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송악산 난개발, ‘막대한 토지매입비-재산권 침해’ 만만찮은 과제

송악산 유원지 실효-개발행위 제한, 여유시간 확보...용역 결과 촉각

2022-07-31     박성우 기자
서귀포시 대정읍 송악산 전경.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송악산 일대가 난개발 논란에서 사실상 해방됐다. 그러나, 잘못된 행정조치를 되돌리는 과정에 있어 쉽지 않은 후속과제가 남아있다.

그간 난개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송악산 일대는 최근 두 건의 결정적인 계기를 맞았다. 먼저 지난 22일 제주도 도시계획위원회는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145번지 일대 19만1950㎡에 대해 3년간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으로 지정했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56조'에 따라 허가대상 개발행위인 △건축물의 건축 또는 공작물의 설치 △토지의 형질 변경 △토석의 채취 △토지 분할 등의 행위가 제한된다.

또 오는 8월 2일자로 일명 '뉴오션타운 개발사업'으로 불린 송악산 유원지에 대한 도시계획시설(유원지) 결정의 효력을 잃게 된다. 제주도는 송악산유원지의 경우 2002년 8월 1일자로 실시계획이 실효되고, 다른 도시계획시설 사업이 시행되지 않아 최종 효력을 잃게 된다고 밝혔다.

유원지 시설이 실효되고, 개발행위 허가까지 제한됨에 따라 해당 부지에 추진 중이던 개발사업은 원천적으로 무산됐다. 단순 유원지 해제 조치만 이뤄질 경우 다른 형태의 개발사업으로 우회할 것을 우려해 개발행위 제한지역 조치까지 맞물린 것으로, 최소 3년간 후속조치를 취할 시간을 벌게 됐다.

해당 부지는 1985년 송악산유원지로 지정된 곳으로, 1995년 12월 송악산 일대 98만9790㎡가 유원지로 지정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1999년 12월 사업 승인이 이뤄졌지만 착공이 지연되면서 2002년 8월 승인 효력이 상실됐다.

이후 2013년 중국계 자본인 신해원유한회사가 토지를 매입하며 '뉴오션타운 조성사업' 추진 계획을 밝히며 다시 논란에 섰다. 당시 사업자 측은 3700억원을 투입해 호텔 461실과 캠핑장, 야외공연장, 휴양문화시설 등을 조성하는 계획을 세웠지만, 송악산 일대의 자연훼손 및 경관사유화 문제가 불거지며 거센 반발을 일으켰다.

특히 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부적절한 절차 등의 문제가 드러나며 환경영향평가 동의안도 제주도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고, 민선7기 원희룡 제주도정은 이른바 '송악선언'을 통해 송악산 유원지 사업을 비롯한 난개발 방지를 천명했다.

다만, 앞으로의 후속조치에는 적잖은 갈등이 예상된다.

현재 제주도는 '지속가능한 송악산 관리 및 지역상생방안 마련 용역'을 수행중이다. 전임 도정의 송악선언에 따른 실천 조치로, 송악산 일대를 문화재 구역으로 지정하는 안까지 검토되고 있다. 문화재 지정 여부는 '지속가능한 보존'을 위한 조건이기도 하지만, '잡음없는 후속 과제'를 위한 조건이기도 하다.

제주도는 개발사업이 무산됨에 따라 유원지 부지를 공공재로 매입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 재산권 침해라는 명목으로 막대한 행정소송에 휩싸일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기존 유원지 부지의 80% 이상은 신해원유한회사의 소유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제주도 자체 재원만으로 토지 매입비를 충당하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뒤따른다. 국비 지원확보가 관건인데, 단순 토지 매입이 목적이라면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근거가 없다. 그나마 문화재로 지정이 된 이후에야 국비 지원 근거를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다.

사기업에 대한 손실 보상을 혈세로 충당하는 것이 옳은 것이냐는 시비에 휩싸일 수도 있지만, 제주도는 현 상황에서 '부지 매입'을 불가피한 대안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렇다고 '문화재 지정'이 마냥 쉬운 것만은 아니다. 신해원유한회사 외의 토지주들을 비롯한 사업 부지 인근의 토지주 역시 재산권 침해 등의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문화재로 지정될 경우 경계로부터 500m 이내의 개발이 일절 중단되는데, 이에 따른 지가 하락에 반발하는 목소리다.

제주도가 이번 용역을 통해 문화재 지정 외에도 '해양도립공원 확대 지정'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은 이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 재산권 침해는 최소화될 수 있어도 인근 부지의 개발 압박이 재현될 여지가 남게 된다. 용역의 최종 결과는 올해 말께야 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도 관계자는 "용역 결과에 따라 결정이 이뤄지겠지만, 현 시점에서는 투 트랙 전략으로 부지에 대한 관리방안과 더불어 토지주와의 매입 협상을 이끌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