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 '市 상징조형물'까지 '철거' 요구

김영중 경우회장 등 '4.3'표현 문제삼아 '철거' 공식 요청 중앙대 제성호 교수 '조형물 철거'까지 관여…파장일 듯

2006-08-23     양김진웅 기자

▲ 지난 6월 말 제주시 청사 주차장에 세워진 50주년 기념 상징조형물.
최근 잇따라 4.3 왜곡 발언을 한 중앙대 제성호 교수와 김영중 제주도재향경우회장이 최근 제주시 상징조형물의 일부 표현을 문제삼아 제주시측에 '철거 요청'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에는 도내 5개 보훈단체장까지 조형물 철거 요청에 동의한 것으로 나타나, 보수단체의 일종의 '4.3 흔들기'가 재연되는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제주시 상징조형물까지 철거하라?'...'4.3 표현 거슬리다' 이유

김영중 제주도재향경우회장은 지난 16일자로 제주시 상징조형물 관련부서인 총무과에 '조형물 일부 철거를 요청한다'는 공식 민원을 접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답변 시한은 23일까지다.

이 민원 서류에는 최근 4.3에 대한 왜곡 발언을 일삼은 제성호 중앙대 교수가 '친북반국가행위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이름으로 포함됐으며 제주도광복회장을 비롯해 제주도건국희생자유족회장, 제주도상이군경회장, 제주도전몰군경유족회장, 제주도무공수훈자회장 등 6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 대부분 국가 보훈 단체로 보수 성향을 띠었던 단체들이다.

▲ 제주도재향경우회장을 비롯해 6개 보훈단체가 동의한 민원서류.

제주도민 한 풀어준 '4.3진상보고서'를 '인민유격대 투쟁보고서'로 매도한 인물도 포함돼 

여기에는 55년만에 제주도민들의 숨죽였던 한을 상당부분 풀어준 정부의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 조차 '인민유격대 보고서'라며 극보수우익의 시각을 서슴치 않았던 제주도건국희생자유족회장 오형인씨도 포함되어 있다.

김영중 재향경우회장을 비롯한 보훈단체가 문제를 삼는 부분은 설명문에 나온 '4.3저항정신 표현'이라는 단 여섯 글자. 정확히 말하면 '4.3'이 거슬린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들이 일부 철거를 주장한 제주시 상징조형물은 제주시 승격 50주년 기념과 역사속으로 사라진 행정시 통폐합을 기념해 1년여 동안(용역기간 포함) 시민 혈세 5억원이 넘게 들어간 작품으로, 이들의 철거 주장이 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A4지 3장 분량에 '4.3은 공산폭동...'수십년 전 해묶은 주장 그대로, 자료 발췌해 첨부

이들 단체가 제출한 A4지 3장 분량의 '철거 사유와 요청사항'에는 '4.3은 공산폭동'이라는 주장이 담겨 있으며, 각종 자료에서 부분 발췌한 내용들은 지금까지 40여년간 보수우익측이 주장해 온 '제주4.3사건은 남로당 지령에 의한 공산폭동'이라는 해묶은 논쟁 자료로 채워져 있다.

▲ '친북반국가행위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인 제성호 교수의 사인만 빠져 있다.
이들은 제주시청 앞마당에 설치한 조형물의 하단 설명문 중에 '4.3저항정신 표현'을 문제삼고 "대한민국의 건국과 정체성을 부인하는 반국가적 설치물이기 때문에 이에 해당하는 부분과 문구를 철거해 달라"고 제주시에 공식 요청했다.

아울러 "제주시 앞마당에는 마땅히 독립운동과 6.25 참전 등 국가를 위해 희생한 숭고한 애국정신을 반영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며 "난데없이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한 4.3저항정신이 표현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이들은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은 말미에 "제주4.3사건은 공산폭동이지만 진압과정에서 선량한 수많은 도민이 무고하게 희생되었다는 점을 4.3성격으로 전제한다"며 "사건 주동자를 제외한 모든 희생자 유족들의 아픈 마음을 함께 공유하며 신원과 명예회복, 피해보상에 적극 찬성한다"고 밝혀 행여 제기될 수 4.3유족들의 게센 비난을 비켜가기 위한 문구도 첨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문제의 조형물 일부를 8월말까지 철거해 줄 것을 요청한다"며 "만약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특단의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용두암 등 제주도의 자연과 해녀'(왼쪽)를 표현한 부조작품과 '4.3 저항정신을 부조로 표현한 화강암 벽면(오른쪽).

말썽많은 조형물...정말 4.3정신 제대로 표현됐나?

사실 선정 과정에서 부터 물의를 빚었던 상징조형물은 조각가 박도춘씨(46.서울거주)의 당선작으로 '탄생-꿈과 신화의 땅'이 원제목이다.

'제주도 탄생신화에서 나오는 고.양.부 삼신인(三神人)과 벽랑국 공주를 기본 모티브로 역사의 현재와 미래를 상징화'한 것으로 지난 6월 30일 제막식을 가졌다. 또 작가는 화강암 부조물 옆면에 제주4.3의 저항정신을 표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4.3의 저항정신'을 부조로 표현했다는 작가의 의도와는 다르게, 지난 3월 당선작 선정때부터 "오히려 '저항'의 정신을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했으며 4.3을 상징화 했다는데 매우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은 작품이다.

▲ 철거를 주장하는 4.3 부조물'. 오히려 '4.3저항정신'이 희화적으로 표현되는 등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은 작품이다.

실제 상당수 미술인들과 문화예술인들은 "상징물은 30여년 전에 유행했던 기념탑 방식으로, 4.3의 저항을 담아냈다고 했으나 4.3의 진성성을 너무 희화한 것 처럼 보이는 등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했다"는 지적을 제기한 바 있다.

한 미술인은 "솔직히 설명문에 '4.3 저항정신 표현'이라고 쓰여져 있을 뿐이지 제대로 4.3의 저항정신을 담아낸 작품으로 누가 생각하겠느냐"며 "이를 문제삼는 것은 어떤 의도를 갖고 '침소봉대(針小棒大)' 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4.3 관련단체에서는 경우회를 비롯한 일부 보훈단체가 이처럼 문제를 삼는 이유가  '4.3 희생자 심사' 및 '4.3 특별법 개정'을 염두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더욱이 김영중 재향경우회장의 주장을 옮겨 그대로 보수우익의 인터넷신문 컬럼으로 실은 중앙대 제성호 교수는 실제로 제주시 상징 조형물조차 보지 않은 채 '철거 요청'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대해 김영중 재향경우회장은 "우리가 보는 것은 '4.3은 공산 폭동'이라고 본다"며 "지난 3일 제주에 강연차 내려온 제 교수를 만나 제주시청 조형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공동명의로  '철거 요청'에 대해 민원을 내자고 제안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형물에 대한 일부 철거 요구는 사실상 설치물의 성격과 일종의 예술장식품임을 감안할 때 '완전 철거'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무리한 요구'일 수 밖에 없다는게 제주시의 입장이다. 

▲ 상징조형물 '꿈과 신화의 땅'에 대한 안내 표석. 하부의 '4.3저항정신 표현'이란 문구가 문제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