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산업 축소’ 성난 농심에 오영훈 유감 표명...농민들 “찜찜하지만 지켜볼 것”
오 지사, 농민단체 항의 방문에 비공개 면담...사과 요구에 에둘러 유감 표해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취임 100일 기자회견 당시 언급해 지역 농민들의 강한 반발을 산 '1차산업 축소'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오영훈 지사는 17일 오전 9시40분 도지사 집무실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는 지난 13일 벌어졌던 농민회의 철야 천막농성에 따른 후속 대응 차원에서 마련됐다. 간담회에는 9명의 농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모든 과정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면담 직후 김윤천 전농 제주도연맹 의장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오 지사로부터 해명의 입장을 전해들었다"며 "추후 제주도의 공식 발표를 보고, 농업인단체 차원의 의견을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농 의장에 따르면 오 지사는 '지역 산업구조 중 농업의 비중을 기존 10.8%에서 8%로 줄이겠다'는 발언에 대해 "1차산업을 통해 가공산업을 더욱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표한 것인데, 당시 발언에는 그 내용이 빠져있었다"며 유감을 표했다.
농민들의 공식적인 사과 요구에 오 지사가 유감을 표하며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농 의장은 "(오 지사는)1차산업 비중을 10.9%에서 8%로 줄이려는 의도는 전혀 아니라고 몇 번씩 강조했고, 저희는 그 말을 믿고 싶다"며 "향후 직불금 상향이나 농민수당 인상 등 여러가지 방안을 통해 농업 비중을 감소하겠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분명히 말했기 때문에, 어떤 형태의 표현이 나올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논의 과정에서는 제주도 농정을 논의하는 협의체를 마련하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1차산업 현장에서 농정에 대한 괴리나 충돌이 없도록 사전에 농업인단체와 제주도정의 만남을 정례화하는 기구체를 만들어 소통의 폭을 넓혀가자는 제안이 오갔다.
김 전농 의장은 "지난번 항의방문이 천막농성으로까지 갈 일은 아니었다. 1차산업을 제주의 생명산업이자 근간산업이라고 표현한 오 지사가 그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한 진위를 확인하고자 왔던 것인데, 그 과정이 묵살된 것은 농업과 농민들을 무시한다는 생각에 천막 농성까지 갔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약간 찜찜하지만 1차사업 관련 가공산업을 상향하고, 1차산업 비중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확답을 받았기 때문에 지켜보겠다"며 "추후에도 오영훈 도정이 제시한 농업정책과 실천과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논란은 오 지사가 취임 100일 기자회견 당시 "1차산업 비중을 8%대로 낮춰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촉발됐다. 이에 농민단체들은 지난 13일 제주도 본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 지사와의 면담을 시도했으나, 이마저 거부당하자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농민들은 밤샘농성 끝에 이튿날인 14일 오전 출근하던 오 지사를 만났고, 이 자리에서 면담 일정을 잡으며 천막을 철거했다.
한편, 농민들은 내일(18일) 오후 4시에는 오 지사와 별개로 '1차산업 축소' 입장을 밝힌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장과 면담을 갖는다.
김 전농 의장은 "1차산업 축소 발언뿐 아니라 친환경농업을 희망고문이라고까지 표현한 김경학 의장에게는 해명 요구가 아닌 항의 방문이 될 것"이라며 보다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