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재선충병 방제사업비 횡령의혹 ‘사실로’

경찰 “계약에서부터 준공처리까지 총체적 부실”…공무원 줄소환 예고 공직사회 ‘촉각’

2014-12-08     좌용철 기자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사업 예산횡령 의혹과 관련한 경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제기된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제주도 역시 방제사업 예산집행 과정에서 조사를 부실하게 했던 것으로 드러나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다.

제주지방경찰청은 8일 제주시 유수암지구에서 도와 고사목 제거작업을 벌인 업체 관계자 등이 참여한 가운데 현장 확인을 실시했다.

이날 현장 확인은 지난 10월29일 제주도가 1차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사업에 참여한 일부 업체들이 방제 실적을 허위로 신고하는 방법으로 사업비를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뒤 경찰에 수사 의뢰하면서 이뤄진 것이다.

제주도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1차 재선충병 방제사업에 447억원을 투입해 소나무 고사목 54만5000그루를 제거했다. 제주도는 이 과정에서 제거된 고사목의 수량과 위치 파악을 위해 GPS 번호를 부여하고 이를 근거로 사업비를 지급했다.

하지만 GPS 기록과 실제 제거된 고사목 현황이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일부 업체가 제거한 고사목과 방제사업에 투입한 인부를 허위로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은 이날 유수암지구 계약물량 1만4786그루 가운데 작업이 이뤄진 1만3120그루를 GPS 번호 대조를 통해 일일이 확인하고 처리규정을 위반한 고사목은 작업 완료 수량에서 제외했다.

재선충병 고사목은 지표면에서 10㎝ 이내로 잘라내고 껍질을 벗겨내야 재선충의 생육을 막을 수 있다.

경찰은 이날 현장 확인에서 계약물량에서 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1666그루와 방치 고사목 4063그루 등도 조사했다. 특히 이날 쌓아 놓은 고사목에 마치 제거작업을 한 것처럼 GPS 번호표를 붙인 경우도 적발됐다.

이처럼 재선충병 고사목 제거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1차 방제사업 당시 조사를 진행해 준공처리하고 예산을 집행한 도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엄청난 사업비가 투입된 사업이지만 계약에서부터 준공처리까지 총체적으로 부실한 것으로 확인됐다. 모든 사업 분야를 철저히 수사해 혐의가 밝혀지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벌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관련 공무원의 줄 소환을 예고함에 따라 공직사회가 경찰 수사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