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인 진료 제한’ 선고 앞둔 제주 녹지국제병원 ‘후폭풍’ 예고

녹지 측 제소한 ‘외국의료기관개설 허가조건 취소 청구의 소’ 5일 1심 선고 촉각

2022-04-01     이동건 기자
제주헬스케어타운에 위치한 녹지국제병원 건물 전경. ⓒ제주의소리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제주에 추진돼 온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내국인 진료 제한 1심 판단이 3년만에 이뤄진다. 

오는 5일 제주지방법원 행정1부(재판장 김정숙 수석부장)는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가 제주도지사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의료기관개설 허가조건 취소 청구의 소’에 대해 선고한다. 2019년 2월14일 소장 접수 이후 3년여만이다. 

녹지병원 관련 소송은 제주도의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부 허가(선행처분)’와 ‘병원 개설허가 취소(후행처분)’ 2개의 행정행위로 연결됐다. 

2018년 12월5일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조건으로 녹지병원 개설을 허가(선행처분)한 바 있다. 당시 녹지 측은 내국인 진료 제한은 진료 거부에 따른 의료법 위반 등 논란이 된다며 병원 개설을 미뤘다. 의료법 제15조(진료거부 금지 등)에 따르면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수 없다. 

녹지 측은 내국인 진료 제한을 조건으로 병원을 개설하더라도 내국인의 진료 요구를 거부하면 의료법 위반이 된다고 주장하면서 2019년 2월 제주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제주도는 녹지병원이 병원 개설을 미루자 2019년 4월 녹지병원 개설 허가를 전격 취소했다. 

의료법 제64조(개설 허가 취소 등)에 따르면 허가 이후 3개월 동안 ‘정당한 사유’ 없이 병원을 개설하지 않으면 관련 지자체는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제주도는 녹지 측이 ‘정당한 사유’ 없이 병원을 개설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개설 허가를 취소(후행처분)했다. 

그러자 녹지 측은 2019년 5월 개설허가 취소처분이 부당하다며 제주도의 후행처분에 대한 소송까지 추가로 제기했다. 

선행처분과 후행처분을 심리하던 재판부는 후행처분에 대한 선고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선행처분 판단을 미뤄왔다. 

후행처분에서 제주도가 승소했다면 선행처분인 이번 외국의료기관개설 허가조건취소청구는 굳이 다룰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대법원은 올해 1월13일 제주도의 녹지병원 개설허가 취소는 부당하다는 확정 판결을 내렸다. 사업자인 녹지측 입장에서는 내국인 진료 제한 등 ‘조건’으로 정상적인 병원 개설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판단했다.  

후행처분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에 따라 선행처분인 내국인 진료제한에 대한 소송은 지난달 2년여만에 재개됐다. 

원고인 녹지 측은 대한민국에 생긴 병원에서 대한민국 국민이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위헌·위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피고인 제주도 측은 녹지 측이 병원 부지와 건물을 이미 매각했기에 이번 소송에 실익이 없다고 맞섰다.

또한 영리병원은 사상 초유의 특수의료기관으로서 기존 의료법이 아니라 제주특별법에 따라 제주도가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제주지법은 양측의 주장을 심리, 오는 5일 내국인 진료 제한 위법 여부에 대해 판단할 예정이다. 내국인 진료 제한에 대한 어떤 판결이 나오더라도 후행처분 확정 판결로 인해 후폭풍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한편, 녹지병원은 서귀포시 동홍동과 토평동 153만9013㎡ 부지에 병원과 휴양콘도, 리조트를 건설하는 ‘제주헬스케어타운’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녹지측은 2015년 3월 녹지병원 건립 사업계획서를 제출했고, 같은 해 12월 보건복지부는 녹지병원 설립 계획을 승인했다. 

전국적으로 영리병원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원 전 지사는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둬 숙의형 민주주의 공론화조사를 선언했다. 

수개월간 진행된 공화조사 결과 공론화조사위원회는 ‘개설 불허’ 결정을 내렸고, 그 사이 원 전 지사는 재선에 성공했다. 

재선에 성공한 원 전 지사는 녹지병원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결정한 뒤 관련 소송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당시 원 전 지사는 내국인 진료 제한이라는 제주도의 조치가 '신의 한수'라고 자평하며, 이에 대해 후일 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