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권에서 반복되는 이념 논쟁...끝나지 않은 제주4·3 흔들기

[윤석열 정부 제주공약] ①제주4·3 완전한 해결

2023-01-02     김정호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이 어느덧 해를 넘겼다. 당락을 가른 득표율 격차는 불과 0.73%p. 역대 최소인 24만표의 초박빙 승부였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합리주의와 지성주의를 강조했다. 후보 시절에는 제주와 광주를 잇달아 찾아 화해와 상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취임 이후 통합과 협치에 대한 기대와 달리 보복과 사정당국의 이미지가 부각되면서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여야간 정쟁으로 국민들에게 보고한 110대 국정과제와 민생법안은 뒤로 밀렸다. [제주의소리]는 신년을 맞아 윤석열 정부가 약속한 제주지역 7대 핵심공약을 되짚고 점검하는 시간을 갖는다. [편집자 주]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4월3일 당선인 신분으로 제74주년 4·3추념식에 참석했다. 추념 사이렌 소리 중 늦장 입장은 옥의 티였지만 당선되면 추념식에 오겠다던 약속은 지켰다.

이 자리에서 “4·3의 아픈 역사와 한 분, 한 분의 무고한 희생을 기억하고 있다. 희생자와 유가족의 온전한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정부의 책임과 지원을 도민들에게 약속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확정한 제주지역 7대 핵심공약에도 ‘4·3의 완전한 해결’을 가장 먼저 명시했다. 

세부 추진계획은 희생자 보상금 확대 추진과 실질적 피해회복을 위한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국립트라우마치유센터 건립, 추념식 확대 봉행, 4·3가치 확산 기념사업 추진 등이다.

정부는 공약 이행을 통해 4·3 정신을 계승하고 화해와 평화의 모범 사례로 이끌겠다는 뜻을 전했다. 도민사회 상처와 갈등 치유로 통합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표했다.

이중 가족관계등록부 정정은 실제 성과로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에서 4·3특별법이 개정돼 국가 보상의 근거가 마련됐지만 뒤얽힌 가족관계로 실질적인 국가 책임에 한계가 뒤따랐다.

이를 위해서는 가족관계등록부 작성 및 정정 대상 확대가 절실했다. 대법원은 친족과 상속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했지만 지난해 7월 이를 전격 수용하고 규칙을 개정했다.

보상금 지급도 중단없이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새해 예산안을 마련하면서 4·3 보상금으로 1936억원을 편성했다. 임기 중 배상금을 전액 편성해야 기한 내 지급이 가능해진다.

지난해 7월에는 제주에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를 열어 희생자 및 유족을 추가로 인정했다. 중앙위원회의 제주 현지 개최는 2000년 발족 이후 처음이었다.

반면 보상금 심사 후유장애인 차등지급과 교육부의 2022년 개정 교육과정 4·3 삭제, 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임명 논란은 제주 홀대론으로 이어졌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 산하 보상심의분과위원회를 열어 후유장애인 보상을 차등지급키로 걸정했다. 이에 기계적 등급 나누기는 또 다른 상처가 됐다.

고등학교 역사교과서에 4·3 관련 기술 근거를 없애려는 시도는 교육계는 물론 4·3단체와 지역사회의 반발을 샀다. 도지사와 교육감이 공동기자회견까지 열어 반발 수위를 높였다.

교육부가 2022 개정교육과정을 행정 예고하면서 기존 2018-162호 고시에서 학습요소로 포함된 제주4·3을 삭제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교과서에서 4·3에 대한 기술 근거가 사라진다.

지역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지난달 국가교육위원회 회의를 열어 역사 교과서를 편찬할 때 제주4·3을 반영하도록 했다. 다만 권고에 그치면서 분량 축소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김광동 진실화해위원장 임명은 제주 역사교과서 논란과 함께 제주 홀대론에 불을 지폈다. 김 위원장은 2008년 뉴라이트 계열의 대안교과서인 ‘한국 근·현대사’ 집필에 참여한 인물이다.

해당 교과서는 4·3을 남로당을 중심으로 한 좌파 세력의 반란으로 서술했다. 김 위원장은 2011년 4·3을 “남조선로동당을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에 의한 폭동”이라고 헐뜯었다.

제주남로당의 투쟁은 “단독정부 수립 반대 및 거부 투쟁이 아니라 명백히 대한민국 정부 수립반대와 친북·친소체제를 자행했던 공산주의자들의 무장 투쟁”이라고 폄훼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면서 지역사회에서는 “대선 당시 제주를 찾아 도민들에게 4‧3의 완전한 해결을 공약했던 도민과의 약속을 저버린 행태”라며 일제히 비난 성명을 쏟아냈다.

4·3 흔들기는 보수정권이 집권할 때마다 되풀이됐다. 역사적 진실과 화해와 상생의 가치를 무시하고 이념 논쟁을 통해 보수세력을 결집하려는 정치적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

제주에서는 이미 10년 전 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재향경우회가 65년 만에 손을 맞잡고 화해와 상생을 선언했다. 원로들의 발걸음은 과거에 사로잡힌 이념 싸움이 아닌 화합이었다.

윤 대통령은 4·3추념식에는 “4·3의 아픔을 치유하고 화해와 상생, 그리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 책임은 대한민국의 몫이라는 말도 했다.

도민들은 대통령이 한 약속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보수성향의 윤석열 정부에서 4.3왜곡, 4.3흔들리기가 다시 되풀이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 또한 대통령의 몫이다.