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 제주4.3 사상검증할 능력 없어…국민 신뢰 높아질 것” 적극 해명

2022-07-26     이동건 기자
26일 사상검증 논란의 제주4.3 특별재심 현장. ⓒ제주의소리

제주4.3에 대한 ‘사상검증’ 논란에 대해 검찰이 “사상검증을 할 생각도, 할 능력도 없다”고 밝혔다. ‘사상검증’ 비판 여론에 대해 70여년전 형식도 갖춰지지 않은 졸속적인 재판을 바로 잡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과정이라는 해명성 반박이다. 

26일 제주지방법원 형사4-1부 심리로 열린 고(故) 김영창 등 68명(군사재판 67명, 일반재판 1명)에 대한 특별재심 두 번째 심문기일에서 검찰이 ‘사상검증’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제주4.3특별법상 4.3 희생자로 결정된 사람은 특별재심을 청구해 명예를 회복할 수 있으며, 이번 특별재심 대상자 전원 4.3 희생자로 결정된 피해자들이다.

다만, 앞선 심문기일에서 검찰이 희생자 중 4명에 대한 희생자 결정 과정에서 ‘수괴급 간부’, ‘월북’, ‘간첩’ 등이 언급됨에 따라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는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이하 4.3중앙위원회)’가 결정한 4.3희생자 중 일부는 남로당과 무장대 수괴급에 해당돼 희생자 결정이 취소돼야 한다는 4.3 폄훼 주장과 같아 4.3 희생자 사상검증 논란이 일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제주4.3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김종민 4.3중앙위원회 위원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신빙성이 없는 자료에 의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김종민 4.3중앙위원회 위원이 검찰 질의에 대답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검찰이 4.3 희생자 결정 당시 ‘월북’, ‘간첩’ 등이 언급됐다며 제시한 자료에 대해 김 위원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등장한 단체가 이전의 객관적인 자료를 재가공한 것으로 보인다”며 소위 ‘카더라’와 다름 없는 신빙성이 낮은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증인신문이 마무리되자 검찰은 4.3 재심에 대한 입장문을 읽어 내려갔다. 이전 재심 사건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으로, 사상검증 논란에 대한 도민사회의 거센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날 4.3 재심을 담당하는 형사2부장 검사가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이전까지는 4.3을 담당하는 제주지검 소속 부부장 검사나 평검사만 참석했다.

검찰은 “제주4.3을 바라보는 검찰의 시각은 보편적인 국민의 정서와 일치하고, 도민의 입장과도 결코 다르지 않다. 해방 직후 혼란기에 수많은 주민들이 무고하게 희생된 아픈 역사이고, 희생자와 유족들의 온전한 명예회복과 적정한 보상은 대한민국 인권 신장과 국민 화합에 크게 기여하리라 믿는다”고 운을 뗐다. 

이어 “4.3 재심 절차에 임하는 검찰의 진정성에 대해 도민을 비롯한 국민들이 믿고 지켜봐줄 것이라 생각한다”며 “검찰은 4.3중앙위원회 희생자 결정을 깊이 존중한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충분한 조사와 다양한 사료에 대한 고증을 통해 결정했을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26일 사상검증 논란의 제주4.3 특별재심을 방청중인 4.3 유족들. ⓒ제주의소리

이어 검찰이 4.3 재심이 ‘단순한 요식 절차로 평가받으면 안된다’는 취지로 발언을 이어가자 재판부는 “요식 행위가 아니다”라며 발언을 제지하기도 했다.

다시 검찰은 “순전히 법률적 관점에서 4.3중앙위원회의 결정은 행정처분의 성격을 갖는다. 공신력과 확정력이라는 면에서 사법부의 판결에 이르지 못하는 한계를 지닌다. 사법 절차가 최종 확정되면 국가 법질서에서 불복할 수 없는 최고의 권위를 부여 받는다”며 절차적 정당성 확보 차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월북과 남로당 간부, 간첩 등이 언급되는데, 상당수 국민들은 희생자 결정에 어떤 부분이 고려됐는지 되짚어보길 기대할 것”이라며 “면밀한 조사와 심사숙고 끝에 재심개시가 결정된다면 국민적 신뢰가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어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기 위함이지 사상검증이 아니다. 검찰은 사상검증할 생각도, 사상검증할 능력도 전혀 없다. 70여년전 졸속으로 진행된 기소와 재판을 바로 잡는 것이 4.3 재심이다. 후손들이 ‘2022년에는 재판을 제대로 했구나’ 평가하도록 만전을 기하자는 것”이라고 거듭 해명했다. 

이날을 끝으로 사상검증 논란의 특별재심 심문기일은 마무리됐다. 재판부는 관련 내용을 검토해 재심 개시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