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검증’ 논란 제주 4.3재심 개시에 검찰 “절차적 정당성 확보 과정”
입장문 내놓은 제주지검 “도민과 4.3에 대한 입장 같아”
‘사상검증’ 논란의 제주4.3 특별재심 개시가 결정된 가운데, 제주지방검찰청이 재심 절차가 4.3중앙위원회의 결정을 확인하는 단순한 요식절차로 평가되면 희생자와 유족의 온전한 명예회복에 결코 도움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제주지검은 7일 재심개시결정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검찰은 “추가 심리를 진행한 피고인들의 경우 유족이 제출한 재심 청구서와 자료, 4.3중앙위원회 조사 결과에 의하더라도 남로당에서 간부로 활동한 사실, 간첩활동한 사실이 언급됐다. 사실관계를 더 살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려 한 것이지 ‘사상검증’을 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어 “2차례에 걸친 심리절차와 4.3 전문가의 증인신문을 통해 무장대 활동과 간첩 등 경력자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4.3중앙위원회의 희생자 판단기준이 의결괸 경과를 상세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신중한 검토와 심사숙고 과정으로 재심개시결정이 다소 늦었지만, 그만큼 재심절차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높아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다만, 4.3 재심에서 이뤄지는 유족의 진술이나 공판 경과에 대한 모든 내용은 공판조서 등 법원의 공식적인 기록으로 남겨 다시 역사가 흐른 뒤에도 제대로 평가를 받게 되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제주4.3에 대한 기본적인 검찰 입장에 대해서는 “제주도민과 결코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검찰은 “4.3을 바라보는 검찰의 시각은 보편적인 국민 정서와 일치하고, 도민의 입장과도 결코 다르지 않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제주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합동수행단)’을 출범해 직권재심을 청구하고 있으며, 각고의 노력으로 신속한 직권재심 청구와 공판 업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직권재심 대상을 기존 군법회의 피해자에서 일반재판 수형인까지 확대하기로 결정해 다양한 의견을 경청해 직권재심 확대를 위한 업무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며 “검찰은 4.3중앙위원회의 희생자 결정을 깊이 존중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검찰은 “4.3희생자와 유족들은 희생자 결정에 그치지 않고 재심이라는 보다 엄격한 사법적 심사를 통해 완전하고 온전한 명예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일부 희생자 결정에 문제가 제기된 경우 사법적 심리를 통해 말끔하게 해소할 필요성이 있다”며 사상검증이 아니라 올바른 사법적 판단을 위한 심리였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재심이 4.3중앙위원회 결정을 확인하는 단순한 요식절차라고 평가받는다면 희생자와 유족의 온전한 명예회복에 결코 도움되지 않을 것”이라고 사상검증 논란을 반박했다.
이어 앞으로 4.3 재심에 대해 “사법체계가 인권보장과 법치수호라는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해 발생하나 4.3에 대해 검찰은 인권 보장과 정의 구현을 위해 본연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직권재심을 확대해 4.3희생자에 대한 신속한 권리 구제와 소송비용 절감 등에 적극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주지검은 “희생자와 유족의 온전한 명예회복을 위한 각계의 노력이 정당한 평가를 받고 인권신장과 국민화합이라는 가치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재심을 통해 명예가 온전히 회복되고 재판 결과를 국민 모두가 공감함으로써 훗날 역사에서도 제대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거듭 사상검증이 아니라 온전한 명예회복을 위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앞선 6일 제주지방법원 형사4-2부는 별도의 4.3 특별재심 공판을 마무리한 뒤 방청석에 있던 취재진을 향해 사상검증 논란의 4.3 재심사건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청구된 고(故) 김영창 등 68명에 대한 특별재심 사건으로, 검찰이 청구인 68명 중 4명에 대한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사건이다.
심리 과정에서 검찰이 남로당 활동 경력 등을 언급하면서 ‘사상검증’ 논란이 일었고, 마지막 심문기일을 끝으로 40여일이 지나도록 개시되지 않으면서 유족을 애태웠다.
당시 재판부는 “앞서 검찰이 4.3 재심 과정에서 ‘요식행위’를 언급한 적이 있다. 이전까지 재심 사건에서 검찰은 요식 행위에 동조해온 것인가”라며 “일반재판까지 직권재심을 확대한다고 하는데, 지금과 같은 기준(사상검증)이라면 4.3 유족을 선별해 재심을 청구할 것인가. 앞으로의 재심 과정에서 정말 중요한 내용”이라고 검찰을 비판했다.
이어 매달 2차례 30명씩 직권재심을 청구하는 합동수행단이 매번 130장 정도의 재심청구서를 제출하는 반면, 청구인이 2배 이상 많은 사상검증 논란의 재심 사건에 대한 재심청구서는 4장도 안된다며 법률대리인(변호인)들의 부실함도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