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제주검찰, 4.3희생자 4명 극우논리 그대로 ‘사상 검증’하나
제주법원, 특별재심 68명 심리...검찰, 4명 희생자 결정 '결격사유' 지적
검찰이 국가기관이 인정한 4.3 희생자에 대해 재심에 앞서 극우단체의 논리를 들이밀며 '추가 심리'를 요청하는 등 사실상 '사상검증'을 벌이고 있다.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검찰에 대해 "4.3 희생자에 대한 사상검증을 한다는 비판을 검찰이 뒤집어 쓸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제주지방법원 형사4-1부(재판장 장찬수)는 12일 오전 11시20분부터 4.3 희생자 68명(군사재판 67명, 일반재판 1명)이 제기한 특별재심 청구 심리를 진행했다.
특별재심은 ‘제주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 이전인 지난해 11월부터 진행되고 있지만 희생자 결정이 늦어지고, 검찰에서 딴지를 부리면서 재심이 늦어지고 있다.
특히 검찰은 68명 4.3 희생자 중에서 김모씨 등 4명에 대해 '결격사유'를 제기하고 있다.
이들 4명의 희생자는 박근혜 정부 시절 극우단체들이 4.3평화공원에 '불량위패'가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을 때 당사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재판소는 2001년 9월27일 "수괴급 공산무장병력 지휘관 또는 중간간부로서 군경의 진압에 주도적·적극적으로 대항한 자, 모험적 도발을 직·간접적으로 지도 또는 사주함으로써 제주4.3사건 발발의 책임이 있는 남로당 제주도당의 핵심간부, 기타 무장유격대와 협력해 진압 군경 및 동인들의 가족, 제헌선거관여자 등을 살해한 자, 경찰 등의 가옥과 경찰관서 등 공공시설에 대한 방화를 적극적으로 주도한 자와 같은 자들은 희생자로 볼 수 없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정부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근거로 국무총리 산하 4.3중앙위원회에서 4.3 희생자를 결정해 왔다. 현재까지 정부가 인정한 희생자는 1만3000명이 넘는다.
그런데 검찰이 극우단체의 주장을 근거로 뒤늦게 희생자 4명에 대해 딴지를 걸고 나선 것이다.
장찬수 부장판사는 "2001년 헌재에서 희생자 배제 결정문을 밝혔지만 김모씨 등 4명은 4.3중앙위원에서 희생자로 결정됐다"며 "보수단체에서 또 희생자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헌법소원을 했지만 헌재는 각하 취지로 기각했다"고 검찰 주장을 비판했다.
검찰은 "저희 입장은 4.3위원회의 희생자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제한된 자료와 참고문헌, 이 분들이 헌재에서 말하는 기준에 따라 희생자로 인정될 수 있는지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검찰 측 주장에 장 부장판사는 "검찰에서 4.3희생자에 대해 사상 검증을 한다는 비판을 뒤집어 쓸 수 있다"며 "4.3위원회의 결정은 국무총리 산하 국가기관인데 또 무슨 심리가 필요하느냐"고 타박했다.
검찰은 "4.3위원회에서 희생자를 결정할 때 헌재 기준 등에 의해 기각된 사례가 있다"며 "재심이 결정되면 본안 자료가 제한되기 때문에 4.3위원회든, 행안부든, 제주도든 자료를 추가적으로 검토해서 의견서에서 밝힌 것처럼 제외 기준에 맞는지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거듭 주장했다.
검찰은 "추가 심리해서 신중히 검토하고, 희생자 결정에 오류가 없다면 큰 의견을 제시하지 않겠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장 부장판사는 "지금 검찰의 행태는 음주운전 단속을 하다가 면허증을 제시한 운전자에게 '면허증이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고 따지는 것과 비슷한 억지를 펼치고 있다"며 "검찰만 국가기관이 아니다. 4.3위원회도 국가기관이며, 그 결정을 존중해 줘야 한다. 검찰이 사상검증을 한다는 오해를 받는다"고 꼬집었다.
장 부장판사는 "4.3중앙위원회에서 희생자를 결정할 때 사실조사를 해왔던 김종민 중앙위원을 직권증인으로 채택하겠다. 김 위원을 증인으로 불러 희생자 결정이 기각된 기준과 사람이 몇명인지, 통계자료를 갖고 객관적으로 증언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4.3 관련 최고 전문가인 김종민 4.3중앙위원을 직권으로 증인 채택했다.
재판부는 오는 7월26일 오전 10시30분 4.3 희생자 68명(군사재판 67명, 일반재판 1명)이 제기한 특별재심 청구 심리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