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택의 도시읽기] 제주 강정마을

강정에 다녀왔습니다.

▲ ⓒ이승택

▲ ⓒ이승택

강정의 아름다움을 눈에 새겨 넣고 가슴에 담아두기 위해 새벽 강정에 다녀왔습니다.

바다로 눈을 돌리니 해무가 몰려오는 강정 해안가 저 멀리 범섬과 서건도가 수줍은 듯 꼭대기만 살며시 내보입니다. 너른 바위해안은 끝이 없어 보이고 바위 사이로 고인 바닷물에 비친 하늘은 선경(仙境)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구도와 색감의 완벽함과 시시각각 변해가는 하늘과 파도의 모습은 고전미학과 현대미학의 구분 없이 완벽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귓가에 흐르는 신중현 님의 ‘아름다운 강산’의 선율은 스탕달 신드롬에 빠지기에 충분합니다.

▲ ⓒ이승택

▲ ⓒ이승택

하지만 눈을 한라산으로 돌리자마자 아름답지 못한 풍경과 행위가 시선을 어지럽힙니다. 이곳에서는 아름다운 한라산이 미래를 향해 함께 가자고 손을 내밀고 있던 곳인데 지금은 콘크리트로 만든 트라이포트와 거대한 기중기가 가로막고 서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이 변하지 않는다면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아름다운 바위 해안이 땅도 죽고 바다도 죽는 독성 가득한 콘크리트로 묻히게 될 것입니다.

아름다움은 정신입니다.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것은 철학입니다. 이 아름다움을 파괴하려 하는 것은 철학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 아름다움을 그 무엇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요? 지고지순(地高至純)한 이 아름다움을 대체하는 것은 세상에 아무 것도 없습니다. 인간이 만든 풍경도 아름답지만 자연이 만든 풍경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그토록 많은 돈을 들여 인공적으로 만든 경관은 자연적인 아름다움이 없는 곳에서나 차선책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 ⓒ이승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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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효율성과 자본주의적 가치를 이야기하는 누구처럼 이 아름다운 풍경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요? 수천년 수만년의 시간을 통해 만들어진 이 바위의 풍경을 지질학적, 생태적, 친환경적인 명소로 소문을 내고, 해군기지가 들어설 뻔한 위기의 장소였다는 것을 알려 제주에 들리면 꼭 방문해야 하는 곳으로 유명해진다면 해군기지 건설 비용인 수백 수천억원 정도는 충분히 상쇄되지 않을까요? 더욱이 해군기지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아닌 친환경적인 이미지와 지속가능성을 본다면 오히려 더 매력적이지 않을까요? 강정에 이 아름다움을 보존하고 더 아름답게 만드는 착한 비용이 들어와서 지역을 활성화하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 이승택 문화도시공동체 쿠키 대표

 
이승택 문화도시공동체 쿠키 대표는 서귀포시 출신으로 제주 오현고등학교와 건국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계획설계전공 석사와 박사를 받았다. 현재 제주대학교 건축학부에 출강하고 있다.

특히 제주시 지역에 문화 인프라가 몰려 있는 데 문제 의식을 갖고 서귀포시에 다양한 문화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06년에는 서귀포시에 갤러리하루를 개관해 40회의 전시를 기획해 왔으며 2009년부터는 문화도시공동체 쿠키를 창립 다양한 문화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특히 공공미술과 구도심 재생 등 사람들이 거주하는 공간, 도시를 아름답게 하는데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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