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실체 파헤친 영화 '베리타스' 신은정 감독
미국 패권 논리 개발한 '하버드' 4.3과 긴밀한 관계

"미국의 패권 속에서 발생한 제주4.3과 광주5.18이 묻혀 있어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영화 '베리타스-하버드, 그들만의 진실'의 신은정 감독은 20일 제주참여환경연대 교육문화카페 '자람'에서 열린 영화 시사회가 끝난 뒤 '감독과의 대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베리타스'는 세계 명문대학 하버드의 실체를 파헤친 독립다큐멘터리다.

▲ 신은정 감독.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하버드 관련 영화를 찍은 감독의 입에서 나온 4.3과 5.18은 낯설다. 하지만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신 감독이 볼 때 미국의 제국주의 이데올로기를 생산하고 세계 곳곳에 이식시켜 온 하버드야 말로 미국 패권의 심장부였다.

하버드 한국학연구소에서 일하게 된 남편 조지 카치아피카스(<신좌파의 상상력>의 저자) 교수를 따라 하버드 근처에서 살았다고 했다. 하버드는 자연스럽게 신 감독의 삶 가까이 들어왔다.

그는 "점차 명문대학 하버드의 실체가 조금씩 보였다"면서 "미국 외교정책을 좌우하는 거대 정치 압력집단이었다"고 말했다.

영화 '베리타스'는 하버드가 어떻게 지배계급에 봉사해 왔고 유착됐는지 내부의 진보적인 교수들을 증언자로 내세웠다.

하버드 출신들은 정부의 요직에 들어갔다고 했다. 전쟁 시기엔 교수들이 정부 이데올리기를 옹호하는 연구에 앞다퉜다.

공공연하게 CIA의 지원을 받아 미국 정부를 위한 연구를 했던 곳도 하버드다. '학문의 자유'를 내세워 세간의 비판을 피할 수 있었다.

메카시즘이 판 치던 냉전시대엔 "제국주의 체제를 뒷받침하는 이데올로기 창출이 하버드의 역할이었다"고 영화 속 증언자로 나선 세계적 학자 노엄 촘스키는 덧붙인다.

진보 지식인도 6개월을 기다려야 만날 수 있는 노엄 촘스키 교수가 영화 주제에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이며 한 말이다.

진보적인 학자들은 20세기 최악의 전쟁 범죄자로 베트남전 등을 내부적으로 조정한 혐의의 헨리 키신저를 지목했다. 그 역시 하버드 출신이다. 순수한 학문적 연구가 아닌 미국 체제 유지에 필요한 논리를 개발하는 '체제 연구소'로 전락한 것이다.

'베리타스'는 지식이 지배계급을 합리화 할 때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여과없이 보여준다. 신 감독은 "하버드에서 시작하면 곧 전세계 시스템이 된다"며 "이 상황 자체가 폭력"이라고 꼬집었다.

▲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신 감독은 "미국의 브랜드 파워인 하버드에서 미 제국주의의 실체를 볼 수 있다"며 "하버드가 위험한 것은 겉으로는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면서 실제론 극우의 온상이란 점"이라고 했다. 

신 감독과 남편 조지는 제주 4.3과 제주해군기지에 각별한 관심을 표시해왔다. 지난 2008년 학회 참석차 제주를 방문했을 때도 함께 강정마을을 방문했다. 하버드에서 열린 '4.3학회'에도 조지는 미국의 책임을 강조했다고 한다. 

신 감독은 "4.3은 5.18 등 다른 사건과 함께 봐야 미국의 책임이 극명하게 보인다. 세계 패권 아래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잘 드러나있지 않아 안타깝다. 평화의섬 만들기는 제주 뿐 아닌 전세계 곳곳서 일어나고 있다. 센트럴 아메리카가 평화의 섬으로 정해지면서 미군기지 떠났고 이후 청소작업이 일어나고 있다. 이들 지역들 간에 세계적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주는 단순한 섬이 아니다. 세계사에서 보기 드문 역사가 지나간 곳이다. 평화의 섬이 될 수밖에 없다. 어떻게 이런 곳에 해군기지가 들어설 수 있나. 강정마을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공감한다. 도민적인 합의가 생기고 연대가 일어나야 한다."고 했다.

제주참여환경연대 교육문화카페 자람과 여행전문 사회적기업인 (주)제주생태관광, 오마이뉴스10만인클럽이 마련한 이번 상영회는 5.18민중항쟁 31주년 기념으로 열렸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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