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제주인(10)] 재미제주도민회(뉴욕) 회장 이한진씨
“왜 제주사람이 경남을 위해 일하게 놔두나?”
이한진 회장과 제주의 소리는 인연이 있다. 지난 2003년 12월 1일자 ‘제주의 소리’에는 “뉴욕거주 이한진씨 가족 몰살 사건”이란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미국에 있는 이도영박사께서, 4.3진상조사보고서가 확정되고 노무현 대통령이 공식사과를 하여 55년의 한(恨)이 녹아내리고 있는 시점에서, '살아남은 자의 소리'란 제목으로 미국에 있는 4.3유족들의 이야기를 제주의 소리에 게재했는데 그 중 하나다.
이회장을 만난 것은 지난달(10월) 18일 저녁 7시경 뉴저지에 있는 한국 식당이다. 공항까지 픽업나와 주셨고 이곳으로 이동해 온 것(미리 밝히지만 나중에 숙소까지 바래다 주시느라 엄청 고생하셨다. 필자가 가능한 저렴한 숙소를 구하느라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했는데, 그 예약한 곳이 뻔히 바라다 보이면서도 찾아가기 힘든 고속도로 근방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의 3시간을 헤메다가 결국 택시를 불러 해결한 해프닝이 있었다).
자식은 두 남매를 두었다.
아들인 이승우(38)씨는 과학고를 졸업하며 대통령상을 수상했고, 이후 뉴욕 메티칼 의대를 졸업, 콜럼비아 메티컬스쿨 전문의 과정과 NYU에서 펠로우십을 거쳐 현재 그리니치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암전문의다. 미국인 아내(알리사 그린버거 리)도 의사(호흡기 심폐전문)이자 예일 NYU의대 교수. 처의 집안은 부친이 인권운동가인 킹목사를 변호한 유명한 로펌의 대표로, 명문가의 딸이라고.
딸인 이승원(34)씨는 옥스퍼드 2년을 장학생으로 다녔고, 코넬 로스쿨을 1등으로 졸업했단다. 학생회장을 두 번 역임할 정도로 리더십도 갖추고 있다. 현재 국제법을 전공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사위는 코넬대 법대 교수다. 헌법학자로서 법률 잡지에 두 번이나 커버스토리를 장식하고 워싱턴 포스트지에 소개되기도 했다.
이회장 제주도에 할 말이 많다. 우선 탐라문화제에 다녀왔던 소감부터 한마디.
“이번에 제주 갔더니 100만 제주인이라 하면서 반쪽인 50만 해외제주인엔 대한 배려와 시스템이 전혀 안돼있었다. 단지 모임을 위한 모임이며 연례행사 수준이다. 항상 가보면 그 메뉴다. 과연 이런 프로그램에 와야 하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어서 그는 중요한 메시지를 던졌다. “제주는 우리에게 요구하는게 없다!”고. 무슨 말인가? 요구받는 걸 좋아하는 이들도 있나? 그의 얘기를 더 들어보자.
“우리는 한사람 한사람이 제주의 '영사'요 '대사'라는 자부심을 갖고 생활하고 있다. 제발 우리를 잘 활용해라. 특별자치도도 되었다는데... 이제 우리 세대는 이미 뒷선으로 물러가고 있다. 2세 자녀들이 벌써 3~40대가 되었고 이들이 미국 주류사회 각계에서 중추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가 제주를 위해 정책을 제언하더라도 이제는 굿 아이디어가 나올 수 없다. 이들 2세대들을 발굴하고 활용할 생각을 해야 한다. 우리는 뒷전에서 서포트 할 뿐이다.”
이회장은 반복하여 외친다. “우리에게 과제를 주라!”고.
“고향을 생각하고 사랑하는 마음 한결같지만, 제주는 지금 우리에게 Answer(답)가 없다. 김혁규 씨가 이곳에서 가방장사해서 돈벌어 경남지사됐다. 그런데 뉴욕평통회장을 두 번이나 했던 제주출신 김동빈씨가 경남 투자자문관 역할을 했다. 왜 제주사람이 경남을 위해 일하게 제주도는 가만 놔두나?”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필자는 그냥 그의 얘기를 옮길 따름이다. 다만 성서의 한구절이 생각날 뿐!
“귀 있는 자 들으라!(he who has ears, let him hear!)” <제주의소리>
<이지훈 편집위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