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제주농민들 “오영훈-김경학 농업·농촌 말살 망언”

2022-10-13     이승록 기자
전농 제주도연맹과 전여농 제주도연합이 13일 오전 제주도청 현관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오영훈 제주지사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제주 1차산업 지역내총생산 비중을 8%까지 낮춰야 한다고 발언한 가운데 제주농민들이 이같은 오지사의 발언을 “망언”이라고 규탄하며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한 오 지사의 농업 발언에 대해 용기있는 발언이라고 추켜세운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장에 대해서도 '농업현실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성토했다.

전농 제주도연맹과 전여농 제주도연합은 13일 오전 11시 제주도청 현관 앞에서 오영훈 제주지사-김경학 도의회 의장 농업 망언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전농과 전여농은 "오영훈 지사는 지난 10월6일 취임 100일 도민보고회 자리에서 제주도 농업비중에 대해 지역내총생산(GRDP) 비중을 현재 10.9%에서 8%까지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며 "김경학 의장도 지사의 발언이 현실적인 발언이고 용기있는 발언이라고 치켜세웠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도의원과 국회의원, 국회 농해수위 위원을 지낸 오영훈 지사와 김경학 의장의 발언은 우리나라 농업과 농민 현실은 물론 농업의 중요성을 인식조차 못하는 무지의 소치"라며 "우리 제주농민들이 왜 나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방증"이라고 목청을 돋웠다.

전농 제주도연맹과 전여농 제주도연합이 13일 오전 제주도청 현관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 직후 오영훈 지사와 면담을 요구하며 도청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청원경찰들이 제지했다. 

이들은 "오영훈 지사는 제주농업에 대해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하나의 액세서리로 밖에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당선된 지 100일 밖에 안된 도지사가 자신의 농업공약을 이행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농업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의했다. 

이들은 "전국 어느 도지사가 농업의 비중을 줄이겠다고 하느냐"며 "도민의 11%를 차지하고 있는 농민의 목숨줄을 도지사가 쥐락펴락하겠다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오영훈 지사와 김경학 의장에게 강력하게 경고한다"며 "도지사와 의장이란 자리에 앉아 농민·농업·농촌을 무시하고 홀대를 계속한다면 가만히 당하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회견 직후 오영훈 지사와 면담을 요구하며 도청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청원경찰과 공무원이 막아서면서 한 때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한편,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지난 6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제주도내 1차 산업 비중을 현재보다 줄여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 지사는 “제주도내 산업에서 1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기준 10.8%로 전국 평균 3% 내외보다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차 산업의 비중을 다소 낮추는 것에 동의한다. 그러나 3~4% 수준으로 급격히 낮추는 도시국가형 모델에는 반대한다”며 “그렇게 될 경우 경관이 무너질 수 있고, 경관이 무너진다면 제주의 청정자연환경에서 오는 관광의 매력포인트가 없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낮추더라도 8% 수준에서 관리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같은 날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장도 같은 입장을 피력했다. 

김 의장도 이날 가진 제12대 의회 출범 100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오지사의 농업관련 발언을 용기있는 발언이라 추켜세우며 “1차 산업에 종사자들이 서운해 할 수는 있지만, 제주의 1차 산업 비중이 10%가 넘는 건 상당히 과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후위기와 평균기온 상승으로 전남 해안 지역에서도 월동 채소류가 재배되기 시작했다”며 “이로 인해 제주도의 밭농업 경쟁력이 줄어들고 있다. 지금부터 준비를 하면서 농업 비중을 줄이고 다른 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데이터 관련 산업이나, 반도체 등과 관련된 정보통신산업으로의 전환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오 지사와 김 의장 모두 제주도내 산업 경쟁력 확충을 위해 1차 산업의 비중을 지금보다 줄이고 신산업 육성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는 취지였으나, 1차산업 종사자들의 반발이 거센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