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간 해결안된 재선충, '단박 비법'은 없다"
일본 나카무라 박사 "모든 소나무 구하려다간 실패할 수도" 선택적 방제 권고
제주 산림을 황폐화시킨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와 관련해 모든 소나무를 구하려다가는 실패할 수 있다는 해외 전문가의 고언이 나왔다.
16일 오후 4시 한라수목원에서 열린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 일본전문가 초청강연’에는 나카무라 가츠노리 박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카무라 교수는 지난 1998년 히로시마 대학에서 산림병충해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일본 삼림총합연구소 동북지소 생물피해연구부 부장을 맡고 있다.
이날 나카무라 교수는 일본 재선충병 피해현황과 방제 대책을 소개했다.
일본에서 재선충병 피해가 처음 보고된 것은 지난 1905년. 당시는 방제가 잘 돼 종식된 것으로 알았지만, 1920년대 사세이보와 아이오이 등 항구 지역에서 재발했고, 태평양 전쟁 때 일본 전역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1970년대에는 방대한 면적의 소나무가 재선충병으로 고사했다.
나카무라 교수는 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는 급속히 죽어가며, 쇠약해지거나 고사 초기에는 솔수염하늘소가 산란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가 된다고 설명했다.
나카무라 교수는 “소나무 재선충 방제를 위해서는 해당 지역 솔수염하늘소의 산란시기와 활동 시기 등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솔수염하늘소가 성충이 된 이후에 재선충병에 감염된 고사목은 솔수염하늘소의 서식처가 아니기 때문에 방제 대상에서 제외해도 된다”고 말했다.
현재 널리 사용되는 재선충병 방제는 솔수염하늘소의 서식처인 소나무 고사목을 처분하는 벌도구제, 솔수염하늘소 성충을 억제하기 위한 예방 살포, 재선충병 미감염 나무에 살선충제를 주입하는 수간 주입 등이다.
하지만, 나카무라 교수에 따르면 각 방제 방법마다 장단점이 있으므로 어느 하나만을 선택하기도, 그렇다고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무리다. 그만큼 재선충병 피해지역이 방대하고, 인력 부족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나카무라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모든 소나무를 재선충병에서 구제한다는 목표를 포기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전량 구제를 목표로 방제작업을 하다보면 재선충병이 퍼지는 속도를 따라갈 수 없어 모든 소나무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나카무라 교수는 “재선충병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신기술 개발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재선충병 방제 연구는 100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100년 동안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단 번에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나카무라 교수는 오는 17~18일 재선충병 방제 관련 공무원과 산림기술사, 연구원 등과 함께 재선충병이 극심한 산방산과 단산, 모슬봉, 예래동 선단지, 애월, 선흘곶자왈 등을 직접 방문해 제주 지역에 맞는 방제 방법에 대해 자문할 예정이다.
산림청과 제주도, 서귀포시, (사)한국산림기술사협회 부설 산림기술연구소가 후원한 이번 초청행사는 제주도 소나무재선충병 조사연구 및 방제전략수립연구소가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