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왜곡 발언뒤에 경우회장 있었다'

제성호 교수 발언, 김영중 제주도재향경우회장 주장 그대로 전달"명예회복까지 거부는 아니"…4.3 둘러싼 해묶은 갈등 표면화 우려

2006-08-22     양김진웅 기자

최근 잇따라 4.3 왜곡 발언을 한 중앙대 제성호 교수(49.국제법)의 뒤에는 김영중 제주도재향경우회장이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영중 도재향경우회장(66)은 "지난 3일 제성호 교수가 제주에 왔을 때 서로 대화한 것은 맞다"며 "글의 내용을 확인해 보지는 못했지만 대부분 교감을 나눈 사항인 것 같다"고 직접 밝혔다.

하지만 김 회장은 "선량한 일반 제주도민들이 억울하게 희생된 것과 이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보상까지 안된다는 입장은 아니"라면서 "하지만 4.3이 일어난 단초는 공산폭동이었던 만큼은 확실한다"는 평소 4.3을 보는 왜곡된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2년 전 4.3진상보고서 및 대통령사과 관련 '헌법 소원'에서도 논란의 핵심에 선 '보수우익인사' 

▲ 김영중 대한민국재향경우회 제주도지부장
애월읍 납읍 출신의 김 회장은 66년 4월 경찰에 입문, 97년 6월말에 퇴직하며 30년간 경찰에 몸담아 왔다. 그 동안 제주도지방경찰청 경무·수사·정보·보안과장과 서귀포경찰서장, 제주경찰서장을 거친 '경찰맨'으로 제주지역의 보수우익진영을 대표하는 인사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김 회장은 지난 2004년 7월 자유시민연대 등 극우보수단체들이 '4.3진상보고서와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가 위헌이라며 이를 취소하라는 헌법 소원을 제출했을 때, 제주지역내 5명의 인사가 포함되면서 거센 논란을 부른 바 있다.

당시 '제주4.3 오적(五敵)으로 불렸던 김 회장 등은 해명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표현이 잘못 전달됐다"며 도민들에게 사과한 바 있다.

이에대해 김 회장은 "당시에 제주지역 인사 몇명의 이름을 사전에 동의없이 올린 것일 뿐"이라며 "당시 내용을 본 적도 없다"고 밝혔다.  또 "그 이후 잘 모르지만 헌법 소원은 흐지부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4.3진상보고서 오류 많아...저의 4.3 시각은 김대중 전 대통령 인터뷰 발언과 같다"

지난 3일 제 교수와 만난 김 회장은 서로에 대한  입장을 확인하면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제주4.3연구소의 4.3 관련 증언자 조사사업에 대한 불만과 함께 일각에서 주장한 '민중항쟁' 및 '저항정신'이라는 표현에 대해 나름대로 교감한 것으로 알려다.

김영중 회장은 22일 오전 제주의 소리와의 통화에서 "4.3진상보고서에 오류가 많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며 "저의 4.3에 대한 시각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8년 11월 23일자 CNN과 인터뷰한 내용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제주4.3은 공산당의 폭동으로 일어났지만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이 많으니 진실을 밝혀 누명을 밝혀줘야 한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했다"며 "그 내용은 24일자 한라일보에 보도됐다"고 밝혔다.

'4.3진상보고서까지 우익진영에서 재작성하자"는 제 교수의 말에 대해서도 "성격규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편향된 보고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라며 "진상보고서를 작성한 이들도 차후 후세들로부터 혹독한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여전히 보수적이고 냉전적인 시각을 거두지 않았다.

이어 "4.3진상보고서 서문에도 '전체 성격이나 역사적 평가는 내리지 않았다. 후세 사가들의 몫이다'는 당시 고건 위원장(국무총리)의 말이 있지 않느냐"며 "어쨌든 우리가 보는 시각은 '4.3은 공산 폭동'이라고 본다"며 기존의 주장도 굽히지 않았다.

'증언자 채록 조사사업 불만 표시...이미 공개된 희생자 명단을 '또 공개하라?'

