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기고]뉴라이트 세력의 제주 4.3 사건에 대한 '위험한' 인식 제성호 법학교수 "정부수립을 막은게 제주4.3이다"

2006-08-19     이종형 시민기자

▲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4월 5일 4.3 제 57주기를 맞아 4.3평화공원을 방문, 참배했다.
지난 8월 1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는 ‘제1야당, 한나라당 이대로 좋은가’라는 제목의 토론회가 열렸다.

한겨레신문과 오마이뉴스를 통해 보도된 내용을 살펴보면 김진홍 목사를 비롯한 뉴라이트 계열 시민단체 대표 10여명이 강재섭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주요당직자들을 대상으로 상당히 격앙된 목소리로 충정어린 쓴소리를 내뱉었다고 한다.

2시간에 걸쳐 진행된 토론회의 주된 내용은 한 마디로 “제발 좀 잘 해서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라”는 충고와 조언이었다는데 그 토론회 내용 전체에 대해 여기서 시시비비를 가릴 생각은 전혀 없다.

굳이 정당행사가 아니라도 이미 우리 사회는 개인 혹은 단체의 구성원이 정치적, 사회적 현상에 대해 얼마든지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민주주주 사회니까 말이다. 그러나 나는 이 기사의 내용 중 한 대목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매우 큰 충격을 받았으며 치밀어 오르는 화를 주체할 수 없었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 중에 제성호라는 사람이 있다.

서울 소재 모 대학 법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뉴라이트 전국 연합의 대표직을 맡고 있는 동시에 친북반국가행위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까지 맡고 있는 보수우익 세력의 중심인물 중 한 사람이다.

이 제성호 교수는 국가의 정체성에 대해 보다 확고한 인식을 한나라당에 주문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정체성 문제가 중요하다. 올해가 정부수립 58주년인데, 정부수립을 막은 게 제주 4.3 사건이다. 고건씨가 총리 시절, 4.3 사건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유보했는데, 제주에 가보면 4.3 저항정신을 만들고 있고, 4.3을 국경일에 버금가는 날로 만드는 법안도 추진 중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에서 이에 대해 아무 말도 안하고 있다."

이 발언이야말로 보수우익 세력이 제주 4.3 사건에 대해 어떤 역사적 인식을 갖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망언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대학에서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갈 다음세대를 가르치는 직업을 가진 법학자로서의 역사적 인식이 겨우 이 정도라는 것도 놀랍거니와  제주 4.3 사건에 대해서 이미 오래 전에 용도 폐기된 붉은색 덧칠하기를 다시 시도하고 있는 이 후안무치의 대목에 이르게 되면 할 말을 잊는다.

▲ 위패봉안소 안에 비치된 방명록에 서명하고 있는 박 대표

이쯤 이르게 되면 제성호를 비롯한 소위 보수우익 인사들의 뇌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보수세력의 결집을 위해서, 아니 솔직히 까놓고 말하자.

이른바, 다음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하는 시나리오를 위해서 막가자는 것이다.

나는 차기 대선에서 야당으로의 정권교체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그것이 납득할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면 기꺼이 동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건 오로지 국민 다수의 선택에 의해서 결정되는 사항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 사람들, 한나라당으로의 정권교체를 목 빼고 기다리고 있는 세력들의 시각은 우려한다. 진보적 사고방식을 가진 개인이거나 단체, 또는 현 정권의 정책방향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모두 친북좌파이며, 모두 빨갱이들이다 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인식의 단면에 대해 또 우려한다. 제성호는 아마 이렇게 말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국가 건립에 반대하는 대표적 사건으로서의 제주 4.3 은 결국 공산주의자들이 일으킨 반란이라고...

나는 그동안 4.3의 역사적 진실 찾기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어왔다고 생각했었다.

4.3 유족들과 관련단체, 도민들의 뜻을 모으고 정말 어렵고 고통스런 과정을 거치면서 규명된 내용들만으로도 억울하게 희생된 이 섬의 원혼들과 유족들의 누명이 벗겨지고 최소한이나마 명예회복이 되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생각을 다시 고친다. 멀었다. 아직 멀었다.

이런 외눈박이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자신들의 수단과 목적을 위해서 역사를 왜곡하고,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이 뻔뻔스럽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한 제주 4.3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4.3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이 토론회기사 게재된 인터넷신문에 이런 댓글을 남겼다. 그렇다면 지난 4월 5일 제주 4.3 평화공원을 찾아 헌화하고 분향하며 4.3 영령들 앞에 고개를 숙인 당시 한나라당 대표 박근혜씨와 한나라당 당직자들의 행보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냐고.

<편집자주=이종형씨는 현재 (사)민족작가회의 제주도지회(제주작가회의)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 2004 제주작가 신인상 공모에서 4.3을 다룬 '진술, 혹은 자화상·1-동짓날 스무 사흗날 밤에 관하여' 로 시 부문에 당선됐습니다>

▲  박 대표는 "제주4.3은 우리나라가 혼란기에 일어난 좌익소요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많은 양민들이 희생당한 불행한 사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