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유일 목축공동체 제주 마을목장 위기 해법은 ‘연대’다”

마을공동목장 전문가 강만익-안경아 박사 “개인 힘으로 위기극복 안 돼…협의체 중요”

2021-12-08     김찬우 기자
7일 오후 3시 제주시소통협력센터에서 개최된 '마을공동목장협의체 재조직 및 동반성장을 위한 토론회'에서 강연에 나선 강만익 제주대학교 탐라문화연구원 특별연구원(사진 오른쪽)과 안경아 제주연구원 박사. ⓒ제주의소리

매각 유혹과 방치, 사유화 등 위기에 놓인 제주 마을공동목장이 처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연대적 힘이 가장 중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7일 오후 3시 제주시소통협력센터에서 개최된 ’마을공동목장협의체 구성 및 재조직 및 동반성장을 위한 토론회‘에서 강만익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원 특별연구원과 안경아 제주연구원 박사는 한목소리로 이같이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는 강만익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원 특별연구원의 ‘제주도마을공동목장조합의 역사와 변화’ 주제 강연과 안경아 제주연구원 박사의 발언이 이뤄졌다.

강 특별연구원은 마을공동목장을 지켜야 하는 이유와 유지 방안에 대해 논하기에 앞서 고려시대부터 시작된 공동목장의 역사를 훑었다. 

강 특별연구원에 따르면 제주 공동목장은 고려 말기 몽고의 지배를 받던 당시 우수한 제주마의 생산을 위해 설립된 탐라목장으로 시작됐다. 조선시대에는 중산간 지역에 국영목장이 건립됐으며 일제강점기 조합이 만들어지며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 마을공동목장이다. 

그는 마을공동목장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제주인들은 이미 공동 목축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목축계와 모쉬접 등을 통해 함께 마소를 길러왔다는 주장이다. 마을공동목장조합 형성 전에도 축산동업조합이라는 이름은 등장했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는 목야지정비계획 명령을 내리며 화전 경작을 금지시키고 마을목장조합을 설립토록 했다. 

강 특별연구원은 1943년 작성된 마을공동목장조합 공식 문서에는 재판 증거로 사용될 만큼 당시 조합원 수와 목장 면적 등이 자세히 기술돼 있다고 말했다. 

또 일제는 많은 공동목장을 세우기 위해 언론을 통해 전국에 홍보하거나 품평회를 열어 경쟁을 붙이고 읍면 직원을 파견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고 했다. 

당시 발행된 1935년 6월 16일 자 매일신보에는 ‘제주도에 공동목장 11년도로 완성’이란 제목의 기사가 나타나기도 한다. 일제는 공동목장 조성에 필요한 부지를 구입토록 하고 불가능할 경우 국유지를 임대토록 했다. 

강 특별연구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1943년 목장 조성 당시 부지는 임대 51%, 매수 30%, 기부 19%로 파악된다. 이후 마을공동목장은 일제의 패망 직후 광복의 기쁨을 제대로 누리기도 전에 찾아온 4.3으로 초토화된다. 

그는 “소를 키울 수 없었던 4.3 당시 마을공동목장 대부분은 운영이 중단됐고 이 때문에 해체가 시작됐다”며 “1960년대에는 지방자치에 관한 임시조치법과 임야소유권 이전등기 특별법 등으로 목장 부지가 시군유지로 넘어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더불어 골프장 같은 개발업자에게도 많이 넘어가 사라졌다. 중산간에 있는 골프장은 과거에 마을공동목장이었다고 봐도 된다”며 “1943년 123개로 성했던 마을공동목장은 2018년 50여 개로 줄어들었고 골프장은 점점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근 들어 마을공동목장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결정적인 계기는 부동산 가격 상승인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조합의 힘이 필요하다”며 “튼튼한 개별 조합을 바탕으로 협의체 같은 조직이 만들어진다면 살길이 트일 것”이라고 했다. 

7일 오후 3시 제주시소통협력센터에서는 '마을공동목장협의체 재조직 및 동반성장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는 마을공동목장협의체 구성을 위한 추진위원회가 구성됐다. ⓒ제주의소리

조합장들에게 일일이 연락해 토론회를 마련하는 등 어렵게 모인 만큼 헛된 일이 되지 않도록 모두가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 

강 특별연구원은 “제주도 마을공동목장은 역사적 가치를 지닌 데다 전국에서 유일한 목축공동체로 남았다. 제주다움이자 제주의 가치를 담은 상징이며 제주도 목장사(史)를 계승하는 목축문화의 산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마을공동목장조합은 마을공동체를 유지하는 역할도 한다. 조합 수입원 대부분이 마을 자생 조직을 유지하는 데 쓰이는 만큼 조합을 통해 마을이 유지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조합이 사라진다면 결국 마을공동체의 존립 위기도 닥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마을공동목장 유지 방안으로는 ▲탄소중립 기여하는 초지 관련 인식 개선 ▲협의체 구성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 건의 ▲다양한 수입원 마련 노력 ▲법인체 설립 등을 제시했다. 

그는 대부분의 마을공동목장에 조성된 초지는 대기 중에 떠다니는 탄소를 흡수해 지구온난화에 기여하는 만큼 공공재적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관심과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협의체를 구성해 행정을 움직이는 힘을 마련해야 하며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될 수 있게 노력해 정부의 지원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더불어 법인체가 아닌 마을공동목장조합을 법인화해 정부의 지원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발언에 나선 안경아 박사 역시 마을공동목장이 처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협의체를 통한 하나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박사는 지하수를 함양하고 탄소를 흡수하는 등 자연 가치와 경관 가치를 가진 전국 초지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제주에 있다며 이를 유지하는 마을공동목장의 지원책을 마련하고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제주지역 초지 관리 주체인 마을공동목장은 지금까지 개발 완충지대, 수자원 함양, 생물다양성 보전, 관광 및 휴양 서비스 등 기능을 제공해왔다”며 “초지의 공익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지원사업과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마을공동목장은 초지법 등 관련 법령이 제정되기도 전에 생겨났는데 이제야 제정된 규정에 맞게 끼워 맞추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제주도에만 있는 환경인 탓에 정책 결정자들이 잘 모르는 문제도 있어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마을공동목장조합은 목장용지를 활용하고자 해도 많은 제약이 따라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상태”라며 “관광 시설이나 축산 시설을 설치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법과 제도가 여전히 옛날에 머물러 있다. 목장 주체들의 목적에 맞게 이런 부분들이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경아 박사의 발언을 듣고 있는 제주지역 마을공동목장 조합장들. ⓒ제주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