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도시 제주’ 모두를 위한 도시 되어야

[인권왓 칼럼] 15분 파리·바르셀로나 그리고 제주…핵심은 ‘환경’과 ‘공동체’

2022-07-11     김성환 부장 / 제주장애인인권포럼
편견으로 무장한 이들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여전히 반인권적 발언과 행동을 주저하지 않는 일들을 우리는 종종 목격하곤 합니다. 존재 자체로 차별받는 사회적 약자들이 있어선 안됩니다.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난민 등 대상은 다르나 일상 곳곳에서 여전히 차별이나 혐오, 폭력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인권문제에 천착한 '인권왓 칼럼' 연재를 통해 인권활동가들의 현장 목소리를 싣습니다. [편집자 글]

 

지방선거가 끝나고 새로운 도정이 지난 1일 출범했다. 경선 때부터 눈에 띄었던 공약 중 ‘15분 도시 제주’ 가 새 도정의 핵심정책으로 발표되었다. 15분 도시와 같은 N분도시 정책은 작년 4·7 재·보궐 선거에서도 서울과 부산에서 등장했던 정책으로 토건이 핵심이었던 정책으로 비판받아 왔다.

‘15분 도시’는 말 그대로 15분 이내에 이동이 가능한 범위를 하나의 생활권으로 정하고 주민들이 그 안에서 삶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기능을 제공하는 도시를 의미한다.

15분 도시의 개념도.

출처=Parisencommun, 「Le Paris du quart d’heure」, Dossier de presse, 2020.
주.이엔건축사사무소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와 기후 위기 속에서 대안 가능한 모델로 제시된 15분 도시는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15분 도시, 포틀랜드와 멜버른의 20분 도시, 바르셀로나의 슈퍼블록 등이 15분 도시 개념을 도입하여 도시 전환을 시도한 대표적인 사례다. 쉽게 말해 과거의 도시계획과 다른 점은 도로와 건물 중심에서 사람과 일상생활 그리고 환경 중심으로 도시공간의 패러다임을 전환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통근시간이 가장 긴 나라로 조사되었고, 2020년 국토교통부에서 조사된 대도시권 직장인의 출퇴근 평균시간은 총 111분으로 나타났다. 도로와 건물 중심 사회로 급격하게 발전된 우리나라의 모습을 통계에서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지만, 사람과 환경 중심의 도시공간의 패러다임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현재 부산에서 15분 도시 정책을 이미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부산의 15분 도시는 위장 환경주의와 토건 중심 정책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시민들과의 연대를 추구하는 정신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비판받고 있다. 지역적 특색을 반영하고 경제 성장을 위한 것이라고 반문하겠지만 15분 도시의 핵심 철학인 ‘환경’과 ‘공동체’가 없었다.

그렇다면 제주의 도시 환경은 어떨까? 제주도의 통계에 따르면 2022년 5월 기준 제주의 인구는 67만 명을 넘어섰고 10년 전보다 약 10만 명의 인구가 늘어났다. 또한, 도내 등록된 차량은 10년 새 40만대가 급증하여 현재 66만대를 넘어섰고, 올해 하반기가 지나면 사람보다 자동차 대수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코로나19의 감소세로 내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그에 따른 차량과 쓰레기 문제로 몸살까지 앓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주에서 환경과 지역적 특성에 맞는 15분 도시 조성이 가능할까?

지난달, 새 도정의 인수위에서 발표한 15분 제주 정책의 핵심은 도시와 농촌 지역 간의 불균형을 해소와 지역균형 발전, 그리고 생활권 단위의 로컬 제주를 구상하는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던 사례와 같이 무분별한 개발에만 집중이 된다면 결국 실패한 정책으로 전락하기 마련이다.

지난 도정에 제주는 유니버설디자인 조례를 제정하고 산책로, 공원 등에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한 시범사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유니버설디자인 활성화를 위하여 예산을 투입하고 다양한 노력은 해왔지만, 도민들과의 공감도 이루어내지 못할뿐더러 유니버설디자인과 배리어프리의 개념을 혼동한 채 사업을 진행하여 오히려 불편함을 불러일으켰다. 유니버설디자인의 기본 개념과 원칙이 무시된 채 잘못된 정책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도시네트워크 C40시티즈에서도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대비해야 할 도시의 형태로 15분 커뮤니티를 언급하면서 회복력(Resilience),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평등(Equality), 이 세 가지를 강조하고 있다. 15분 도시는 건물 중심이 아닌 도시를 누릴 사람 중심의 계획과 핵심 철학인 ‘환경’과 ‘공동체’를 기본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기존의 행정 중심이 아닌 도민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기존에 시행해왔던 ‘주민참여예산제도’처럼 도민이 참여할 수 있는 과정들이 필요하다. 특히 C40에서 강조한 것처럼 노인, 어린이, 장애인 등의 취약계층이 정책에 대상자가 아닌 도민으로서 함께 누리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평등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코로나19라는 감염병으로 인해 우리는 삶과 생활방식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리고 비대면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사회는 자연스럽게 단절되었다. 단절된 일상을 회복하고 함께 살고 싶은 도시 기반을 마련하고 지속하려면 ‘15분 도시 제주’는 ‘환경’과 ‘공동체’가 공존하고 소외되는 사람이 없는 ‘모두를 위한 도시’가 되어야 한다. / 제주장애인인권포럼 김성환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