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몰랐던 제주4.3 생존수형인 박화춘 할머니 명예회복 추진된다
[속보] 합동수행단, 박화춘 할머니 직권재심 준비…특별재심 아닌 까다로운 일반 재심
자녀들에게 피해가 될까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제주4.3 당시 피해사실을 숨겨 살아온 박화춘(1927년생) 할머니의 사연이 안타까움을 사고 있는 가운데, 박 할머니에 대한 명예 회복이 추진된다.
26일 [제주의소리]가 다양한 경로로 취재한 결과, ‘제주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단장 이제관, 합동수행단)’이 박 할머니에 대한 직권재심을 준비하고 있다.
70여년 전 당시 중문면 강정 월산마을에 살던 박 할머니는 1948년 12월 1차 군법회의에 회부돼 불법적인 재판에서 내란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수감생활을 한 4.3 피해자다.
4.3 피해를 겪었다고 말하면 혹시나 자녀들에게 피해가 될까 이 같은 사실을 평생을 숨겨 살아온 박 할머니는 최근에야 가족들에게 70여년 전 겪은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박 할머니의 이름은 군사재판인 1차 군법회의와 2차 군법회의에 회부된 4.3 피해자들의 신상정보가 담긴 수형인명부에 기재돼 있다.
4.3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과 명예회복 절차 간소화를 골자로 전면 개정된 제주4.3특별법에 따라 합동수행단은 수형인명부에 기재된 4.3 피해자를 대상으로 직권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특별재심은 ‘희생자’로 결정된 4.3 피해자를 위한 구제절차다.
평생 4.3 피해 사실을 숨겨왔던 만큼 박 할머니는 4.3 희생자로도 결정되지 않았다.
합동수행단은 박 할머니에 대한 직권재심을 청구하면서 4.3특별법에 따른 특별재심이 아닌 형사소송법에 따른 재심 절차를 밟아야 한다. 형사소송법에 따른 재심은 4.3특별법으로 도입된 특별재심보다 절차가 다소 까다롭다.
4.3유족회나 4.3 관련 단체 등에서는 74년 전 발생한 4.3 피해자들 대부분이 고령이라서 이미 생사를 달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 할머니는 매우 드문 사례로 분류된다.
구순(九旬)을 넘겨 상수(上壽)를 바라보는 박 할머니가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재심 절차를 밟으면 1번에 공판 기일로 무죄 구형, 무죄 변론, 무죄 선고가 이뤄지는 4.3특별법상 특별재심과 달리 심문기일에 출석해 자신이 당한 불법적인 피해 사실과 억울함을 직접 진술하는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4.3특별법 전면 개정 이전에 형사소송법에 따른 재심을 청구해 역사적인 공소기각을 판결을 따낸 생존수형인 18명과 비슷한 상황이다.
합동수행단은 수형인명부에 기재된 4.3 피해자 중 희생자로 결정된 순서를 중심으로 유족과 연락이 닿는 상황 등을 토대로 직권재심을 청구해 왔다.
1~5차까지는 각각 20명씩, 이후에는 각각 30명씩 직권재심이 청구돼 2022년 10월26일 기준 16차 직권재심까지 총 430명의 명예가 회복됐다.
합동수행단도 이 같은 부분을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생존해 있을 때 명예가 회복되는 기쁨을 누릴수 있도록 속도를 내기 위해 박 할머니 1명만 직권재심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제관 합동수행단장은 “박 할머니 소식을 듣고, 직권재심 관련 절차에 대해 논의중이다. 생존해 있을 때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4.3 당시 군경은 박 할머니를 거꾸로 매달아 자백을 강요했고, 갖은 고문에 시달린 박 할머니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곡식 2되를 무장대에게 줬다고 허위 자백했다.
수감생활을 마쳐 풀려난 박 할머니는 평생 4.3의 4자로 꺼내지 않고 가슴 속에 묻고 살았다. 자녀들이 연좌제 등 피해에 시달릴까 두려움이 컸기 때문이다.
4.3특별법 전면 개정으로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회복 관련 언론보도 등을 접한 박 할머니는 최근에야 주변에 자신도 4.3 피해자라는 사실을 털어놨다. 자녀들도 박 할머니가 4.3 피해자라는 사실을 최근에서야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