그는 일부 4.3 희생자 선정, 현재 진행 중인 증언자 채록조사 사업 등에 대해서도 자신의 주장을 펼치며 불만을 토로했다.

"제 고향 납읍 출신 한 명도 당시 월북을 했는데 희생자에 선정이 됐다. 적어도 마을마다 이러한 경우가 있지 않겠느냐"며 "모든게 비밀리에 추진이 돼서 그렇다. 희생자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4.3연구소에서 피해자 정밀조사를 하고 있는데, 피해자 조사팀에 경우회원 한사람이 참여하고 싶다고 전했지만 배제하더라"며 "공산폭동에 의한 피해자와 가족 및 유족을 포함해 1764명이 있다. 이들에 대한 조사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미 선정된 희생자에 대해 개별 통보가 이뤄지고, 4.3평화공원내 위패봉안소에 희생자의 명단이 공개되고 있어 그의 주장은 '억지성 발언'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토벌대와 무장대의 희생당한 비율로 친다면 9:1의 비율이어서 토벌대에게 희생당한 피해자가 당연히 많을 수 밖에 없어 이 또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4.3평화공원에 대해서는 "4.3때 억울하게 희생된 피해자로서 이번 사안과 별개의 문제"라며 "15000명 가운데 12000명은 억울한 사람이 죽었다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3000명은 남북통일 된 후에 희생자로 선정해도 늦지 않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 제주시청 앞마당에 세원진 상징조형물 안내표지석. '4.3저항정신 표현'이란 글자가 있지만 오히려 '4.3 정신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작품이다.

제주시 상징조형물 '4.3저항정신' 에서 자극.....'사실상 4.3정신 제대로 표현 못한 작품'

특히 이번 제 교수의 잇따른 4.3 왜곡발언은 현재 제주시 주차장 광장에 세워져 있는 상징조형물에 '4.3저항 정신'에 대한 표현에서 심한 자극을 받은 김 회장이 제 교수에게 입장을 전달하면서 불거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은 "그날 제 교수를 만나 제주시청 상징조형물 이야기를 하면서 '어떻게 공공기관에서 설치한 조형물에 '4.3 저항정신'이라는 표현이 들어갈 수 있느냐"고 서로 분개했다"며 "그러한 논지가 (제 교수에게) 전달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토벌대의 학살만 과장해서 조사하고 있지 않느냐"는 그는 "굳이 조형물에 언급하지 않아도 울화통이 터지는데 국민의 세금으로 세운 공공조형물까지 '4.3'을 저항정신으로 언급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4.3에 대한 뒤틀린 시각을 그대로 노출했다.

하지만 상징조형물 역시 작품 선정때부터 '4.3에 대한 정신'을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은 작품으로 '생트집 잡기식'의 무책임한 발언이라는 지적을 사고 있다.

김 회장은 그러나 "저도 제주도를 아끼고 대한민국을 아끼는 사람이다"며 "그렇다고 토벌대가 잘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희생자에 대한  명예와 신원을 풀어주고 보상도 해줘야 한다"며 자신의 입장을 정확히 전해 줄 것을 주문했다.

최근 전국 첫 도입 '자치경찰 치안행정위원장'에 선임돼...주변 '우려'의 목소리

이에 앞서 김 회장은 지난 9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자치경찰 운영을 심의할 자치경찰 치안행정위원장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치경찰과 국가경찰간 업무협약, 자치경찰 활동에 관한 목표 수립의 평가, 자치경찰운영 지원에 관한 사항을 심의 의결하는 치안행정위원회는 특별법상 당연직 2명(김한욱 행정부지사, 김동규 지방경찰청 경무과장)과 도지사, 도의회의장, 지방경찰청장이 각 3명씩 추천해 총 11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김 회장은 "제주경찰청장의 추천으로 위촉된 후 지난 9일 책임이 무거운 위원장의 자리까지 맡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4.3 관계자들은 "4.3에 대해 왜곡된 시각을 갖고 있는 인물이 중요한 치안행정위원장에 있다는 것은 크게 우려할 만한 사항"며 "선임에 대해 재고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