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청탁 의혹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자 “빚 독촉 목격해 돈 빌려줬다”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 추진 과정에 불거진 배임증재·수재 혐의를 받고 있는 전 선흘2리 마을이장 정모씨가 원래부터 사업에 찬성했다는 입장을 대다수 주변인에게는 알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29일 제주지방법원 형사2단독(강민수 재판장) 심리로 배임수재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정씨와 배임증재 등 혐의로 기소된 사업자 측 서모씨와 또 다른 서모씨에 대한 결심공판이 열렸다.
2015년부터 2020년 9월까지 선흘2리 마을이장으로 일한 정씨는 2019년 5월 자신의 거주지 인근에서 사업자 대표 서씨의 지시를 받은 당시 사내이사 서씨로부터 50만원짜리 수표 20장 등 총 1000만원을 건네 받은 혐의다.
사업 추진에 유리하게 도와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은 정씨는 2020년 4월까지 2차례 더 자신의 아들 계좌로 대표 서씨로부터 800만원을 계좌이체 받는 등 총 1800만원을 받은 혐의다.
동물테마파크 사업 찬·반 갈등 속에 정씨는 피고발·고소됐고, 대표 서씨가 정씨의 변호사 선임료를 2차례에 걸쳐 총 950만원을 대납했다.
검찰은 정씨가 서씨 등 2명으로부터 총 2750만원의 재산상 이득을 취한 혐의를, 서씨 등 2명이 2750만원을 대가로 사업 추진에 유리한 쪽으로 도와달라고 정씨에게 부정한 청탁한 혐의를 적용했다.
피고인 3명은 부정한 청탁에 따른 금전 거래가 아니라 단순히 돈을 빌리고 빌려준 것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날 피고인 심문에서 정씨는 서씨 등으로부터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한 이유에 대해 “빌렸을 뿐 부정하게 받은 돈이 없었다는 취지”라고 주장했다.
정씨의 경우 애초부터 동물테마파크 사업에 찬성하면서도 사업자에게 마을의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기 위해 반대하는 것처럼 활동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재판부가 “사업을 찬성하지만, 유리한 조건을 받기 위해 반대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정씨는 동물테마파크반대대책위 등이 모인 자리에서는 한 적이 없고, 지인 1~2명에게만 말한 적 있다고 주장했다.
1~2명이 누구인지 묻는 추가 질문에 정씨는 “나이가 있는 분인데, 갑자기 생각나지 않는다. 추후 의견서 등을 통해 밝히겠다”며 대답하지 못했다.
정씨에게 돈을 건넨 사내이사 서씨는 이날 피고인 심문에서 “정씨의 찬·반 여부와 관계 없이 선흘2리 마을회와 협상해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정씨에게 부정한 청탁을 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서 배임증재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정씨에게 돈을 준 이유로는 “주변에서 정씨가 금전적으로 매우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고, 빚 독촉 등 상황도 보게 돼 빌려줬다”고 주장했다.
당초 이날 심리가 마무리돼 검찰의 구형까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정씨에 대한 피고인 심문과 탄핵증거에 대한 논의가 길어졌다.
재판부는 오는 6월 심리를 속행하고, 다음기일에 결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