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위원회 통합 ‘흔들리는 제주특별자치도’ 대응 방안은?

[이슈] 윤석열 정부, 제주·세종지원위 통합...실행 내년 이후 예상...“세종·강원 연합체 구성” 제안도

2022-09-14     한형진 기자
제주지원위원회와 세종지원위원회의 통합을 계기로, 전국 ‘특별자치’ 지역을 하나로 묶는 정부 내 새로운 조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제주의소리

윤석열 정부가 국무조정실 산하 제주지원위원회를 세종지원위원회와 통합하기로 확정 지으면서 ‘제주특별자치도’ 추진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회와 함께 정부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과 함께, 오히려 제주·세종·강원 등 전국으로 확대되는 ‘특별자치’ 지역을 하나로 묶는 정부 내 새로운 조직으로 발전시키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위원회 636개 중 246개를 폐지하거나 통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변화가 있을 246개 가운데는 국무조정실(국무총리 관할) 산하 제주특별자치도지원위원회(제주지원위원회)와 세종특별자치시지원위원회(세종지원위원회)도 포함됐다. 두 조직을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한다는 방침이다.

제주지원위원회는 제주특별법 제17조에 근거해 ‘제주자치도의 성과목표와 평가 및 국제자유도시의 조성에 관한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심의’하는 조직이다. 

▲제주자치도의 조직·운영에 관한 기본계획의 수립 및 시행 ▲제주자치도의 행정 및 재정자주권 제고, 행정적·재정적 우대 부여 방안 마련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의 지정·해제 및 개발 ▲JDC의 사업추진과 발전방안, 개발센터와 지방자치단체 간 업무조정 ▲외국교육기관 및 외국의료기관의 유치와 설립 지원 ▲제주자치도의 경관 관리 등을 심의하고, 위 사항들과 관련해 도지사와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의 협의·조정 등을 맡는 역할이다.

때문에 제주지원위원회를 세종지원위원회와 통합시킨다면, 가뜩이나 정부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제주특별자치도 추진에 더욱 힘이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별자치 제도는 2006년 제주 이후 세종(2012), 강원(2023) 순으로 지위를 얻었다. 전라북도는 '전북새만금특별자치도'를 도입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 사무 조직 줄인 윤석열 정부, 특별자치 미리 힘 빼기? 

행정안전부는 정부위원회 통·폐합 안을 9월 중 국무회의에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다. 다만, 정비 대상으로 분류된 246개 위원회 가운데 29개는 “법령 개정이 불필요하거나, 이미 법령 개정이 추진 중” 등의 여러 이유 때문에 시기를 조금 미뤘다. 제주지원위원회는 29개에 속하면서 당장 통합되진 않는다.

정부위원회 통·폐합 작업을 담당하는 행정안전부 경제조직과 관계자는 “제주지원위원회를 포함한 29개 위원회는 통·폐합을 위해 고려할 사안이 제법 있는 상태다. 우리 부처 입장에서는 각 위원회가 조속히 통·폐합을 진행하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검토할 내용들 때문에 언제까지 딱 끝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려운 사안”이라며 “하지만 두 위원회가 통합한다는 방침은 정해졌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는 제주지원위원회, 세종지원위원회가 협의해 통합 계획을 세우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제주지원위원회 관계자는 “통·폐합되는 다른 위원회들과 달리 제주지원위원회는 지역 여론도 수렴해야 하고 세종지원위원회와의 관계도 고려해 방향 설정을 해야 한다. 그렇기에 시간을 가지고 검토할 점들이 많다. 당장 올해 결과를 내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면서 “구체적인 통합 방법과 방식은 아직 알 수 없지만, 단순 축소가 아닌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통합으로 추구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다른 위원회들과 달리 시기가 다소 미뤄지고 사라지는 것이 아닌 통합이기에, 마냥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제주시을 김한규 국회의원은 현재 국회에서 정무위원회에 속해있다. 정무위원회는 제주지원위원회가 속한 국무조정실을 소관한다. 김한규 의원은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국무조정실은 지난 7월 1일 제주와 세종을 담당하던 각각의 지원단을 ‘특별자치시도지원단’으로 합쳤다. 이미 한 차례 통합이 이뤄진 셈인데, 이에 대해 국무조정실은 ‘향후 늘어날 다른 특별자치 지역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하나의 지원단으로 묶으면서 직원 규모는 축소시키면서, 자칫 특별자치의 힘을 빼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여소야대’ 구조인 현재 국회 상황을 고려할 때 제주지원위원회가 쉽게 힘을 잃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법에 근거한 위원회를 통·폐합하기 위해서는 법을 수정해야 하는데, 야당이 과반 이상을 차지한 현재 의석 상황으로는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법 보다 하위 개념인 ‘시행령’을 앞세워 윤석열 정부가 밀어붙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물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시행령 정치’는 명백히 위법이라며 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는 상황.

이와 관련해 제주도는 “예컨대 지방분권법에 근거한 자치분권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법에 근거한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합쳐 지방시대위원회를 신설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는 두 법을 합친 특별법을 추진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제주지원위원회와 세종지원위원회의 근간이 되는 법은 성격이 명백히 다르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제주특별법은 연방제 수준의 자치분권을 추구하는 목표로 도입됐고, 세종특별법은 균형발전을 위한 행정수도를 추구하는 방향이다. 그렇기에 일방적인 통합은 논리적으로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 국회 관문 고려하되 더 나은 논리로 제안해야

제주시갑 송재호 국회의원은 현재 국회에서 행정안전위원회에 몸담고 있다. 행정안전위원회는 정부위원회 통·폐합 작업을 주관하는 행정안전부를 소관한다. 송재호 의원은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위원회 통·폐합이라는 정부 결정에 맞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송재호 의원은 “냉정하게 말해 행정안전부는 지방 정부를 지원하는 역할을 가지고 있지만 중앙부처이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자치 분권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 그 중에서도 특별자치 제도는 자치 분권의 선도적인 상징과도 같기에 행정안전부 입장에서 보면 더욱 달갑지 않을 것”이라며 “제주특별자치도가 처음 도입되던 때와 많은 것이 달라졌기에, 이제는 제주가 다른 특별자치 시도와 연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지원위원회 보다 더 높은 단계에서 특별자치제를 관리할 정식 조직이 정부 안에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런 변화가 태동하는 계기를 오히려 이번 기회를 통해 이끌어내자는 게 송재호 의원의 주장이다.

송재호 의원은 “제주·세종지원회가 통합하면 특별자치의 동력이 떨어진다는 우려는 충분히 설득력 있다. 그렇지만 대응책은 제주만으로 찾기에는 힘이 부족하다. 세종과 강원까지 모여서 강하게 행정안전부에 대안을 요구해야 한다”라며 “나부터 국정감사가 끝나면 세종시를 지역구로 둔 강준현 국회의원, 강원도 춘천 등을 지역구로 둔 허영 국회의원 등과 함께 국회 안에서 특별자치시도 연합체를 만들겠다. 일명 ‘특별자치 연합기구’를 위해 국회 차원에서 입법으로 지원할 방안을 찾고, 나아가 시·도지사들이 힘을 합치는 연합체까지 만들 수 있도록 원동력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제주도 역시 “제주도 입장에서는 지원위원회가 지금처럼 유지되고 오히려 발전돼야 한다고 본다”며 “송재호 의원이 제시한 보다 나은 조직으로의 전환, 특별자치 시도 간의 연합 모두 적극적으로 검토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