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녹지병원 국가가 매입하자” 국민청원 6만명 넘어
제주도의 개설허가 취소 소송 패소로 국내 첫 영리병원 논란이 다시 불거진 ‘녹지국제병원’을 국가가 매입하자는 국민청원이 눈길을 끌고 있다.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의료 민영화의 첫걸음이 될 제주 영리병원을 국가가 매수해주십시오’라는 청원 글이 게시 닷새 만에 6만5000여명의 동의를 얻고 있다.
청원인은 “2018년 개설 허가된 영리병원의 내국인 진료금지 조건 취소 소송이 진행중”이라며 제주도가 소송에서 패소하면 “건강보험에 대한 헌법소원까지 제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는 건강보험 의무가입제 폐지로 이어져, 고액 납부자들의 이탈로 인한 보장범위 축소가 발생한다”며 “국가가 영리병원을 매수해 의료민영화의 위험을 제거해 달라”고 호소했다.
청원인이 언급한 영리병원은 중국 녹지그룹 산하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가 제주헬스케어타운 부지 내에 국내 1호 투자개방형병원으로 추진한 녹지국제병원이다.
녹지측은 2015년 12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외국의료기관 사업계획 승인을 받고 2016년 4월 776억원을 투입해 건물을 지었다. 2017년 4월에는 47병상 규모의 병원을 준공했다.
이듬해인 2017년 8월 제주도에 병원개설허가를 신청했지만 2018년 12월 당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내국인의 진료를 제한하는 조건부 개설허가를 하면서 논쟁이 불거졌다.
녹지측이 이에 반발하며 개원을 미루자, 제주도는 2019년 4월 병원개설허가 자체를 취소했다. 녹지측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며 조건부허가와 병원개설허가 취소 소송을 줄줄이 제기했다.
올해 1월 대법원이 최종 녹지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는 효력을 상실했다. 4월에는 내국인 진료제한 조건부 허가에 대한 제주지방법원의 1심 선고도 앞두고 있다.
녹지측이 이마저 승소하면 내국인 진료 제한에 대한 제주도지사의 의료기관 개설허가 재량권이 인정되지 않아 향후 외국의료기관에 대한 내국인 진료를 막을 방법이 없다.
현재 녹지측은 녹지국제병원 건물과 부지를 국내법인인 디아나서울로 소유권 이전 절차를 마친 상황이다. 법률상 지분 50%를 확보하지 못해 자체적으로 영리병원을 운영할 수는 없다.
제주특별자치도 보건의료 특례 등에 관한 조례 제14조에는 ‘도내 외국의료기관 개설을 위해서는 해당 법인의 외국인 투자비율이 100분의 50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영리병원을 개설하기 위해서는 지분을 다시 확보하거나 또 다른 부지를 마련해 병원을 지어야 한다. 디아나서울은 이미 기존 녹지국제병원을 비영리병원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