은 불안 심리뿐 아니라 금리의 고저에 따라 변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앞으로의 금값의 향방은 또 하나의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 같다. 즉 신흥국, 특히 중국의 금 수요다.

초저금리가 키운 거품인가?

중국 중앙은행은 작년 한해 동안 500톤의 금을 매입하여 금 보유량을 2배로 늘렸다. 스위스의 UBS 은행에 따르면 중국은 금년 들어서도 첫 두달 사이에 200톤의 금을 외국으로부터 수입했다.

현재 세계 여러 나라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액 중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10.7%인데 중국의 이 비율은 1.6%다. 중국이 빠른 시일 내에 외환보유액의 금 비중을 높이려고 하는 것은 분명하다.

일단 전 세계 평균 비율까지 올리려면 약 6200톤의 금이 필요하다. 그러나 전세계 금 생산량은 연간 2300톤밖에 안 되며 그나마 매년 줄어들고 있다. 중국은 연산 340톤으로 2007년부터 남아공을 제치고 최대 생산국이 되었지만 국내산 금을 전량 자체 소화하고도 부족하다.

중국의 목적이 위안화를 국제통화로 하는 금환본위제도(Gold Exchange Standard)의 부활에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지난달 14일 중국 하이난 섬의 BRICS 정상회의에서 중국은 중국 수출입 결제를 위한 위안화 사용을 허용하기로 했다. 위안화 국제화의 첫발을 조심스레 내디딘 것이다.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하는 현 질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수시로 지적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언젠가는 어떤 형태로든 금의 가치로 뒷받침되는 중국의 돈이 널리 국제 결제통화로 되는 세계질서의 꿈을 꾸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면 지난 세기 영국 등으로부터 아편을 수입하기 위해 탕진했던 은(銀)을 이제 금으로 되찾아 오려는 역사 보상심리가 작용할 수도 있다.

이런 금 수요에 대응할 금의 공급원이 하나 숨어 있긴 하다. 유럽 국가들의 외환보유액 중 금의 비중은 평균 58%로, 이를 모두 합하면 1만792톤에 달한다. 최근 구제금융을 받기로 한 포르투갈의 경우도 외환보유액의 81%가 금으로, 이는 영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금보다 큰 수량이다.

위안화 국제화라는 중국의 포부

▲ 김국 전 제주은행장 ⓒ제주의소리
유럽 국가들이 이 비율을 유럽중앙은행(ECB)이 권고하는 수준인 15%로 낮추려 할 경우 8000톤 이상의 금이 시장에 공급된다. 이는 중국이 사들이려는 수량과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진다.

앞으로의 금값은 국제 정세의 불안, 이자율의 움직임, 그리고 중국과 유럽 여러 나라 중앙은행들의 행보라는 3가지 복합적 요인에 좌우될 것이지만 쉽게 꺾일 것 같지는 않다.

외환보유액의 크기로 세계 8위에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은행의 금 보유량은 세계 58위인 14톤에 불과하다. 비중으로는 0.2%인데 이제 뒤늦게라도 금으로의 다변화를 주목해야 할 것이다.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 이 기사는 내일신문(http://www.naeil.com) 제휴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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