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쓰던 단어들”...전문가 패널, 제주 도시기본계획 구체성 보완 주문
오는 2040년을 목표로 수립된 제주도 최상위 공간계획인 '제주특별자치도 도시기본계획'을 두고 각 분야 전문가들은 도시계획의 구체성을 보완할 것을 주문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4일 오전 10시 서귀포시 김정문화회관에서 '2040 제주특별자치도 도시기본계획 도민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는 용역을 수행한 윤정재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회 계획 설명에 이어 민기 제주대 교수를 좌장으로 이동욱 제주대 교수, 박정근 제주대 교수,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양영준 제주대 교수, 김향자 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원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제주도시기본계획의 핵심 비전은 '사람과 자연, 현재와 미래가 공유하는 활력도시 제주'으로 설정하고 △즐겁게, 편안하게 생활하는 도민의 도시 △자연환경이 아름다운 청정도시 △환경·경제·사회가 지속 가능한 도시 △골고루 잘사는 활력 도시를 목표로 삼았다.
2040년 목표 인구는 환경·폐기물처리, 교통처리 등의 수용 한계치를 두고 상주인구 80만, 주간활동인구 20~30만으로 설정했다. 공간 구조는 3개 광역중심지와 2개 성장거점지 등 5개의 중생활권을 분류했다. 광역중심지인 제주시 동부·서부 생활권과 서귀포시 도심지는 제주권의 수위 중심지 역할을 수행하며, 관문 공항·항만 등이 입지해 상업·업무기능을 행한다는 밑그림을 제시했다.
특히 2020년 기준 56대 44로 기울어진 제주시와 서귀포·동부·서부 지역 간의 인구배분 비율을 2040년에는 49대 51까지 완화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각종 개발사업에 따른 사회적 유입인구를 고려해 개발 가용지 등도 서귀포·동부·서부지역 생활권에 우선 배분한다는 계획이다.
권역 중심지는 서부권은 대정읍 영어교육도시 및 국제교육도시를, 동부권은 성산읍 거점산학연클러스터, 즉 제2공항 배후도시를 거점으로 삼았다. 큰 틀을 잡아놓고, 일상생활권에서는 근거리로 도보 또는 자전거를 이용해 필수 서비스를 접할 수 있는 '15분 도시' 개념을 도입한다고 제시했다.
토론에 나선 이동욱 교수는 "공간 구조를 5대 권역으로 구분한 것 까지는 좋은데, 각 생활권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데 있어서는 구체성이 필요하다"며 "각 생활권의 사정이 모두 같을 수 없다.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생활권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 다르듯 특색있는 공간 컨셉을 제시하는게 좋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박정근 교수는 오영훈 제주도정의 핵심 공약인 15분 도시와 맞물려 "15분 도시는 새 도정의 도시계획 철학이 담긴 개념으로, 도시기본계획에도 어느정도 내용을 담아내려 했지만, 정합성이 미흡한 부분은 여러 군데에서 발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최근 15분 도시에 대한 기본구상과 시범지구 등을 설정하기 위한 기본계획 수립 용역이 발주됐고, 제주도에는 전담부서가 추가적으로 설치 운영되고 있다. 해당 부서와의 소통을 통해 기본 보고서에도 도시기본계획과 맞물리는 내용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영웅 사무국장은 "제주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내용에 있어 구체적인 부문별 계획을 찾아볼 수 없다. 인구 지표 설정 시나리오도 기반시설을 감안한 물리적 수용력일 뿐, 환경보전을 얘기하면서 환경 수용력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우리나라 인구 감소세가 인구절벽 수준으로 감소되는 상황에서 지표 설정이 너무 과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이 국장은 또 "동부권은 제2공항, 서부권은 영어교육도시를 성장거점으로 정한 것도 현재의 계획과 실상을 봐서는 연계성이 부족하고, 공간구조 설정에 있엉서도 교통축으로 일주도로와 중산간순환도로를 삼았는데, 이는 앞선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부터 논란이 된 사안이다. 산림·녹지 보전축, 해안까지 이어지는 축과는 모두 단절되기 때문"이라며 개선을 요구했다.
양영준 교수는 "도시기본계획은 주택 공급의 기본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주택공급의 주체가 민간인지, 공공인지를 설정해야 하고, 주택 공급의 방식도 새로운 택지를 조성할 것인지, 기존의 시가지를 재개발할 것인지, 또 민간을 대상으로 공급할 것인지, 사회적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등의 계획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 교수는 "가용토지의 한계성에 의해 토지이용 고도화가 불가피하다고 제시하며 주택 비중을 단독주택 40%, 연립 40%, 아파트 30%로 배분해 주택 보급을 늘리겠다고 했는데, 단독주택 위주로 주택이 늘어날 수만 있다면 도시공학 측면에서는 굉장히 바람직하지만, 과연 현실적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일 수 밖에 없다"고 의문을 표했다.
김향자 전 연구원은 "2040년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상상하기 어려운 과정이다. 그럼에도 도시 미래상을 잘 설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새로운 미래상을 보여주기에는 계획 상에 용어로 만들어낸 것들은 '사람과 자연의 공존, 청정 도시' 등 매번 보던 것들"이라며 "우리에게 다가온 저성장, 고령화, 기후변화, 디지털 등의 큰 압력에 있어 미래 키워드에 있어서 더 고민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시민의 관점에서 도시기본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주민의 일상에서 중요한건 생업, 교육, 주거, 의료, 문화, 공동체회복, 생활서비스 등인데, 구체적 측면에서 주민들의 여가문화 서비스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반영될 것인지, 주민들이 어떤 양질의 서비스를 받아낼 수 있을지 도시계획을 통해 세부사항까지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제주도는 이날 오전 서귀포시 공청회에 이어 오후 3시에는 제주도 농어업인회관에서 제주시권역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전문가 및 도민 의견에 대해 면밀히 검토한 후 계획을 보완해 제주도의회 의견청취와 국토계획평가 협의,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내년 5월까지 도시기본계획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