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선 퇴진론에 도지사 출마설까지, 정치9단의 선택은?
[左기자의 정치 비틀기] 박근혜 시대의 현경대, 그의 역할은?
정치는 안줏거리입니다. 둘, 셋만 모이면 어김없이 정치얘기가 꽃을 피우곤 합니다. 그만큼 우리네 생활과 밀접하다는 얘기입니다. 2013년은 선거가 없는 몇 안되는 해입니다. 하지만 벌써 내년도 지방선거, 특히 도지사 선거가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지방정가에서는 늘 ‘~카더라’ 통신이 흘러 다닙니다. 게 중에는 도민여러분들이 이미 다 아는 이야기 일수도 있고, 또 상황에 따라서는 새롭게 해석될 대목도 있을 겁니다. 정치권의 핫이슈를 ‘左기자의 정치 비틀기’ 타이틀로 재조명해봅니다. [편집자 주]
현경대 위원장이 박근혜 제18대 대통령 당선인을 가장 가까이서 보필한 최측근이라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자타가 공인하는 ‘박근혜의 남자’입니다. 한 때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던 박 당선인의 멘토 그룹 ‘7인회’의 멤버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대선전에서 ‘정치 풍향계’ 제주에서 승리를 거두며 전국승리의 바람잡이 역할을 한 그가 주목받는 것은 당연합니다.
5선 국회의원을 역임했음에도 정치적 굴곡이 심했던 현 위원장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제 그의 나이 일흔 다섯(그는 39년생이다). 70을 훌쩍 넘긴 노익장임에도 그가 휘두르는 칼날에는 여전히 힘이 있습니다. 그에게 큰 역할을 맡겨야 한다는 ‘대망론’의 근거이기도 합니다.
그의 조직 장악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습니다. 이번 대선전은 말 그대로 그의 지휘 아래 당과 선거조직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고, 백전노장의 지휘 아래 새누리당은 제주에서의 연전연패의 사슬을 끊었습니다.
이번 대선전에서 그는 민주통합당 현역 국회의원 4명과 혈투를 벌여야 했습니다. 민주당 관계자조차 “유세현장을 보면 현 위원장 밖에 보이지 않았다.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대선을 진두지휘했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로, 그는 몸을 사리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그의 모습은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던 나폴레옹(그의 별명은 ‘玄폴레옹’이다) 그 자체였습니다.
현 위원장에게 최근 십수년은 시련의 연속이었습니다. 그에게도 한 때 거칠 것이 없던 승승장구 시절이 있었습니다. 집권여당(민주자유당) 서열 2위인 원내총무까지 역임한 그입니다.
5선 국회의원으로 선수를 늘린 뒤에는 차기 국회의장까지 넘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그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부터 스텝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치러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자신의 보좌관 출신인 강창일 후보에게 일격을 당합니다. 이게 그의 정치인생에 있어 시련의 서막이었습니다. 4년을 절치부심한 뒤 명예 회복을 별렀지만 18대 국회의원 선거 때 다시 무릎을 꿇고 맙니다. 정치권에서 그의 이름 석 자가 완전히 잊혀지는듯 했습니다. 이때가 그의 나이 칠십을 바라볼 때입니다.
그가 70을 훌쩍 넘긴 나이에 정치개재 명분으로 삼은 것은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였습니다. 당 안팎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를 강행했지만 또 다시 현역인 강창일 의원에게 패하며 그의 정치인생도 막을 내리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18대 대통령 선거 ‘제주대첩’을 승리로 이끌면서 화려하게 부활합니다.
‘3전4기’의 쓴 맛 끝에 오뚝이처럼 일어선 정치9단 현경대. 시련을 딛고 일어선 그이기에 앞으로의 행보가 더 주목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너무 ‘큰 그릇’이어서 일까요. 그의 역할을 놓고 당 안팎에서 의견이 분분합니다.
사실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은 현 위원장의 카리스마에 눌려 제2인자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이를 뒤집으면 현 위원장이 사람을 키우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제주사회를 이끌고 있는 50~60대들이 당내에서는 70대의 카리스마에 눌려 치고나오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당은 점점 ‘노쇠’해지고, 활력을 잃고 있습니다. 대놓고 말을 하진 않지만 ‘이제는 정계에서 은퇴해야 할 나이가 되지 않았느냐’는 말도 심심찮게 들립니다. 소위 ‘2선 퇴진론’입니다.
큰 그릇답게 무대를 제주가 아닌 중앙으로 옮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바람을 전하기도 합니다. 잘 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너무 벅차다’는 심경이 깔려 있습니다.
실제 현 위원장의 역할과 관련해서는 현역 국회의원이 아닌 신분으로 최고로 우대할 수 있는 직책 몇몇이 거론되기도 합니다. 구체적으로 평통 수석부의장, 또는 헌정회장 등이 그것입니다. 심지어는 청와대와 내각 입성 가능성까지 나돌기도 합니다.
말하기 좋아하는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현 위원장의 ‘도지사 출마’ 가능성까지 얘기합니다. 하지만 내년이면 일흔 여섯. 임기가 끝날 때면 여든을 앞두는 나이이고 보면 아무리 ‘백수시대’라고는 하지만, 우리네 정서와는 맞지 않습니다.
더구나 현역인 우근민 지사(42년생)의 재출마가 거의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김태환 전 지사(42년생)의 출마설까지 떠도는 상황이고 보면 ‘70대 전성시대’, ‘3金시대로의 회귀’란 비판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잘되면 좋겠지만, 만에 하나 잘 안 풀리면 말로가 비참해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때문에 ‘개국공신’이면서도 그의 역할과 활동반경은 생각보다 그리 넓지가 않습니다.
일각에서는 선거공신으로 한 자리 꿰차기보다는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 박근혜 당선인의 약속이 헛공약이 아님을 입증하는 것이야말로 그가 마지막으로 짊어져야 할 숙제라고 입을 모으기도 합니다.
그는 27일 종합편성채널 채널A와의 대담에서 향후 계획을 묻는 앵커 질문에 “박근혜 당선인이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제는 정치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2선 퇴진론’, 중앙정치권에서 큰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대망론’, 제주도지사 출마설 등등….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거친 정치9단은 과연 이러한 도민들의 궁금증에 어떤 답을 내놓을까요. <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