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제주도 핵심 환경정책...오영훈 도정의 결단 ‘재깍재깍’
[초점] 전임 원희룡 도정 정책 지지부진 국립공원 확대 철회-나머지 현안도 산적
원희룡 전임 도정에서 추진한 제주도의 핵심 환경정책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패러다임 전환을 내건 민선 8기 오영훈 도정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13일 제주도에 따르면 전임 도정의 주요 환경정책은 환경자원 총량제과 곶자왈지대 경계 설정, 환경보전기여금 도입, 제주국립공원 확대, 송악산 문화재 지정 등이다.
원 전 지사는 2014년 민선 6기 도정 출범과 동시 각종 난개발 흐름에 제동을 걸었다. 임기 중 대형개발 사업 인허가를 최소화하고 농지 강화와 중산간 보전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후 훼손된 환경을 복원하는 환경자원총량 관리계획을 필두로 환경보전기여금 제도 도입, 곶자왈 실태조사, 제주국립공원 확대 지정 등 각종 정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임기 말기에 도지사직를 던지고 대권 도전에 나서면서 올해 5월 소리소문없이 환경부에 제주국립공원 확대 지정 철회를 요청했다.
2018년 3억원을 투입해 ‘제주국립공원 타당성조사 연구용역’까지 진행하고 2020년 12월 착수보고회까지 열었지만 사업 추진 4년 만에 없던 일이 됐다.
원 전 지사의 송악산 일대 문화재 지정도 2년 만에 폐기됐다. 전임 도정은 문화재 지정을 통한 영구적 보존방안을 계획했지만 현 도정은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곶자왈 보호를 위해 2015년부터 7억원을 들여 추진한 ‘제주 곶자왈지대 실태조사 및 보전관리방안 수립 용역’도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민선 8기 도정으로 넘어왔다.
올해 3월 용역이 끝났지만 사유재산권 반발 여론에 주민설명회 일정조차 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곶자왈 보호지역 지정고시’에서 조례 개정까지 넘어야 할 산이 산적하다.
환경보전기여금 제도는 도입 방식부터 의견이 갈리고 있다. 전임 도정은 숙박시설과 렌터카 등에 부담금 부과를 고려한 반면 법률 개정안에는 이른바 입도세 개념이 적용됐다.
위성곤 국회의원(민주당, 서귀포시)이 2021년 12월 대표 발의한 제주특별법 개정안에는 제주에 들어오는 관광객들에게 입도와 동시에 1만원의 부담금(기여금)을 내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법안은 1년이 다 되도록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에 오 지사는 올해 8월 ‘제주환경보전분담금 제도 도입 실행방안 마련 용역’을 발주하고 교통정리에 나섰다.
4년 만에 다시 2억원을 들여 용역을 추진하면서 중복 논란도 있다. 반면 오 도정은 부처 및 국회 협의 과정에서 제시된 문제점 등을 보완하기 위함이라며 차별화를 두고 있다.
민선 8기 도정이 취임과 동시에 내건 환경정책 추진 여부도 관심사다. 오 지사의 환경분야 핵심 공약은 제주형 생태계서비스지불제 도입이다.
생태계서비스지불제는 생태계서비스 유지 활동을 하는 경우 적절히 보상하는 제도다. 올해 9월 2억원을 투입해 이미 ‘제주형 생태계서비스지불제 기본계획 연구용역’이 진행중이다.
전임 도정의 환경정책은 난개발을 억제하거나 기여금을 부과하는 등 사용자의 부담을 늘리는 방식이다. 반면, 현 도정은 환경보전 참여를 유도해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이 특징이다.
오 지사는 환경정책과 관련해 개발과 보존이라는 동전의 양면성에서 벗어나 ‘삶의 질’이 우선되는 조화로움을 강조해 왔다. 인센티브 형태의 생태계서비스지불제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취임 이후에도 곶자왈 경계 재조정과 환경보전기여금 도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혀 왔다. 전임 도정의 송악산 정책을 폐기했지만 공공매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다만 송악산 일대 토지 매입을 위한 막대한 예산 확보와 10년째 지지부진한 환경보전기여금 도입을 위한 설득 논리 개발, 곶자왈 경계 재설정에 따른 사유재산 침해는 여전히 과제다.
전임 도정에서 해결하지 못한 공약이 즐비하지만 대부분 현 도정에서도 피할 수 없는 정책이다. 임기 중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오 지사의 정책적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