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과 오류’ 빗나간 재선충 방제작업

2014-11-13     김정호 기자

[대재앙 재선충] ② 불확실한 방제계획과 허술한 관리감독 ‘화 키워’

소나무 에이즈라는 잔인한 수식어가 따라다닐 만큼 치명적인 소나무 재선충병으로 제주산림이 신음하고 있다. 수백억원의 방제비용을 쏟아 부었지만 예찰은 빗나갔고 방제는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현장에서는 각종 비리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이 참에 소나무를 포기하고 대체조림에 눈을 돌리자는 말까지 나온다. 재앙이 된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의 문제점과 해법을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 재선충 습격 10년, '소나무 멸종' 기우일까?
2. ‘부실과 오류’ 빗나간 재선충 방제작업
3. 완전방제 험난, 소나무 포기해야 하나?

제주도는 소나무 재선충병 첫 발견 이후 10년간 562억원의 예산을 쏟아 부어 고사목 63만 그루를 제거했다.

매해 완전방제를 반복하며 고사목 제거와 예방작업에 나섰지만 부실한 예찰과 방제는 올해 또다시 27만여 그루의 고사목을 만들어냈다.

도내 고사목은 발생 첫해인 2004년 117그루에서 2006년 9215그루로 크게 늘었다. 2007년부터는 권역별 맞춤형 방제작업으로 더 이상의 확산은 없었으나 2013년 43만 그루로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예찰 오류와 한발 늦은 방제작업을 지적하고 있다. 2012년과 2013년 이어진 고온현상과 가뭄 등으로 매개충의 활동시기가 길어져 재선충병 증식이 이뤄졌다는 분석도 있다.

제주도는 2013년 상반기 예찰 활동을 벌여 감염 의심 소나무를 20여만 그루로 추정했다. 이에 맞춰 고사목 제거 인력과 장비 예산 등 방제 계획을 세웠다.

몇 달도 지나지 않아 제주도는 감염 의심 소나무를 30여만 그루로 수정하고 투입인력을 늘렸지만 2014년 상반기 최종 작업 결과 감염목은 최초 예측보다 2배 많은 43만여 그루였다.

방제전략도 미흡했다. 제주도는 2004년부터 2012년까지 재선충병 방제작업으로 ‘훈증’을 선택했다. 훈증은 소나무를 잘라 약품 처리한 후 비닐 등을 씌워 소독하는 방식이다.

제주의 경우 밀봉할 흙이 부족하고 바람이 강해 토질과 기후여건 상 훈증 방식이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일었다. 결국 2013년 제주도는 훈증이 아닌 파쇄와 매몰로 처리방식을 변경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불안전한 훈증 방식이 소나무재선충병 확산의 계기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2011년 9984그루였던 고사목은 2013년 43만 그루로 치솟았다.

인력투입의 한계도 있었다. 지난 10년간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작업에 투입된 인원은 13만명이다. 이 가운데 업체인력을 제외한 7만922명 중 절반 이상인 3만8728명이 자원봉사자였다.

자원봉사 인력이 대거 투입되면서 고사목 제거작업 진행속도는 빨라졌지만 비전문가의 한계로 방제작업 품질은 떨어지고 안전사고도 다수 발생했다

실제 2013년 11월30일 제주시 오라동 오라대교 인근에서 소나무 재선충 고사목 제거작업을 하던 근로자 조모(64)씨가 소나무에 깔려 숨지는 등 지금껏 3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쳤다.

방제과정에서 각종 비리의혹도 불거졌다. 제주도는 최근 방제작업에 참여한 업체들이 작업비용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사업비 일부를 빼돌린 것으로 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업체들은 현장 투입 인원보다 많은 인부들이 작업을 한 것처럼 작업 일지를 속여 인건비를 챙기고 고사목 마다 부여되는 GPS 좌표를 허위로 기재해 작업비를 부풀린 의혹을 받고 있다.

현장 감독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제주도는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불확실한 방제계획과 허술한 관리감독이 재선충 재앙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윤석 울산생명의 숲 사무국장은 “제주는 고사목 발생 원인 진단의 혼선과 부정확한 예찰로 사태를 키웠다”며 “기술자들의 의견을 무시한 방제전략의 오류도 한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제주도는 이와 관련 “방제 품질 향상을 위해 현장 감리와 감독공무원 지정으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환경단체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구역별 감시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